이 책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간과됐던, 건축교육에 대한 르코르뷔지에의 바람과 권고에 초점을 맞춘다. 르코르뷔지에가 비록 교수로서 교단에서 직접 강의를 하지는 않았지만 교육의 소중함을 잊지 않았음을 이 책의 여러 내용들에서 거듭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건축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건축교육의 내실화가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르코르뷔지에가 왕성하게 활동했던 20세기 초?중반 프랑스의 경우처럼 제도권 건축교육은 때로 시대적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러한 공적 교육체계의 위기가 불러온 교육내용과 현실의 괴리는 날로 커져만 갔다.
이런 상황 속에 그는 특히 젊은이들에게 애정을 갖고 숱한 강연과 저서를 통해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를 공표했다. 오늘날 모든 건축인의 순례지가 된 그의 건축 작품들은 강연과 저서에서 펼친 그의 의도가 실체가 된 살아있는 교재다. 그가 젊은이들에게 공부해야 할 것으로 권유한 것들은 자신과 대척점에 있던 프랑스 제도권 건축교육체제의 허점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은 이렇게 강연과 저서, 작품을 통해 르코르뷔지에가 젊은이들에게 권고한, 새로운 건축에 합당한 가르침과 배움의 내용을 정리하고 그 교육내용이 갖는 의미들을 고찰한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그가 세계적인 건축가로서 승승장구를 거듭한 것 같지만, 실제 그의 삶은 간간이 이룬 성취를 제외하면 시련과 좌절의 연속이었다. 르코르뷔지에가 당시 건축계의 살아있는 권력집단과 타협하지 않고 교육의 심각한 문제점에 침묵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당시 건축의 후진성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교육을 통한 미래에의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르코르뷔지에는 자신의 빈번한 반발을 통해 후진들이 당시의 건축 행태와 교육에서 무엇이 잘못 됐는지,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지 깨닫기를 바랐다. 이 책이 그 가르침을 되새겨 보면서 이미 널리 알려진 그의 건축정신을 또 다른 각도에서 들여다보고, 오늘날 우리의 건축교육과의 연관성과 더불어 보완할 점이 무엇인지를 점검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건축에 종사하는 우리 각자의 자세를 되돌아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며, 그가 제시했던 건축교육의 올바른 길을 따라 나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