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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력
저자 : 이남훈
출판사 : 지음미디어
출판년 : 2017
정가 : 12000, ISBN : 9791195981007
책소개
필력이 곧 내 그릇의 크기
세계적인 명문 하버드 대학에서 졸업생 1,600명을 대상으로, 졸업 이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물었다. 그 결과 무려 응답자의 90%가 글쓰기 능력을 꼽았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글쓰기 능력이 성공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대답이 77.7%에 달했다. 그러나 정작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를 어려워한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 일단 ‘글’이라고 하면 ‘좋은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마음에 부담감이 생기고, 첫 문장을 어떻게 써야할지 난감해서 머리를 쥐어뜯는다. 그러다가 ‘일단 한번 써보고 고치자’는 생각에 글을 시작하지만 나중에 보면 뒤죽박죽, 중구난방. 이즈음이 되면 거의 자포자기의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 책 『필력』은 기존의 글쓰기 방법론에 대한 반론으로 시작한다. 아마도 일반적인 글쓰기 책이나 강연에서 소개하는 것과는 다른 내용이 많을 것이다. 이어서 글의 화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소개된다. 메시지, 차별화, 문체, 포지셔닝, 팩트와 해석, 글쓰기 습관까지 폭넓게 다룬다. 독서법에 대한 언급도 있다. 철학, 비평, 기호학 등이 등장하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교양 수준이며, 글쓰기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더불어 단어장 사용, 일상에서의 기사쓰기 등 구체적인 방법론도 함께 실었다. 마지막에는 출판사와 편집자의 목소리를 담았다. 그들의 속마음을 듣는 자리이니만큼 출간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다.
목차
필력 때문에 손해 본 적이 있는 사람에게
그런데 이 견고한 평가 프레임이 충격적인 반전으로 뒤집힐 때가 있다. ‘이 사람이 내가 알던 그 사람이라고?’ 이러한 놀라움과 함께 인식의 급격한 수정, 수직상승의 재평가를 부르는 경우란 과연 언제일까? 바로 그에게서 절묘한 말솜씨와 글솜씨를 볼 때다. 말과 글은 곧 그 사람의 생각이고, 생각의 탁월함이야말로 사람을 판단하는 최고 기준이기 때문이다.(중략)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있었나 싶을 정도로 존재감이 흐릿했던 그가 조직의 핵심 사안에 대해 자기 의견을 탁월한 글로 개진했을 때 우리는 그를 말 그대로 ‘다시’ 본다. 그간 소심함으로 비췄던 소극적인 의사 표현은 겸손함이 된다.--- p.5~6
짧은 문장이 좋다는 신화
짧은 문장이 최선이라면, 라면은 최고의 음식인가? 문장을 짧게 쓸 것을 권하면서 흔히 드는 사례가 김훈 작가의 문장이다. 심지어 ‘주어+동사’로만 구성된 것이 있을 정도로 극단적인 김훈의 단문은 긴 문장에 지친 사람에게 단순명료함의 상쾌함을 선사 한다.(중략) 그러나 이는 『칼의 노래』에 한정되며, 김훈이라는 작가에게나 어울리는 작법이다. 일반적인 글에서 ‘주어+동사’로만 이뤄진 단문으로 계속 단락이 이어진다면, 그것은 ‘초등학생 글쓰기’라는 비난에 직면할 것이다. ‘나는 오늘 친구를 만났다. 친구와 게임을 했다. 그런데 친구 엄마가 친구를 찾아왔다. 배가 고파서 밥을 먹었다…’--- p.34~35
SNS 세대의 비애
누구도 ‘배가 고프다, 밥 먹어야 한다, 짜장면 먹자, 단무지가 많아야 할 텐데’라고 사고하지 않는다. 글쓰기라는 것이 결국 생각을 옮기는 과정이라면, 과한 단문은 종합적인 사고력을 담아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부자연스럽기까지 하다. 무턱대고 짧게 쓰지 말라. 모든 문장이 짧아야 한다는 강박은 편협함을 넘어 옹졸함에 가깝다. 생각을 충분히 했고 정리도 잘 됐다면 복문 구사를 고려하라. 단문이 주지 못하는 유려함과 종합적 표현 능력으로 읽는이를 사로잡을 것이다.--- p.38~39
무조건 많이 쓰라는 신화
결과적으로, 많이 쓰라는 조언의 앞뒤에는 다음과 같은 두 개의 조건절이 있어야 한다. ‘(하나의 글을 완전히 마무리해 나가면서) 많이 써라.(그리고 완성도 높은 글과 비교하라)’ 베테랑 의사가 초보 의사에게 수술 노하우를 알려준다면서 무조건 수술 경험을 많이 쌓으라고 하면 어떨까? 많이 한다고 실력이 늘까? 무턱대고 하는 노력은 비효율을 낳고 스스로를 막막하게 만들 뿐이며, 결국에는 한계에 부딪히게 되어 있다.--- p.53~54
결론부터 내려놓고 시작하기
짧지만 순식간에 그럴 듯한 하나의 글이 탄생했다. 시작은 바로 결론이었다. 이처럼 글은 결론이라는 메시지에서 탄생한다. 글의 길이가 하나의 단락 정도이든, 한 권의 책이든 그 과정은 모두 같다. 결론을 먼저 세워놓고 ‘왜’와 ‘어떻게’를 붙여가면서 여기에 메시지가 가지는 주요 내용인 사실, 정보, 경고, 교훈, 의도 등을 담으면 된다. 글은 무작정 쓰는 것이 아니다. 결론을 명확하게 내려놓은 상태에서 첫 문장으로 물꼬를 트고 단락으로 확대되면서 단락과 단락이 연쇄적으로 연결되는 하나의 시스템이다.--- p.87~88
경험하지 않고도 잘 쓰는 법
이를 누구보다 잘 보여주는 사람이 미국의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이다. 그녀가 쓴 『국화와 칼』은 전후의 일본과 일본인에 대해 가장 잘 설명한 책으로, 일본론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명저이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이 책의 집필 과정이다. 『국화와 칼』은 1944년 미국 국무부로부터 의뢰를 받아 집필이 시작됐지만, 사실 그녀는 쓰는 내내 일본을 단 한 차례도 가지 않았다.(중략) 그러나 그녀에게는 무기가 있었다. 도서관에 보관된 수많은 일본관련 자료와 그간 알고 지내던 일본인 친구들이 바로 그녀의 필살기였다. 그녀는 도서관에서 자료를 분석하며 ‘팩트’를 챙겼고 일본인 친구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취재’를 했다. 그리고 이 팩트와 취재를 결합해 『국화와 칼』이라는 탁월한 결과물을 내놓았다.--- p.127~128
‘당연히’를 깨는 방법
당연한 것을 깨는 여행을 위해 몇 가지 지켜야 할 것이 있다. 우선, 관광지만 찾아다녀서는 안 된다. 명소의 풍경은 어디를 가도 비슷하다. 기념물이 있고, 관광객이 모이고, 사진찍기가 주를 이룬다. 이런 곳에서 새로운 자극을 바랄 수는 없다. 두 번째, 사진 찍기는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사진 찍기는 생각을 정지시킨다. 사진을 찍기보다는 그 이면에 존재하는 문화를 관찰하고, 왜 그런 문화가 생겨났는지 생각해야 한다.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로 큰 화제를 불러 모았던 홍세화 저널리스트는 “여행을 뒤통수로 하지 말라”는 조언을 했다. 유명 관광지를 사진의 배경으로 놓고 사진만 찍다가는 마음으로 풍경을 느끼고 사유하는 시간을 빼앗기고 뒤통수만 호강시킨다는 이야기다.--- p.161~162
외로움과 친구가 되는 법
글을 쓰는 시간은 가장 외로운 시간이다. 사람과 함께 있으면서 글을 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글 쓰는 일은 누구도 도울 수 없다. 형제나 가족도 글을 쓰는 시간에는 방해가 된다. 오로지 혼자 해야 하는 일이다. 외로움의 시간은 관찰의 시간이기도 하다. 관찰은 메시지 만들기의 첫 단계이다. 어떤 것을 보고 또 보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면, 대상물이 가지고 있는 새로운 면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 새로운 면을 극대화·상징화시켰을 때 ‘차별화된 표현’과 ‘다른 메시지’를 찾아낼 수 있다.(중략) 관찰은 나와 대상과의 객관적 거리를 통해서 대상의 특징을 파악하게 해준다. 대상 속으로 파고들어 가는 것도 이해의 한 방법이지만,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는 방법 역시 실체를 여는 열쇠이다. 폴 세잔이 “나는 잘 보기 위해 눈을 감는다”라고 말했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