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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피나와 검은 망토
저자 : 로버트 비티
출판사 : 아르볼
출판년 : 2018
정가 : 14000, ISBN : 9791162040355
책소개
빠져들 수밖에 없는 최고의 판타지가 펼쳐진다
전 세계 수많은 독자들을 새로운 판타지의 세계로 이끈 화제작 『세라피나와 검은 망토』가 드디어 우리 곁에 왔다. 아마존이 주목하는 작가 로버트 비티의 세라피나 시리즈 3권 중 첫 번째 작품이다. 실존하는 빌트모어 저택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공포스러운 사건들과 이에 맞서는 세라피나의 이야기는 섬뜩하고, 흥미진진하고, 황홀하기까지 하다. 판타지를 사랑하는 독자들이라면 좀처럼 이 책에서 눈을 뗄 수 없을 것이다.
목차
아빠 말고도 석수와 목수 등 근처 산간 지역에 사는 기술자 수백 명이 애쉬빌에 모여들어 빌트모어 대저택을 짓는 일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때도 아빠는 기계를 보수하는 일을 맡았다고 했다. 그러나 공사가 끝나고 지하실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 하나둘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갈 때도 아빠와 세라피나는 여기 남았다. 거대한 배의 엔진실에 숨어든 밀항자처럼 두 사람은 지하실에 남아, 난방 파이프와 공구 틈바구니에서 숨어 살았다. 사실 아빠와 세라피나에게는 돌아갈 곳도, 기다리는 가족도 없었다. 세라피나가 엄마에 대해 물어볼 때마다 아빠는 묵묵부답이었다. 아빠에게는 세라피나가 전부였고 세라피나에게는 아빠가 전부였다. 세라피나가 기억하는 한 처음부터 여기 지하실이 두 사람의 집이었다. --- p.23~24
아빠는 절대 아니라고 했지만 세라피나는 자신의 외모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세라피나의 작고 마른 몸에는 군살이라곤 하나 없었고 근육과 뼈와 힘줄이 대부분이었다. 세라피나는 변변한 드레스도 한 벌 없었다. 아빠의 낡은 작업 셔츠 위에 작업실 구석에서 굴러다니던 노끈을 허리띠처럼 졸라매어 입고 다녔다. 아빠는 세라피나에게 옷을 사 주지 않았다. 여자아이 옷을 사러 나갔다가 괜히 마을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참견받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 아빠는 남의 간섭이라면 질색인 사람이었다. --- p.29
검은 망토를 입은 남자는 소녀를 집어삼킨 뒤 잠시 격렬한 발작을 일으켰다. 섬뜩한 빛과 음산한 안개가 남자의 주위를 둘러쌌다. 시체 썩는 듯한 끔찍한 악취가 코를 찔렀다. 세라피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고 냄새를 맡지 않으려고 콧잔등에 잔뜩 힘을 주고 입을 꾹 다물었다. 바로 그때 검은 망토를 입은 남자가 휙 몸을 돌려 세라피나를 보았다. 세라피나가 숨을 참느라 공기를 들이마실 때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낸 모양이었다. 거대한 발톱이 심장을 움켜쥔 듯한 느낌이 온몸을 엄습했다. 망토 자락이 남자의 얼굴을 덮고 있었지만 세라피나는 섬뜩한 빛이 감도는 그 두 눈을 똑똑히 보았다.
세라피나는 극심한 공포에 질려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검은 망토를 입은 남자가 세라피나를 보며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얘야, 난 널 해치지 않아.” --- p.38
그때 검은 정장을 입은 키 큰 신사 한 명이 다가왔다. 문득 여기 모인 신사들 가운데 검은 망토를 입은 남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젯밤 검은 망토를 뒤집어쓴 남자는 분명 유령 같은 존재였다. 얼굴은 보이지 않고 어둠 속에서 눈만 기괴하게 빛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라피나가 검은 망토를 물었을 때 분명 입안에서는 피 맛이 났다. 또 하나, 검은 망토는 세라피나가 지금까지 보아 왔던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어둠 속에서 랜턴을 들고 다녔다. 그 말은 곧 유령 같은 존재이지만 동시에 보통 사람이기도 하다는 뜻이었다. 세라피나는 최대한 침착하게 남자들만 훑어보기 시작했다. 검은 망토가 지금 여기 있지는 않을까? --- p.56
세라피나는 가만히 서서 한참 동안 생각했다. 왜 자신만 살아남고 다른 아이들은 살아남지 못했을까? 세라피나는 스스로에게 다시 물었다. 나는 선한 존재일까 악한 존재일까? 세라피나는 어둠의 세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하지만 나는 어느 편이지? 나는 어둠의 편일까 빛의 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