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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감으면 보이는 것들 (월가 시각장애인 애널리스트가 전하는 일상의 기적)
저자 : 신순규
출판사 : 판미동
출판년 : 2015
정가 : 12800, ISBN : 9791158880194
책소개
“꿈, 일, 가족, 본다는 것…
누군가에겐 평범한 일이지만
나에겐 기적 같은 일”
월가 시각장애인 애널리스트 신순규가 전하는
우리가 살면서 잊지 말아야 할 소중한 것들
시각장애를 넘어 하버드에서 월스트리트까지
스펙보다 더 소중한 삶의 가치를 나누다
미 월가의 시각장애인 애널리스트 신순규가 바쁜 현대인들에게 일상적인 것들의 소중함을 전하는 에세이 『눈 감으면 보이는 것들』이 판미동에서 출간되었다. 아홉 살에 완전히 시력을 잃은 1급 시각장애인, 하버드와 MIT에서 공부한 명문대 졸업생, JP모건과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먼에서 20년 넘게 일해 온 베테랑 애널리스트, 세계 최초의 시각장애인 공인재무분석사(CFA)… 이런 거창한 타이틀보다는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빠, 친구, 동료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며 평범하게 살아가기 위해 부단히도 애쓰는 저자가 눈이 보이지 않아서 얻을 수 있었던 삶의 단순한 지혜와 일상에서 느끼는 감동의 순간들을 전한다. 이 놀라운 ‘일상의 기적’들을 세상과 나누고 싶어서 지난 3년간 점자 컴퓨터로 써 내려간 뜨거운 진심이 이 책의 페이지 곳곳에 숨 쉬고 있다.
목차
그러면 왜 나와 결혼할 생각을 했느냐고 물었다. 근주는 세 가지를 말해 주었다. 말이 통하는 사람, 믿음이 가는 사람, 그리고 항상 내 편이 되어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었다. 같은 질문에 나는 이렇게 말해 주었다. 무엇보다 나는 근주의 자신감이 좋았다고. 같이 걸어 다닐 때 우리에게 쏟아지는 눈길, 특히 한국 사람들로부터 받는 관심에 대해 근주는 결코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우리 사이를 사람들에게 밝힌 뒤, 근주는 나와 데이트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고, 또 그렇게 행동했다. 내가 나의 직업에 대해 걱정할 때, 근주는 자기 혼자 벌어도 둘이 충분히 먹고살 수 있다고 말해 주었다. 그런 자신감을 나는 소중하게 생각했다.
돌아보면 결혼을 꿈꾸고 준비할 때, 위시리스트를 두 개 작성해야 했다. 나의 배우자가 어떤 사람이었으면 하는 리스트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배우자에게 어떤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목록을 작성하고 준비하는 것이었다. 근주는 그녀의 당당함으로 나에게 자신감을 선물해 주었고, 나는 근주에게 평생 한편이 되어 줄 거란 믿음을 주었다.
- 마음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이에게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p.38
활을 쏘기 위해 내가 서 있을 장소와 표적을 고정해 놓고, 그것을 바라보는 각도가 잘못되지 않도록 교실 책상을 내 앞에 반듯하게 놓아두었다. 나는 그 책상 뒤에 서서 어깨를 똑바로 하도록 노력했다. 고개를 들고 정면을 바라볼 때 내 얼굴이 정확하게 표적을 향할 수 있도록. 그리고 활에 화살을 넣고, 화살이 나의 정면에 있는 표적을 향하도록 방향을 맞춰 쏘았다. 쏘고 또 쏘고, 양궁 반 친구들이 화살을 주워다 주면 계속 또 쏘았다. 표적에 화살이 박히면 반 친구들이 크게 소리치면서 박수를 쳐 주곤 했는데, 물론 나는 그 소리를 자주 듣지는 못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내가 배운 것은 양궁이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절실하게 얻은 것은 “세상에는 앞을 볼 수 없는 사람들이 할 수 없는 일이 많다.”는 일상적인 생각에서 나 자신을 탈출시키는 지혜였다.
- 편견에 눈이 가리면 안 됩니다: 세상을 왜곡되어 보이게 하는 것들--- p.44
사람의 오감 중 정보를 가장 많이, 빨리, 그리고 대체로 정확하게 제공해 주는 것은 시각이다. 그 시각을 나는 아홉 살 때 잃었다. 그러나 현대를 사는 우리가 시각을 통해, 특히 스크린을 통해 받아들이는 것 중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시각장애인은 눈을 통해서 볼 수 있는 권리를 잃은 사람이다. 하지만 현대인 대부분은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을 거부할 자유를 자발적으로 포기하고 사는 듯하다. 그래서 정작 보아야 할 것들, 부모의 사랑을 갈망하는 아이들의 눈빛, 화가 났을 때도 감출 수 없는 엄마의 애틋한 표정, 외로움으로 어두워진 배우자의 얼굴빛 등을 보지 못한다. 대중매체나 소셜 네트워크에 사로잡히기 쉬운 오늘, 거기에서 눈을 떼고 사랑하는 이들의 얼굴을 자세히, 더 자주 바라본다면, 세상의 ‘소음’에서 빠져나와 우리에게 소중한 ‘신호’를 더 의식하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 덜 보아야 소중한 것들을 볼 수 있습니다: ‘소음’에서 ‘신호’ 구별해 내기--- p.53
길을 가다 보면 돌아가야 하는 때도 있고, 방향을 다시 잡아야 하는 때도 있다. 아예 목적지를 바꾸어 가야 할 때도 있다. 중요한 것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가는 것이다. 끊임없는 커브길, 오르내림이 심한 언덕길, 그리고 장애물이 수두룩한 위험한 길이 우리 앞에 나타날 거라고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면 험난한 길 위에서도 자신감과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 길은 언제든 재탐색할 수 있습니다: 맹학교에서 일반 학교로, 피아니스트에서 의사로--- p.75
언젠가 내가 대드에게 이렇게 물었다. 세상에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은데, 누구를 도와야 할지 어떻게 결정하느냐고.
대드는 이러한 답으로 내 머릿속에 영원히 남을 그림을 그려 주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불가사리가 바닷가를 뒤덮고 있었다고 한다. 아마도 밀물에 잘못 밀려 들어왔던 모양이다. 두 사람이 그 바닷가를 따라 걷고 있었는데, 앞선 사람이 걸으면서 한두 개씩 불가사리를 주워 바다로 던지는 게 아닌가. 뒤에서 걷던 사람이 앞사람에게 물었다. 천 마리 만 마리도 넘는 불가사리 중 이렇게 몇 마리만 살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그러자 앞사람은 이렇게 답했다. 바다로 돌아가는 이 몇 마리에게는 아주 큰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고.
- 세상과 관계 맺는 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아빠의 역할에 대하여--- p.121
사랑은 둘이 하는 거라고 많은 사람이 믿는다. 그래서 연애도 둘이 하고, 결혼도 둘이 한다. 하지만 우리는 참사랑, 정말 찐하게 사랑하려면 적어도 셋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둘의 사랑에서 비롯된 아이, 혹은 아이들을 같이 사랑하며 키울 때야말로, 사랑에서 비롯되는 기쁨, 아픔, 즐거움, 슬픔을 다 맛볼 수 있으니까.
- 참사랑은 적어도 셋이 하는 것: 아이를 갖는다는 것의 의미--- p.132
신앙을 가진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느냐는 질문에 최고의 답은 없는 것 같다. 그 답을 찾으려고 노력했던 나에게는 이 세 가지 메시지가 제일 의미 있게 다가왔다. 나를 나보다 더 잘 아시는 하나님을 믿고 모든 것에 감사하는 삶, 영적 성장을 위해서 훈련하는 삶 그리고 은혜를 받기만 하지 말고 베푸는 삶. 이 셋 중 하나만을 선택하라면, 나는 은혜, 즉 그레이스를 택할 것이다. 감사하는 삶과 영적 훈련을 하는 삶은 나를 위한 것이지만, 은혜를 경험한 사람이 그것을 다시 베푸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혼자만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다른 이들을 돕는 삶을 산다는 뜻일 테니까.
- 받은 것을 되돌려 주는 삶: 내 삶을 바꾼 세 가지 메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