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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고르는 여자들
저자 : 레슬리 피어스
출판사 : 나무의철학
출판년 : 2019
정가 : 14800, ISBN : 9791158511579
책소개
“이렇게 살기엔 내가 너무 아까워.”
1천만 부 판매, 전 세계 젊은 독자들을 사로잡은
스릴러 여왕의 도발적인 장편 미스터리
세계적인 팬덤을 거느린 베스트셀러 작가 ‘레슬리 피어스’의 최초 한국어판 출간작이다. 페이지를 넘기면 ‘평범’이란 단어에 꼭 들어맞는 일상을 보내던 케이티가 어둡고 축축한 범죄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가 정교한 짜임새로 진행된다. 영국 전역을 넘나들며 진행되는 서사는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긴박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하나의 장르로 특정할 수 없는 작가의 역량이 돋보이는 수작으로, 여성의 목소리가 차단된 시대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낸 역사 소설인 동시에 범죄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 나서는 대범한 주인공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미스터리 소설이기도 하다.
작품 전개에서 두 개의 큰 축을 이루는 공간은 벡스힐과 런던이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도 은폐할 수 있을 것 같은 조용한 동네 벡스힐과 산업과 문화의 발상지인 화려한 도시 런던. 영국에서 가장 지루한 동네로 불리는 벡스힐에서 자란 케이티는 런던 생활에 대한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 월급이 더 높은 직장을 구했고, 소꿉친구인 질리와는 플랫메이트가 될 예정이다. 토요일 밤, 클럽에 가면 매너 좋고 잘생긴 남자들과 술을 마실 수도 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사사건건 감시하려는 엄마의 눈을 피해, 자신의 집 맞은편에 살던 글로리아 아줌마를 죽이고 아빠에게 누명을 씌운 방화 살인범을 찾아 나서는 것도 가능하다. 그런데 이 완벽한 미래에 문제가 생긴다. 분명 질리를 만나러 집에서 나온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정신을 잃은 케이티가 눈을 뜬 곳은 차갑고 냄새나는 지하실 침대 위였다.
작가는 살인과 납치라는 미스터리 스릴러의 전통적인 소재에 현재진행형인 사회적 이슈를 더함으로써 ‘뉴 클래식’을 창조해낸다. 수많은 독자들이 그의 소설 속 캐릭터들에 공감하며 애정 어린 지지를 보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데뷔작부터 함께해온 독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레슬리 피어스는 한 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다.” 이는 작가가 작품 속 인물들도, 작품 밖 독자들도 ‘행복해지는 것’을 선택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바로, 지금.
목차
하지만 안방에 들어선 케이티와 로버트는 엄마의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길 건너편에서 타오르는 불길에 한밤중인데도 거리가 대낮처럼 환했다. 새빨간 불길이 맞은편 26번지 집의 정면을 집어삼켰다. 그야말로 불바다였다.
--- p.11
“부모님이 아니라 너를 위해 살아야지.” 글로리아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 드레스 입으니까 꼭 모델 같다, 얘. 남자애들이 다 반하겠어. 그리고 네 아빠라면 벡스힐이 젊은이들에게 고리타분한 곳이라는 걸 충분히 이해하실 거야.”
--- p.24
대부분의 카페와 레스토랑, 술집은 젊은 사람들로 가득했고 곳곳에서 음악이 흘러나왔다. 케이티가 감탄했다. “진짜 상상도 못 해본 것들이네. 여기 살면 매일이 즐겁겠지?” 인파에 섞여 있던 둘은 부동산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창문에 붙은 종이를 보고 나자 이곳이 닿을 수 없는 세상처럼 느껴졌다. 질리가 말했다. “괜찮아. 언제든 다시 오면 되지. 지금은 그냥 술이나 마시면서 괜찮은 남자를 찾아보자.”
--- p.43
어제 본햄과 헤어진 후에는 질리네 집에 들러 같이 점심을 먹었다. 집에 늦는다고 전화를 해뒀지만 6시쯤 돌아갔을 땐 엄마가 호통을 쳤다. 케이티는 가끔 엄마가 피해자 역할의 연기를 전공한 건 아닌지 의심이 됐다. ‘난 늘 혼자야!’라고 외치는 듯한 패턴화된 과정이 있었다. 케이티는 엄마가 경찰에게 남편이 방화범이라고 하지 않았다면 혼자가 아니었을 거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엄마가 정말 그랬을 거라고 확신할 수는 없어서 참았다.
--- p.57
“저한테 글로리아는 단순한 친구가 아니었어요. 같은 공포를 견뎌낸 자매였죠. 우리는 런던 중심에 있는 병원에서 만났어요. 1950년이었죠. 둘 다 남들이 부러워할 편한 중산층 인생을 살고 있었고요. 남편들은 교양 있는 전문직 종사자였죠. 그런데 그날 밤, 우리는 남편에게 맞아 심하게 다친 상태였어요. (...) 아이들이 있었으면 병원에 안 갔을 거예요. 그냥 다른 때처럼 대충 치료하고 낫기를 기다리거나 다음 날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나서야 병원에 들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