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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변동의 계급 동학
농업 변동의 계급 동학
저자 : 헨리 번스타인
출판사 : 따비
출판년 : 2018
정가 : 14000, ISBN : 9788998439477

책소개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번스타인의 문제의식은 ‘변화하는 지구-지역적 농업 구조에서 농민을 계급적으로 바라보기 위한 정치경제학적 관점을 제공하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근대 세계 이후 농업 변동을 이해하려면 자본주의 발전 과정을 핵심에 두어야 한다. 이는 농업이나 농민이 전근대적 혹은 비자본주의적일 것이라는 순진한 사고를 기각하는 것에서 시작될 수 있다. 또한 그는 농민을 ‘땅의 사람들’이라는 단일체로 바라보는 것을 거부한다. 농업 변동과 농민 내에서의 계급 역동성에 따라 역사적으로 그리고 오늘날의 현실에서는 매우 복잡하고 혼종된 상황이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옮긴이 서문 중에서

자본주의 체제에서 농민 계급은 변혁운동가 그리고 사회학자들에게 늘 골칫거리였다. 다수의 임노동자를 고용해 영농을 하는 대농과 가족이 모두 달려들어 농사를 지어 겨우 먹고살 만한 소출을 내는 소농을 같은 계급이라 할 수 있을까? 아무리 작아도, 토지라는 자본을 소유한 농민이 혁신의 주체가 될 수 있을까?

농업 정치경제학자인 번스타인은 자본주의의 기원과 초기 발전 단계로부터 식민 시기 말까지의 농업 회사의 규모, 농산품 교역의 지리적 범위, 농산품 무역량과 무역 가치가 몇 차례에 걸쳐 팽창되었음을 확인한다. 그리고 20세기의 발전주의 시기와 신자유주의 지구화를 거치며 ‘한때 가장 지역적 행위였던, 즉 먹고사는 일로서의 영농(farming)이 산업으로서 농업 혹은 농업 부문(agricultural sector)으로 이행했으며, 그것이 ‘자본주의 내에서 농업 시장의 지리적 팽창, 즉 수요지와 공급지 사이의 거리 확대와 상품관계와 노동의 사회적 분업의 집약화 및 심화를 통한 사회적 규모의 증가와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런 변화 속에서 소농(peasant), 소규모 농민(small-scale farmer), 가족농(family farmer)은 어떤 위치에 있을까? 이런 용어는 보통 단순 재생산, 다시 말해 가족의 먹거리 정도만을 자급할 수 있는 가족 영농을 가리키며, 종종 연대, 상호성, 마을 내 평등, 마을에 기반을 둔 삶의 방식과 가치에 대한 헌신, 공동체, 친족, 지역과 같은 특성이 강조된다. 그리하여 일부 학자의 ‘소농 옹호론’은 근대 자본주의 세계의 형성 과정에서 소농을 없애거나 그 기반을 약화시키는 모든 강제에 반대한다.
번스타인이 책을 시작하며 현대 제3세계의 농민이 처한 현실을 다섯 가지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1960년대 말 인도의 국민회의 정부가 녹색혁명을 도입한 뒤 수혜를 얻어 부농이 된 농민, 가장 기본적 필요인 충분한 먹거리의 확보를 위한 일상의 가혹한 투쟁을 해야만 하는 방글라데시의 무토지 농민, 커피 재배에 토지, 노동, 기타 자원이 집중되어 가정에서 먹을 먹거리 재배를 제대로 할 수 없는 탄자니아의 농민(여기에 농촌의 젠더관계가 얽힌다), 브라질에서 야생 고무 채취로 생계를 꾸려가는 원주민들과 대규모 목장을 위한 초지 조성이나 그 동물들의 사료로 가공될 대두를 심기 위해 숲을 개간하려는 사람들 사이의 갈등 사례, 카카오 국제 시장 가격이 급락하자 농장을 유기한 대지주의 땅에서 농사를 지었지만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에콰도르 농민의 사례다. 이런 사례를 통해 남반부 여러 지역 농민들의 삶의 양식이 영농 방식, 사회적 관계, 시장 조건, 농업 투입재, 노동력의 규모, 농장 환경에 따라 얼마나 다양한지 알 수 있다.

저자는 이런 사례들과 함께 자본주의 발전과 농업의 변화를 살펴본다. 자본주의의 발전은 소규모 영농의 사회적 특성을 크게 두 측면에서 변화시켰다. 첫째, 소농은 자신의 생계수단을 시장과 광범위한 노동의 사회적 분업에 통합되어 생산할 수밖에 없는 단순상품생산자(petty commodity producer)가 되었으며, 이런 ‘생계의 상품화(commodification of subsistence)’는 자본주의 발전의 핵심적 원동력이다. 둘째, 단순상품생산자 사이에서도 계급 분화가 발생했다.

번스타인은, 소농이나 가족농이 하나의 계급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내부에서도 소규모 자본주의적 농민, 상대적으로 성공한 단순상품생산자, 임노동자와 같은 계급‘들’로 분화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복잡성에 대한 과학적 인식이야말로 농촌에서의 계급 투쟁과 저항을 어떻게 바라보고 조직할 것인가에 제대로 된 답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목차



ICAS의 ‘농업 변동과 소농 연구 시리즈’에 관해 5
편집인 서문 8
옮긴이 서문 11

서론. 농업 변동의 정치경제학 18
큰 그림: 영농과 세계 인구 / 오늘날 농민은 누구인가 / 마르크스 정치경제학

1. 생산과 생산성 36
노동과 자연 / 노동분업과 협동 / 재생산 / 잉여, 착취, 축적 / 정치경제학의 네 가지 핵심 질문

2. 자본주의의 기원과초기 발전 56
자본주의의 규정적 특성 / 자본주의의 기원 1: 농업 이행의 경로 / 자본주의의 기원 2: 상업자본주의의 오랜 도정 / 이론과 역사: 복잡성

3. 식민주의와 자본주의 76
식민주의의 단계들 / 식민주의와 농업 변동 / 식민주의에서의 노동체제

4. 영농과 농업, 지역과 전 지구 110
영농에서 농업으로 / ‘자연의 메트로폴리스’와 제1차 국제식량체제(1870년대부터 1914년) / 자유무역에서 보호주의까지(1914년부터 1940년대) / 제2차 국제식량체제(1940년대부터 1970년대) / 발전주의 시대의 농업 근대화(1950년대부터 1970년대) / 결론

5. 신자유주의 지구화와 세계 농업 138
제2차 국제식량체제의 붕괴 / 신자유주의 시기의 지구적 농업 / 발전주의의 종말 / 소농의 종말?

6. 자본주의적 농업과 비자본주의적 농민? 154
자본주의적 농업에서의 장애물 / 해석: 자본에 대한 가족농의 이득? / 저항의 역할 / 토지개혁의 사례들 / 결론

7. 농촌의 계급 구성 174
가족농의 계급적 동학 / 노동의 계급들 / 결론

8. 계급의 복잡성 196
경제사회학과 정치사회학 / 농촌에서의 계급 투쟁 / 땅의 사람들 / 결론 209

용어 해설 212
참고문헌 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