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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함께한 마지막 날들
아버지와 함께한 마지막 날들
저자 : 필립 톨레다노
출판사 : 저공비행
출판년 : 2013
정가 : 13000, ISBN : 9788997914012

책소개


96세 아버지 홀로된 후 숨을 거두는 날까지
38세 사진작가 아들이 써내려간 사진 일기


2006년 9월 4일 사진작가 필립 톨레다노는 사랑하는 어머니를 잃었다. 난데없는 이별이었다. 어머니의 예기치 못한 타계로 흘린 회한의 눈물이 마르기도 전에, 설상가상으로 아버지가 심각한 기억상실에 시달린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졌다. 단기기억 상실을 동반한 치매를 앓고 계신 아버지를 모시고 산 지 일 년여가 지나, 그는 사진을 찍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웹사이트를 만들어 아버지와의 소소한 일상을 사진과 단상에 담아 올리기 시작했다. 정신이 허물어진 연로한 아버지와 함께하는 하루하루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이자 즐거운 폭로였다.

그런데 뜻밖의 일들이 벌어졌다. 놀랍게도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웹사이트에 찾아와 뜨겁게 반응했던 것이다. 수년간 교류가 없었던 아버지에게 연락을 드려야겠다고 고백하는 아들,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고 말하는 자식, 부모님 생전에 작별인사를 나눌 기회를 놓치는 바람에 두고두고 후회가 된다고 털어놓는 사람 등등이 쓴 댓글과 이메일이 쇄도했다.

치매에 걸린 100세에 가까운 나이의 아버지를 모신다는 것은 얼마나 힘겨운 일이었을까. 하지만 저자 필립 톨레다노는 아버지와 함께한 나날에 정말로 감사한다고, 이보다 더 큰 선물은 없을 거라고 말한다. 3년여의 시간 동안, 말하지 못한 채 가슴에 묻어둔 이야기 같은 건 하나도 없으며, 서로 바닥까지 다 보여주면서도 한 점 후회 없이 사랑을 나누었기 때문이다. 그는 아버지가 얼마나 재미있는 분인지를, 자식이 이룬 것에 대해 당신께서 자부심을 느꼈음을 알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의 글과 사진은 슬플 때보다 재미있을 때가 더 많다. 또한 애정 어린 시선을 잃는 법이 없다. 무엇보다도 과장하거나 신파에 기대지 않고 진솔하면서도 절제된 표현으로 일상을 그려냄으로써 깊고 뭉근한 여운을 남긴다. 어머니와의 난데없는 이별을 통해 후회없이 사랑할 지혜를 배우고 이를 실천한 아들의 기록은, 자식으로서 '후회할 운명'을 지닌 우리에게 바로 지금이 사랑을 표현할 때임을 일깨운다.

목차


나는 오래지 않아 깨달았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셨다는 사실을
언제까지 앵무새처럼 얘기할 수 없음을.
어머니가 더는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계속 상기하는 것은 아버지에게도, 내게도
참으로 못할 짓임을.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어머니는 파리에 가셨다고,
거기서 병상에 있는 외삼촌을 돌보시는 중이라고
둘러대기로 말이다.
그렇게 해서 어머니는 지금 파리에 계신다. --- p.6

아버지는 소싯적 대단한 미남이셨다.
‘영화배우처럼 잘생긴’이란 말이 있지 않나.
우리 아버지가 딱 그랬다.
실제로 아버지는
1930년대에 할리우드에서 활동한 영화배우였다.
그리고 얼마간은 스타덤을 누렸다.
이제 아버지는 거울을 볼 때면 핍진한 한 사내를,
더는 아름답지 않은 늙은 사내를 마주한다.
그리고 이루 말할 수 없이 속상해하신다. --- p.12

아버지는 언제나 내게 말씀하신다.
널 정말로 사랑한단다. 너는 천재란다.
단출한 우리 집에 칼라가 시집와 가족이 되어준 게
얼마나 기쁜지 모른단다.
전에는 이런 말씀을 한 번도 하지 않으셨던 분이….
이런 시간을 함께하게 되어 나는 정말로 감사한다. --- p.58

우리 아버지는 정말 재미있는 분이다.
저 작은 쿠키들을 아버지 가슴에 올려놓았더니
이러시는 거다.
“내 찌찌 봐라!”
누군들 웃지 않고 배길까. --- p.74

지난 삼 년의 시간이 내겐 행운이었다.
말하지 못한 채 가슴에 묻어둔 이야기 같은 건
하나도 없다.
그 시간 동안 서로 바닥까지 다 보여주면서도
한 점 후회나 동요 없이 우리는 사랑했다.
당신의 자식이 이룬 것에 대해
아버지가 자부심을 느끼셨음을 알 수 있었다.
또 아버지가 얼마나 재미있는 분인지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보다 더 큰 선물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