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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상처 (타우누스 시리즈. 3)
저자 : 넬레 노이하우스
출판사 : 북로드
출판년 : 2012
정가 : 13800, ISBN : 9788991239920
책소개
한 노인의 기묘한 죽음에서부터 시작된,
독일의 근현대사의 작가적 고찰이 녹아 있는 독일 미스터리의 대표작!
독일 미스터리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타우누스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 저자는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있다고 밝힐 정도로 작가의식과 역사에 관한 고찰이 심도 있게 작품 속에 다루어지고 있다. 피아 형사와 보덴슈타인 반장은 여전히 함께 몇 가지의 사건을 해결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미국 대통령 자문이었던 유대인 노인이 자택에서 마치 나치의 처형을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총살당한 사건을 접하면서, 의문의 ‘16145’라는 숫자와 마주치게 된다. 사건은 여전히 미궁 속에 빠져 잇는 가운데, 또 한 명의 노인이 같은 방법으로 살해당하고 의문의 숫자 ‘16145’가 발견된다.
저자 특유의 섬세한 묘사와 사실적인 인물들은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하다. 저자는 마치 자서전을 쓸 수 있을 정도로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을 세세하게 설정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이번 작품에서 역시 살해 당한 노인들의 삶을 짧지만 세세하게 작품 안에 농축시켜 표현해내고 있다. 몇 가지 사건과 표현만으로도 인물들의 삶을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달하는 그 교묘한 구성은 몇 번을 읽어도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수십 년의 세월을 넘나드는 장대한 구성과 복잡한 사건, 그리고 근현대사에 대한 고찰까지 담아내려 시도하고 있음에도 책을 놓을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목차
“여기 이거 봤어?”
보덴슈타인이 피아에게 물었다.
“뭐요?”
피아가 다가왔다. 그녀는 오늘 머리를 대충 양 갈래로 땋고, 항상 하는 아이라인도 그리지 않았다. 아침에 급히 나왔다는 뜻이다. 그는 손으로 거울을 가리켰다. 피가 튄 거울 한가운데 숫자가 쓰여 있었다. 피아는 눈을 가늘게 뜨고 피로 쓰인 다섯 개의 숫자를 읽었다.
“1, 6, 1, 4, 5. 무슨 뜻이죠?”
“나도 모르지.”
보덴슈타인은 흔적을 지우지 않으려고 조심하며 시체 옆을 지나 집 안으로 들어갔다. 부엌으로 가는 도중에 그는 현관과 복도로 이어지는 공간을 둘러보았다. 집은 단층 주택인데 밖에서 본 것보다 훨씬 넓었다. 고풍스러운 실내장식에 육중한 목제 가구가 인테리어의 주를 이루고 있다. 참나무와 호두나무로 조각한 오래된 가구다. 거실에는 베이지색 바닥에 빛바랜 페르시아 양탄자들이 여기저기 깔려 있다.
“손님이 왔었나 본데요.” ---pp. 16-17
베라 칼텐제는 현관까지 나와 형사들을 맞았다. 눈이 내린 듯한 백발, 총명해 보이는 푸른 눈, 정갈한 옷차림. 노부인의 얼굴에는 오랜 세월의 흔적이 거미줄처럼 새겨져 있었으나 은색 손잡이가 달린 지팡이만 빼면 나이에 비해 상당히 정정해 보였다.
“어서들 와요. 우리 충실한 모어만이 아주 중요한 일로 찾아오셨다고 하던데.”
그녀의 눈에는 반가움이 깃들어 있었고 목소리는 살짝 떨렸다.
“예, 그렇습니다.”
보덴슈타인이 미소에 답하며 손을 내밀었다.
“호프하임 강력반의 올리버 폰 보덴슈타인입니다. 이쪽은 피아 키르히호프 형사고요.”
“아! 가브리엘라가 사위 자랑을 그렇게 하더니 결국 이렇게 만나게 되는구먼.”
그녀는 보덴슈타인을 찬찬히 살폈다.
“득녀하신 기념으로 보낸 선물이 마음에 드셨는지 모르겠네.”
“네, 물론입니다. 감사히 잘 받았습니다.”
보덴슈타인은 베라 칼텐제가 소피아에게 선물을 보낸 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코지마가 잘 알아서 감사의 뜻을 전했을 것이다.
“반가워요, 키르히호프 형사님.”
베라 칼텐제는 이번에는 피아의 손을 잡으며 살뜰하게 인사를 건넸다.
“어쩜, 눈이 예쁘기도 하지! 이렇게 예쁜 경찰관은 처음 봐요.”
그녀가 피아의 눈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말했다. 피아는 원래 그런 칭찬을 귀담아듣지 않지만 웬일인지 이번에는 바로 기분이 좋아져서 겸연쩍게 웃었다. 엄청난 부자에 유명 인사라 고압적인 자세로 나오거나 본 척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허물없이 대하는 것을 보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pp. 99-100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커다란 안경을 쓰고 콧수염을 기른 그는 왠지 슬퍼 보였다. 자주 오는 은행 직원을 닮았다. 그녀는 일단 안심하며 미소를 지었다. 어쩌면 이 사람도 지폐를 몇 장 내놓고 갈지 모른다.
“어때요? 20유로에 한 번 해줄 수 있는데.”
그는 그녀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차분한 얼굴에 아무런 표정도 없다. 그가 빠른 동작으로 오른손을 휘둘렀다. 모니카 크래머는 목에 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반사적으로 목을 거머쥔 그녀는 손에 묻은 피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러나 그것이 자신의 피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한참 걸렸다. 비릿하고 따뜻한 액체가 입안에 고였다. 그녀는 목덜미에 소름이 쫙 끼치는 것을 느끼며 극한의 공포를 맛보았다. 도대체 왜? 그녀가 그에게 무슨 짓을 했기에? 그녀는 뒷걸음질 치다가 개에 걸려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바닥은 온통 피, 그녀의 피로 흥건했다. 그의 손에 들린 칼이 번뜩였다.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그녀가 목소리를 쥐어 짜내 말하고 방어하듯 양팔로 몸을 감쌌다. 개들은 미친 듯이 짖어댔고, 그녀는 필사적인 몸짓으로 손발을 내두르며 저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