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메뉴

본문

안녕 드뷔시
안녕 드뷔시
저자 : 나카야마 시치리
출판사 : 북에이드
출판년 : 2010
정가 : 13000, ISBN : 9788983782922

책소개


드뷔시 〈달빛〉의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펼쳐지는 미스터리 성장소설
2010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 수상작


가족의 죽음과 화상의 고통을 딛고 꿈을 향해 도전하는 소녀 피아니스트의 이야기를 담은 미스터리 성장소설로, 2010년 '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의 대상을 수상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한 소녀의 성장과 음악에 대한 묘사가 뛰어나며, 톡톡 튀는 쇼팽의 에튀드와 영상과의 관계를 중시한 드뷔시의 곡이 작품 전반에 걸쳐 등장해 마치 음악을 함께 듣는 듯한 느낌을 주는 소설이다.

행복한 가정에서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열여섯 살 소녀 하루카는 어느 날 할아버지, 사촌자매와 함께 화재를 당한다. 할아버지와 사촌은 죽고 하루카는 다행히 살았지만 전신 화상을 입는다. 부동산 재벌이던 할아버지의 유언장이 공개되고 소녀는 6억 엔의 유산을 상속받는다. 그러나 전신 화상, 엄청난 규모의 유산 때문에 학교에선 집단 따돌림을 당한다. 그러나 절망의 순간에도 그는 굴하지 않고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해 콩쿠르에 나가기로 한다. 그런데 주위에서 불길한 사건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드디어는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만다. 사법고시 수석 합격자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 피아노 선생 미사키 요스케는 뛰어난 머리로 사건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데…….

목차


“인제 와서 무슨 소리냐? 석 달 전에 그렇게 큰 화상을 입어 놓고 피아노 콩쿠르에 참가하겠다고 하는 쪽이 훨씬 터무니없지.”
신조 선생님은 대답이 궁해진 나를 정면에서 쏘아보았다.
“하지만 난 그런 터무니없는 환자가 좋거든. 성공하는 사람은 원래 어디선가 터무니없는 짓을 하는 법이야. 평탄한 길, 온당한 장소에 연연하는 인간은 등산도 못 하고, 하물며 하늘을 날지는 절대 못 하는 법이다.”
흠칫했다. 비슷한 말을 누구 다른 사람에게 들은 적이 있다.
“전 새가 아니에요.”
“너 자신은 그렇지. 하지만 네가 연주하는 곡엔 날개가 있어. 그날 오락실에서 네 피아노 연주를 몇몇 환자들이 듣고 있었다만, 그중에 축구 선수가 되고 싶었는데 사고로 한쪽 다리를 크게 다친 어린애가 있었어. 수술은 했지만 자유롭게 움직이지 않는 다리에 실망해서 재활 치료에도 건성이었지. 그런데 고작 몇 달 전까지 옴짝달싹도 못했던 여자애가 그 곡을 쳤다는 말을 들은 그날부터 얼굴빛이 달라져서는 재활 치료를 부지런히 시작하더라. 네가 연주한 곡에 날개가 돋아 같은 처지에 있는 환자의 마음에까지 날아간 거다. 네 연주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이 나 하나뿐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야.”

과제곡인 〈달빛〉을 들은 순간, 먼저 아름다운 화음에 놀랐다. 화음의 기본이 되는 도미솔에 음을 더함으로써 소리에 더욱 깊이가 생겼다.
아름다운 음은 한 줄기 달빛이다. 소리가 빛이 되어 마음속에 비쳐 든다. 나도 모르게 눈을 감으니 금세 정경이 떠오르기에 또다시 놀랐다. 드뷔시는 음과 영상의 관계를 중시했노라고 미사키 씨가 해설했는데, 정말 그랬다. 호수에 달빛이 고요히 쏟아진다. 그 휘황한 빛을 받으며 한 쌍의 남녀가 조용히 왈츠를 추고 있다. 시간마저 천천히 흘러간다. 부드러운 바람과 잔물결이 달빛에 반짝이고, 폐허가 된 고성(古城)이 뚜렷이 떠오른다. 한 음이 끊어지기 전에 다음 음이 이어진다. 곡이 끝났을 때 나는 무척 후회하고 있었다. 어째서 이런 곡을 지금까지 적당히 듣고 말았을까. 선율이 아름답다는 생각은 했지만, 진지하게 들으면 이토록 상상력이 환기되는 곡이었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