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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어도 돼?
저자 : 나카지마 타이코
출판사 : 소담출판사
출판년 : 2009
정가 : 10000, ISBN : 9788973819959
책소개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남자가 아니라, 집!
“독신녀는 집 짓지 말라는 법 있나요?”
남자보다, 일보다, 결혼보다 중요한 나만의 꿈, 현대 싱글걸의 새로운 라이프
30대 중반 독신여성 마리. 그녀가 선으로 만난 남자 건축 설계사 후쿠시마에게 부탁하여 자신만의 집을 그려나가는 과정이 심플하고 유쾌하게 그려진 이 소설은 조금은 특별해지길 꿈꾸는 평범한 직장인이자 싱글인 30대 중반 여자의 공감 가는 에피소드들이 뭉클하게 다가온다. 연애도 사랑도 구애 받지 않고 홀로 자립하는 현대 여성상을, ‘집 짓기’라는 영역을 시도해 그려내며, 싱글들이 점점 증가하는 현대사회에 독신자의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제시하고 있다.
'집 짓기'라는 건 어쩐지 매우 ‘가족적’인 행위다. 그래서 작가는 주인공인 싱글걸 ‘마리’를 그 가족적인 분야에 도전시키며, 싱글족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한다. 그렇다고 고학력 고연봉의 화려한 ‘골드미스’ 이야기는 아니다. 주인공 마리는 사촌동생이 하는 수입품 판매 회사에 다니는, 35세의 직장인으로, 토익시험 보는 게 인생에서 유일한 도전인, 평범한 여자다. 어느 날 부자 싱글 이모의 유산으로 집을 물려받고, 그 집 대신 도쿄 외곽의 한적한 땅에 20평 남짓한 집을 짓기로 결심한다. 쓰레기봉투를 버리러 나갔다 계단에서 굴러떨어지고 “마흔이 되기 전에는 결혼해야지”라고 결심하던 삼십대 중반의 여자 마리가, “남자보다 집”을 외치게 되는 과정과 주변의 반대에 부딪히면서도 꿋꿋이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나가는 모습을 통해 잊혀진 꿈, 자신만의 특별함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목차
망상도 하고, 애인이 필요하단 생각도 한다. 그러나 막상 현실에서 남자와 맞닥뜨리면 이야기는 또 다르다. 말 한마디 나눠본 적 없는 남자애한테 초콜릿을 줄 수 있었던, 망상에서 현실로 단번에 점프할 수 있었던, 먼 옛날이 그립다. 내 자신이 어떤 타입을 좋아하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나이였기에 가능했겠지. 그런데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상대를 보자마자 대뜸, 면이구나, 실크군, 레이온인가? 하는 식으로 부류를 나누고, 그걸로 끝이다. 눈이 높아서가 아니라, 상상이 되니까 귀찮은 거다. 그러면서 타인 안에 있을 자리를 바라다니, 그런 모순이 또 없고, 이런 염치없는 말을 하니까 줄곧 혼자인 거다. --- 본문 중에서
“집, 갖고 싶다.”
눈곱만큼이라도 빈 공간에 둘러싸여 있는 독립된 건물. 그 개체를 온전히 가지고 사는 나. 그려본 순간, 머릿속 안개가 걷혀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있을 곳. 서른 중반의, 적극적이거나 활동적이지도 않은 내가 찾고 있는 그것은, 타인에게 의존하는 것도 일로써 성공하는 것도 아닌, ‘장소’ 그 자체였는지도 모른다. 공간으로 지켜지는 개별 장소. 거기서 산다면, 혼자여도 여유로운 시간이 흐를 것만 같다. --- 본문 중에서
“현관문을 열면, 욕실인 집.”
“지친 몸으로 돌아와 거실에 주저앉아 버리면, 씻는 것도 귀찮아서 TV 보고 어쩌고 하면서 마냥 미루게 돼요. 그러니까, 일단 욕실을 거치지 않으면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집, 어때요?” --- 본문 중에서
“난, 초등학교 때 굉장히 몸이 약해서, 병원이나 집에 누워 있을 때가 많았거든요.”
한창 바깥에 나가 뛰어놀고 싶어할 나이인지라 이불 속에서 천장만 보고 있기가 괴로웠다고 한다.
“천장이 자동으로 개폐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나를 가두고 있는 ‘집’이 싫어서.”
그래서 『어린 왕자』의 집이 부러웠다고 한다. 어린 왕자는 우리 집만 한 작은 별에 살고 있다. 별 위에 집이 있는 게 아니라, 별 자체가 집. 이상하지만, 바깥인데 집인 것이다. 어린 왕자가 오도카니 의자에 앉아 석양을 보고 있는 삽화를, 나는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