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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비너스 (히가시노 게이고 장편소설)
위험한 비너스 (히가시노 게이고 장편소설)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출판사 : 현대문학
출판년 : 2017
정가 : 14800, ISBN : 9788972758242

책소개


이 책의 미스터리는 단 하나가 아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2017년 최신작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신작 『위험한 비너스』가 현대문학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1985년 『방과 후』로 제31회 에도가와란포상을 수상하면서 화려하게 데뷔한 히가시노 게이고는 30년이 넘는 작가 생활 동안 치밀한 트릭과 반전이 빛나는 본격 추리소설부터 우리 시대의 문제점을 파고든 사회파 작품, 서스펜스, 판타지, SF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미스터리의 경계를 넓혀온 ‘일본 추리소설계의 제일인자’로 꼽힌다. 특히 이공계 출신의 추리소설가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그는 첨단 과학이나 의학과 같은 주제를 논리적으로 짜 넣은 미스터리를 자주 선보였으며, 과학적·사회적 변화들에 따른 정체성의 문제, 범죄의 심리, 어딘가 한 면이 일그러진 가족 관계나 사랑의 비극과 복수의 고통이라는 주제들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새롭게 발표한 『위험한 비너스』는 “서스펜스, 서프라이즈, 카타르시스, 그리고 로맨스까지…… 그야말로 호사스러운 한 권의 소설”(일본 서평 전문지 [다 빈치])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작품으로, 그동안 작가가 선보인 다채로운 스펙트럼의 미스터리가 오락성 짙은 서사로 펼쳐진다. 어느 날 낯선 여인으로부터 전해지는 하나의 행방불명 소식에서부터 시작되는 사건이 진상을 파헤칠수록 점점 예상치 못한 또 다른 수수께끼를 드러내는 가운데 저자 특유의 이과적 상상력에 기반을 둔 뇌의학과 수학의 신비로운 소재들이 등장하면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섣불리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반전이 거듭된다.


목차


그가 그리는 것은 아주 신비한 그림이었다. 이제는 정확히 떠올리는 것도 불가능하지만 무슨 도형 같기도 하고 단순한 무늬 같기도 하고, 한참 들여다보면 현기증이 날 것 같은 그림이었다는 게 생각나곤 했다.
무엇을 그리느냐고 물어본 기억이 있다. 아버지는 아들을 돌아보고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아빠도 잘 몰라.”
“잘 모르는 것을 그려?”
“응, 잘 모르는 것을 그리고 있네. 아니, 그리라는 대로 그리는 건가?”
“누가 그리라고 하는데?”
“글쎄다, 하느님인가?”
그런 애매한 대화이고 보니 실제로 주고받은 얘기인지 아니면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기억이 바뀐 것인지 하쿠로도 자신이 없다.
어쨌거나 33년이나 지난 옛일인 것이다.
그 그림이 완성되는 일은 없었다. --- p.12~13

“제수씨라는 분이 꽤 매력적이네요.” 억양 없는 말투였다. 그녀에게는 방문객이 누구인지 얘기해두었다.
“그래요?”
“조심하시는 게 좋아요.”
“뭘?”
하지만 가게야마 모토미는 대답 없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더니 발길을 돌렸다. --- p.54

이 아이는 천재라고 모두가 말했다. 그런 말을 듣고 반색하지 않을 부모는 없다. 야스하루도 데이코도 만족스러운 기색이었다. 이른 시기부터 수준 높은 교육을 받게 해준 것이 주효했다고 생각했을 게 틀림없다.
다만 야스하루는 “천재는 아니야”라고 못을 박는 것을 잊지 않았다. “천재란 이런 것이 아니지. 세계를 바꿔버릴 만한 것을 가진 게 아니라면 천재라고 할 수 없어. 아키토는 기껏해야 수재겠지.”
그리고 그 정도면 돼, 라고 말을 이었다. “천재란 행복해질 수 없으니까.” --- p.66

“사고가 아니라고?”
“고이즈미 외갓집 현관문에는 도어체인이 달려 있었어. 엄마는 항상 조심성이 강한 사람이야. 문단속을 하면서 체인을 안 걸었을 리가 없어.”
“아키토, 지금 네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고 있어?”
“알지, 물론.” 아키토는 문득 얼굴의 긴장을 풀고 고개를 저었다. “그냥 작은 의문이야. 누구라도, 우리 엄마라도 깜빡하는 일이 있겠지. 어쩌다 체인을 걸지 않았고 그날 저녁에 우연히 욕실에서 미끄러져 넘어졌다. 뭐, 그냥 그것뿐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고 있어.”
그냥 그것뿐인지도, 라고 아키토는 어머니의 유체를 골똘히 바라보며 되풀이했다. --- p.77~78

“일이 묘하게 풀리는군요.” 가에데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
“그런가요? 나는 재미있는데요?”
“고노스케 씨의 유산상속에 대해 가에데 씨가 그렇게까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줄은 몰랐어요.”
“아키토 씨가 얘기해줬으니까요.”
“놀랍네요, 전 재산이라니.”
“하지만 아키토 씨는 아직 물려받은 게 하나도 없어요. 이제부터 시작이죠.”
“아키토가 야가미가 사람들을 믿지 못한 이유가 그것 때문인 모양이군요. 한마디로, 유산에 얽힌 문제였어요?”
하지만 가에데는 대답하지 않았다. 긍정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 단순한 일이 아니라고 부정하는 것 같기도 했다. --- p.193

“하지만 이 환자는 왜 이런 그림을 그렸을까요?”
“그건 모르지. 나도 한번 물어보고 싶네. 아니, 그보다 더 궁금한 것은 어떻게 이걸 그렸느냐는 거야. 이걸 손으로 직접 그릴 수 있다니, 정말 믿기 어려운 일이야.”
“서번트 증후군 환자만의 신비한 능력 같은 것일까요?”
“음, 그런 것이겠지.”
하쿠로는 유리잔을 잡으려던 손을 멈췄다. 이런 화제가 나오고 보니 아무래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림이 있었다.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그렸던 그림도 신기한 도형이었어요. 그것도 프랙털이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