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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과 영혼의 경계 (히가시노 게이고 장편소설)
사명과 영혼의 경계 (히가시노 게이고 장편소설)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출판사 : 현대문학
출판년 : 2013
정가 : 14800, ISBN : 9788972756750

책소개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대담한 상상력 속에 인간애를 녹여내는
일본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그의 새로운 의학 서스펜스 !


“의료과실을 공개하라. 그렇지 않으면 병원을 파괴하겠다.” 어느 날 데이도 대학병원에 의문의 협박편지 한 통이 날아온다. 병원 측은 의료과실은 없다고 장난으로 일축하지만, 심장혈관외과 수련의 히무로 유키는 이 사건에 주목한다. 그녀 자신이 중학생 시절 심장 수술 실패로 아버지를 잃은 바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그녀의 새아버지가 될 사람은 당시의 수술을 집도했던 외과의사 니시조노 요헤이다. 유키는 두 사람의 관계로 인해 혹시 니시조노가 아버지의 수술을 ‘의도적’으로 실패한 건 아닌지 의문을 갖고 니시조노의 수련의가 되었다.

과연 니시조노는 그때의 수술에서 의사로서 자신의 ‘사명’을 다했을까? 이런 의문과 협박 사건이 맞물리면서 밝혀지는 아버지와 니시조노의 또 다른 진실! 유키의 의문에 대한 해답과 협박편지를 쓴 범인의 진짜 의도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사건은 예기치 못한 국면으로 접어든다.
의학·범죄·수사가 일체가 되어 마지막 장까지 반전이 거듭되는 의학 서스펜스. 미스터리 소설 본연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함은 물론, 독자들에게 의료사고 및 기업윤리 등 사회의식의 각성을 촉구한다.

목차


수술을 하루 앞둔 목요일, 겐스케는 별나게 진지한 얼굴로 딸에게 이런 말을 했다.
“저기, 유키는 앞으로 무슨 일을 하고 싶니?”
고등학교 진학 문제로 어머니와 의논한 적은 있지만, 아버지가 장래에 대해 물어본 것은 유키가 기억하는 한 처음이었다.
“아직 모르겠어.”
그녀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래. 뭐, 천천히 생각하면 돼. 그러다 보면 뭔가 보이겠지.”
“그럴까?”
“하지만 멍하니 살면 안 된다. 열심히 공부해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살다 보면 저절로 이런저런 것들을 알게 될 거야. 사람은 누구나 그 사람밖에 해낼 수 없는 사명이라는 걸 갖고 있거든. 누구나 그런 걸 갖고 태어나지. 나는 그렇게 생각해.”
겐스케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아버지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유키는 알 수 없었다. 그러고 나서 몇 년이 지나도 여전히 알지 못한 채였다.
---- p.33

유키의 머릿속에서 불길한 상상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너무나 추악하고 잔인한 상상이었다.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가슴에 깃든 의혹은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계속 커져만 갔다.
가령…….
유리에와 니시조노의 관계가 겐스케가 수술을 받기 전에 시작되었다고 한다면 어떻게 되는가. 말할 것도 없이 불륜이다. 그런 상태라면 두 사람은 결코 맺어질 수 없다. 하지만 유리에의 남편이 병으로 쓰러졌다. 그 수술을 담당하는 사람은 니시조노 요헤이다. 무척 어려운 수술이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수술이 성공하면 겐스케는 회복한다. 얼마 후에는 퇴원하여 원
래의 생활로 돌아갈 것이다. 다시 말해 유리에와의 부부 관계도 유지되는 것이다.
니시조노는 그것을 바랄까. 유리에가 지금까지처럼 유부녀로 있기를 바랄까.
---- p.81

의사란 무력한 존재다. 신이 아닌 것이다. 인간의 생명을 제어하는 건 불가능하다.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을 남김 없이 쏟아붓는 일뿐이다.
의료과실은 그런 능력이 부족해서 생긴다. 능력이 있는 자가 일부러 그것을 발휘하지 않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그런 일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도덕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력을 다하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의사는 그 둘 중 하나밖에 할 수 없다.
물론 세상에는 여러 의사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 유키도 전혀 다른 유형의 의사를 만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의사는, 하고 유키는 니시조노의 진지한 옆얼굴을 쳐다보았다.
니시조노는 약삭빠르지 못한 의사다. 갖고 있는 힘을 모두 발휘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환자를 살릴 수 있을 것 같지 않으면 아예 메스를 잡지 않을 사람이다.
그때 니시조노는 겐스케를 살릴 생각으로 메스를 잡았을 것이다, 유키는 그렇게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