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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를 캐는 사람들 (발굴로 읽는 역사)
저자 : 김상운
출판사 : 글항아리
출판년 : 2019
정가 : , ISBN : 9788967356347
책소개
현장에서 바가지로 물을 퍼내고 개흙을 파내며
밧줄을 맨 채 땅과 우물 속으로 들어간 고고학자들
흙 속에서 건져올린 수만 년의 역사가 눈앞에 펼쳐진다
2015년 경주 월지 동편지구에서는 통일신라시대 우물이 발견됐다. 7미터의 깊은 우물은 1.2~1.4미터로 폭이 좁았다. 체구가 작은 여성 조사원 한 명이 투입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밧줄에 의지한 채 우물 속으로 내려가 조사하는 위험을 감수했다. 그 당사자인 장은혜 학예연구사는 “캄캄한 우물 안에서 혼자 작업하는 일은 고되었다”고 회상했다. 1970년대에 첫 삽을 뜨고 현재까지 진행 중인 월지 발굴 현장의 일이다. 그 후 우물이 연이어 발견됐는데, 이 중 2015년에 발굴 조사한 3호 우물에서는 토기, 기와와 더불어 노루, 쥐, 어류 등 다양한 동물들의 뼈가 나와 동·식물 고고학자들이 현장 조사에 투입되기도 했다.
21세기의 상황과 달리 발굴에 박차를 가했던 박정희 시대의 1970년대는 상황이 훨씬 더 열악했다. 그 시대 고고학자들은 과학적 협업은 꿈도 못 꾼 채 발굴 성과를 재촉하는 국가와 기관들의 압박으로 고된 작업을 해나갔다. 특히 해방 이후의 발굴은 일제의 발굴과 왜곡을 수정, 극복하는 차원에서 이뤄지기도 했다. 고고 발굴에는 영광과 상처가 함께했다. 유물은 빛나는 존재일 뿐 아니라 역사 해석의 준거가 돼준다. 하지만 한번 발굴이 이뤄지면 현장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즉 서둘러 파내고 빼내고 정리하다보면 무언가를 놓치고 부수며 되돌릴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국내 발굴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을 담당했던 고고학자들을 기록한다. 박물관 속 유물은 원래 흙 속의 진주처럼 캐내기 전에는 아무도 그 존재 가치를 몰랐다. 하지만 고고학자들이 꽁꽁 언 손으로 흙을 파내고 바가지로 물을 퍼내며 현장에서 먹고 잔 덕분에 빛을 발할 수 있었다. 이 책 속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황금빛 불상이나 화려한 도자기만 아름다워 보이는 게 아니라 똥화석, 돌멩이 한 조각, 깨진 도자기 파편만 봐도 무한한 텍스트처럼 여겨질 것이다. 유물은 생명도 없고 어쩌면 역사의 작은 파편에 불과하지만, 인간이 죽어 썩는 사이 역사의 증언자로서 자기 역할을 묵묵히 해오고 있는 것이다.
목차
머리말
1. “어쩌면 이뤄져선 안 될 발굴이었죠”-경주 황남대총 발굴
2. 무한의 공간에서 수십 년간 계속되는 발굴-경주 월지(안압지) 유적
3. 백제사의 해석을 바꿔놓은 동아시아 최대의 석탑-미륵사지 서석탑 사리장엄구
4. 도시 유적 발굴이 중요하다-세종시 나성동 백제 도시 유적
5. 산성 발굴로 추적하는 세력 다툼-아차산 고구려 보루
6. 가야의 위상을 둘러싼 계속되는 논쟁-김해 대성동 고분
7. 수많은 이해관계 속에서 사투를 벌이는 고고 발굴-백제금동대향로
8. 고건축학자, 경주 발굴에서 빛을 발하다-경주 황룡사터
9. 빈례에 대한 역사 기록을 밝히다-공주 정지산 유적
10. 왕궁 사람들의 뒷간은 어땠을까-익산 왕궁리 백제 유적
11. 백제 최후의 결전이 남긴 유물들을 둘러싼 해석-공주 공산성 유적
12. 수천 개의 토기 조각을 이어가며 복원하다-서울 몽촌토성 발굴
13. 선사고고학의 포문을 연 주먹도끼-연천 전곡리 구석기 유적
14. 발굴 기술을 섭렵할 때까지 발굴을 보류하다-광주 신창동 유적
15. 문자와 잉여 생산물과 국가의 탄생을 알려주는 발굴 현장-창원 다호리 유적
16. 곡물 흔적이 깨뜨린 한반도 전파설-여주 흔암리 유적
17. 화장실 고고학과 실험 고고학의 현장-창녕 비봉리 유적
18. 가야사 연구의 돌파구를 마련하다-고령 지산동 대가야 고분
19. 산성 유적이 밝히는 삼국시대의 전쟁-하남 이성산성
20. 발해의 비밀을 풀 실마리들-연해주 콕샤롭카 유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