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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우주 (우연이라 하기엔 운명에 가까운 이야기, 2018 뉴베리 대상)
안녕, 우주 (우연이라 하기엔 운명에 가까운 이야기, 2018 뉴베리 대상)
저자 : 에린 엔트라다 켈리
출판사 : 밝은미래
출판년 : 2018
정가 : 14500, ISBN : 9788965463108

책소개


“우리의 삶은 한마디 말로도 바뀔 수 있을까?”

유머와 감정이 빛나는 2018년 뉴베리 대상작

1922년에 제정된 뉴베리 상은 매년 어린이 문학에 공헌한 작품과 작가에게 주어지는 상입니다. 가장 오래된 어린이 문학상 가운데 하나인 뉴베리 상은 2018년 켈리의 세 번째 소설 『안녕, 우주』에 주어졌습니다. 켈리의 뉴베리 대상 수상은 아시안계로는 네 번째이고, 필리핀계로는 첫 번째 수상입니다.

이 작품에는 작가 켈리가 자주 다루는 주제인 다양성과 약자 괴롭히기가 등장합니다. 작가가 아시안계 미국인으로 생활했던 경험이 투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안녕, 우주』에서는 악당이자 골목대장 같은 쳇 불런스가 소심하고 부끄럼 많은 버질을 괴롭히면서 결국 나머지 카오리와 발렌시아의 우주까지 충돌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심각하거나 우울하지는 않습니다. 작품은 유머러스하고 또한 등장인물들의 감정이 잘 그려져 있어서 쉽게 빠져 들어서 읽을 수 있습니다. 얼굴엔 미소를 그리면서 말이지요. 그리고 마침내 사랑스런(?) 우정의 시작을 엿보게 됩니다.

목차


버질은 소년의 부모가 아들을 꺼내려고 얼마나 애쓸지 알 수 없었지만, 만약 자기가 바위 속에 갇힌다면 할머니는 조각칼로 바위를 깎아서라도 꺼내줄 거라고 굳게 믿었다. --- p.14

엄마가 싫은 건 아니다. 엄마랑 이야기하기가 쉬울 때도 있다. 엄마가 너무 엄마처럼 굴지 않는 날은 그렇다. 하지만 그런 날이 언제일지는 알 수 없다. 이따금 엄마는 지나치게 나를 보호하려 들고, 나한테 너무 이래라저래라 한다. 모든 일에 너무 지나치다. 한번은 엄마한테 내가 청각장애인이라서 나를 그렇게 대하는 거라면 그만 좀 하라고 부탁했다. 가끔 정말로 그런 기분이 든다고. --- p.23

버질은 카오리와 겐을 번갈아보고, 어지러운 생각들을 정리했다. 이제부터 하려는 말들이 완벽하게 한 줄로 서서, 더듬거리거나 한두 마디 빼먹거나 한심하게 웅얼대지 않고 또박또박 입 밖으로 나오는 모습을 상상했다. 이건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 지금 버질은 자신의 첫 번째 일급비밀을 털어놓으려는 것이다. 희망이 사라졌다고 생각하게 만든 비밀. --- p.54

쳇이 한 걸음 다가서자 버질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게 우스워 보였는지 황소 녀석이 별안간 웃음을 터뜨리고는 엄청난 힘으로 버질의 등에서 가방을 빼앗았다. 그 바람에 버질이 빙글 돌면서 땅바닥에 쓰러졌고, 손바닥의 얼얼한 고통이 어깨까지 타고 올라왔다. 황소 녀석이 총알처럼 달아났다. 허둥지둥 일어난 버질은 쳇을 쫓아가며 소리쳤다. --- p.121

“네가 다른 곳에 있다고 상상하렴.” 어린 시절 버질이 악몽을 꿀 때면 엄마가 해 주던 말이었다. 엄마가 버질을 거북이라고 부르기 전에. 버질이 두 형처럼 완벽하지 못할 거란 사실을 엄마 아빠가 깨닫기 전에. --- p.161

“우리 동업해야겠어.” “뭐라고?” 난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카오리가 다시 말한다. “우린 동업을 해야 해. 나는 영적인 세계를 알고 넌 자연의 세계를 알아. 더없이 좋은 관계잖아. 그래서 운명이 우리를 친구로 묶어준 거야.” 친구. --- p.259

“새로이 눈을 뜨면 세상이 달라 보이지. 시간의 마술이란다. 오늘 믿은 것을 내일은 믿지 못할 수도 있어. 보고 있지 않으면 세상은 변하거든. 그리고 다시 눈을 뜨면 다른 세상이 보이는 거야.” 빛이다. --- p.280

“카오리. 네가 말한 건 모두…….” 카오리가 발끈했다. “그 말 하지 마.” “그것들은 단지…….” 겐도 언니를 따라했다. “그 말 하지 마.” “…… 우연의 일치였어.” 카오리가 고개를 푹 숙였다. “정말 그렇게 믿는다면 너한테는 희망이 없어, 버질 살리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