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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와 일본인 (가미와 호토케의 길)
신도와 일본인 (가미와 호토케의 길)
저자 : 박규태
출판사 : 이학사
출판년 : 2017
정가 : 24000, ISBN : 9788961473170

책소개


신도는 과연 종교일까 아니면 일본인의 역사적 관습일까?
‘신도’는 무엇이고, 어떻게 성립되어왔으며, 서구의 눈으로 본 신도는 어떤 모습일까?
신도를 통해 일본?일본인?일본 문화를 깊이 있게 이해하다


매년 정초마다 그리고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신사를 찾아 참배하는 일본인들, 집집마다 비치되어 있는 조상의 위패를 모시는 신단, 신에 대한 경외심과 기원을 담아 각 지역에서 매년 성대하게 열리는 마쓰리, 일본인의 일상생활과 밀착되어 있는 에마?오후다?오마모리?오미쿠지 등의 주술적인 부적 문화. 이것이 통상 ‘일본 고유의 민족종교’로 이해되는 ‘신도(神道)’ 하면 우리가 떠올리는 것들이다.

그런데 사실 ‘신도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답하기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신도는 유대교처럼 창시자라든가 경전(canon)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 기원도 거의 특정할 수 없을 만큼 애매한 측면이 많다. 또한 그것을 종교라기보다는 하나의 문화 관습이나 전통으로 받아들이는 일본인들의 특수한 종교 관념으로 인해 명확한 개념 정의가 쉽지 않다. 예컨대 일본인들에게 신도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혹자는 종교라 하고 혹자는 종교가 아니라 전통이나 관습이라 하는 등 그 대답이 일정치 않다. 또한 신도를 믿느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다소 난감해하며 망설이다가 대개 믿지 않는다는 식으로 답변한다.

그렇다면 신도는 과연 종교일까 아니면 일본인의 역사적 관습일까? ‘신도’는 무엇이고, 어떻게 성립되어왔으며, 서구의 눈으로 본 신도는 어떤 모습일까? 이러한 물음으로부터 출발하여 ‘신도의 아이덴티티’ 문제를 다루는 것으로 끝나는 이 책은 ‘신도’라는 낯선 문을 지나 일본인의 마음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길을 열어준다. 신도를 통해 일본?일본인?일본 문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목차


우리가 신도에 주목해야 할 당위성은 자명하다.
일본이나 일본인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신도에 대한 연구가 불가결하기 때문이다.


신도가 무엇인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이유 가운데 가장 중요한 두 가지로 이 책은 신도가 천여 년 넘게 불교와 뒤섞이면서 이른바 ‘순수한 신도’를 말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다는 점, 그리고 신도에는 역사적으로 항상 국가주의적 특성과 지방적?민속적 특성이 동시에 내포되어 있다는 점을 꼽는다. 첫 번째 이유를 일본에서는 신도와 불교의 혼합을 뜻하는 ‘신불습합(神佛習合)’이라고 지칭하는데, 일본 종교사에 특이한 이런 신불습합의 역사로 인해 신도는 더욱 복합적이고 복잡한 것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게다가 신도에는 단지 불교뿐만 아니라 도교?유교?음양오행설?샤머니즘?산악신앙 등 동아시아 공통의 종교 유산들이 모두 유입되어 있어서 신도의 정체성 파악을 더욱 어렵게 한다.

또한 두 번째 이유를 상징하는 것으로 이 책이 이야기하는 것은 국가주의적 특성이 극대화된 국가신도 및 전통적으로 지역공동체의 통합 기능을 수행해온 민간신도 혹은 신사신도이다. 이때 국가신도라든가 신사신도라는 용어 자체부터가 종종 혼동될 만큼 양자의 관계와 그 접점을 찾아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일제강점기에 신사참배를 강요당했던 우리에게 진하게 남아 있는 국가신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객관적인 신도 이해를 어렵게 만드는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신도에 주목해야 할 당위성은 자명하다. 이스라엘이나 유대인을 알려면 그들의 민족종교인 유대교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인 것처럼 일본이나 일본인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신도에 대한 연구가 불가결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 책은 신도를 ‘가미에 대한 관념 체계’ 혹은 ‘가미마쓰리(神祭り)의 종교’로 규정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여기서 ‘가미’란 신도에서의 신앙과 제사 대상을 총칭하는 말이고, ‘가미마쓰리’는 이 가미에 대한 제사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런 가설적인 신도 정의는 이 책이 ‘가미’와 ‘마쓰리’라는 두 가지 키워드에 일차적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 책의 주요 내용

이 책은 먼저 1장(신도란 무엇인가)에서 이 두 가지 키워드(‘가미’와 ‘마쓰리’)를 중심으로 신도의 기본적 이해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항목, 즉 신도 신화?게가레?노리토?하라이?신사?신도 윤리 등에 관해 서술한 다음, 2장(가미와 호토케)에서는 호토케(佛) 개념과 연동시키면서 가미 관념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을 시도한다. 이어 3장(신도와 불교)에서는 2장에서 다룬 개념적 이해에 입각하여 신불습합의 문제를 천착하는 한편, 4장(신도의 유파)에서는 습합적인 신도 사상의 흐름을 스케치하고 있다. 나아가 5장(신도와 도교)에서는 3장과 4장에서 누락된 또 하나의 중요한 주제인 도교의 문제에 주목함으로써 불교에 못지않게 도교 또한 신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점을 확인한다. 이와 같은 기초 작업 위에서 민족종교 개념에 입각하여 신도의 역사적?사상적?종교적 기원을 묻는 6장(신도의 성립)의 서술이 이어진다. 끝으로 7장(서구의 신도 연구)과 8장(신도의 아이덴티티)에서는 향후 한국에서의 독창적인 신도 연구 관점을 모색하기 위한 참조점으로서 바깥으로부터의 ‘제3의 눈’으로 설정된 서구의 다양한 신도 담론을 다룬다.

일본 정신과 문화의 바탕이자 일본인의 삶 자체일 수 있는 ‘신도’를 중심으로
일본의 정신과 문화를 있는 그대로 밝히다


일본 학계의 신도 연구는 상당히 많이 축적되어왔다. 이 책은 이러한 일본 학계의 주요 연구 경향을 포함하여 신도에 관한 핵심적인 개념들과 역사적 장면들을 폭넓게 다룰 뿐 아니라, 서구인들이 낯설고 난해하기 그지없는 일본 신도를 어떻게 이해하고 연구해왔는지도 정리하고 있다(이는 일본 학계에서조차 별로 시도되지 않은 접근 방식이다). 또한 이 책은 도교와 신도의 관계라든가 한반도와 신도의 연관성에도 관심을 할애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학계의 신도 연구가 거의 미개척지라는 점에서 이 책이 갖는 의의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서구 유일신의 범주로는 이해되지 않는 신도의 가미(神)와 일본인 특유의 종교적 감수성에 대한 이해의 깊이를 더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종교학자로서 일본의 종교와 문화, 일본 정신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지은이가 평생의 연구 성과를 종합하여 쓴 ‘신도와 일본’, ‘일본 문화와 일본 정신’에 대한 개론서라는 점에 특별한 의의가 있다. 특히 이 책은 선입관이나 주관적 잣대를 가지고 일본을 폄훼하거나 치켜세우는 것이 아니라 일본 정신과 문화의 바탕이자 일본인의 삶 자체일 수 있는 ‘신도’를 중심으로 일본의 정신과 문화를 있는 그대로 ― 서구의 시각까지 포함하여 ― 밝히고 있어 우리가 일본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데 중요한 참조점이 된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가 일본인을 만나거나 일본 문화를 접할 때 느끼는 차이를, 나아가 일본이 동아시아의 국제 관계나 세계 무대에서 그동안 보여주었거나 오늘날 보여주고 있는 다양한 행동과 양상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