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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의 눈물
저자 : 라파엘 카르데티
출판사 : 예담
출판년 : 2009
정가 : 11500, ISBN : 9788959133819
책소개
15세기 유럽의 꽃밭 피렌체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연쇄 살인 사건
한니발보다 잔인하고, 식스센스보다 극적인 반전
15세기 당시 실존했던 서기관 니콜로 마키아벨리, 최고행정회의 수장인 피에로 소데리니, 그리고 종교개혁가 지롤라모 사보나롤라 등의 인물들을 등장시키면서 어느 누구도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없었던 긴박했던 시대 상황을 배경으로 사건을 전개시켜 나가는 역사스릴러소설. 추리, 스릴러, 음모, 정치적 권력 다툼, 역사적 사실 등 팩션의 요소를 충실히 갖추면서, 독자의 허를 찌르는 예상치 못한 반전의 묘미까지 선사하고 있다.
1498년 4월 피렌체에서 의문의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팔다리를 절단하고 장기를 적출하는 잔혹한 살해 수법과 보란 듯이 시체를 유기하는 범인의 대담함에 도시 전체는 술렁인다. 이에 피렌체의 지도자 소데리니는 범인을 찾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살인자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최고행정회의인 시뇨리아의 구성원부터 어린 창녀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신분 여하를 가리지 않고, 상상하기도 어려운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한 후 시신을 훼손시켜 사람들 눈에 잘 띄는 곳에 버려둔다. 그런데 수사가 진척될수록 교회와 성직자의 부패를 비판하고 시민들의 편에 서서 싸워 왔던 종교개혁가 ‘사보나롤라’ 가 이 사건에 개입돼 있음을 입증하는 증거들이 속속 발견되고, 마키아벨리는 사보나롤라를 범인으로 몰아 도시를 내란에 빠뜨리려는 음모가 도사리고 있음을 직감하는데...
목차
더 잘 감추기 위해 보여주고
더 잘 드러내기 위해 감추어 놓은 곳곳의 암시와 복선
자넨 예술가야, 형제여. 그러니까 사물의 외관이 얼마만큼 사람을 속일 수 있는지 잘 알고 있겠지. 그림의 완벽해 보이는 아름다움 뒤에는 종종 가장 끔찍한 공포와 견디기 힘든 폭력성이 숨어 있기도 한다는 것을. 그 잘못은 우리 인간들과 그들의 거짓 순수성에 기인하는 거야. 만약 그들의 시선이 순수한 양의 상처에서 방울져 떨어지는 선명한 핏빛에 그토록 이끌리지 않았다면, 아마도 그 배경에 감춰져 있는 제사장의 잔인한 얼굴을 알아볼 수 있었을 거란 말이지. --- p.18
“대체 그자가 이 불쌍한 친구에게 무슨 짓을 한 건가?”
“순서대로 추정해 보자면, 먼저 저 위의 들보에 묶은 이 줄로 그를 들어 올렸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창끝을 그의 엉덩이에 꽂았습니다. 그런 다음 줄을 서서히 내려서 그의 몸무게가 저절로 나머지 일을 하도록 한 것이죠. 그렇게 해서, 창끝이 천천히 그의 몸속으로 박히면서 창자를 갈기갈기 찢은 다음, 왼쪽 폐에 구멍을 내고 심장 바로 위쪽으로 뚫고 나간 것입니다.”
“죽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렸을 것 같소?”
“창끝이 그의 몸 전체를 관통하는 데 한 시간은 족히 걸렸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바로 죽음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뭐가 그를 죽게 했다는 말이오?”
“살인자는 그의 수족에서 팔꿈치와 무릎 부분을 잘라 냈습니다. 근육을 자르고 관절을 망치로 박살 내면서 말이죠.”
“오, 맙소사!”
장관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신음 소리를 내는 동안, 코르비넬리는 계속해서 시신의 상태로 추측해 본 고문의 과정을 상세하게 묘사했다.
“가장 최악은 다음입니다… 살인자는 희생자의 동맥을 자르기 전에 각 수족을 꽁꽁 동여맸던 것으로 보입니다. 트레비가 갑자기 너무 많은 피를 흘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죠.”
소데리니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리고 결박을 풀기 전에 그의 혀와 귀, 그리고 코를 잘라 냈지요. 그 모든 것은 진열대 위에 놓인 병 속에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트레비의 눈은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코르비넬리는 핏빛으로 물든 액체로 가득 찬 병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 속에는 잘려진 살점 조각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 pp.178~179
“그림을 잘 살펴보십시오.”
그림을 응시하던 소데리니는 즉시 다음과 같이 중얼거렸다.
“성녀 루치아! 여자는 성녀 루치아처럼 죽임을 당한 거야! 맙소사, 그들이 원하는 게 바로 이런 거였나!”
“성녀 루치아는 단순한 순교자가 아닙니다. 맹인들의 수호신이죠.”
“결국 언제나 눈으로 귀결되는군.”
“그렇습니다. 처음부터 전 왜 살인자들이 희생자의 눈을 적출하는지 그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자신들의 범죄 행위에 고유한 흔적을 남기고자 하는 일종의 사인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죠. 그런데, 실제로 그 점이 바로 그들이 저지른 잔혹한 살인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단서로 드러난 것입니다.”
소데리니는 한숨을 쉬면서 제단 앞에 놓여 있는 의자로 가서 앉았다. 모든 상황이 점점 더 그의 통제를 벗어나고 있었다. 그는 광적인 대담함을 가진 살인마들과, 기회만 되면 자신들의 분노를 터뜨릴 준비가 되어 있는 시민들 사이에서 이중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터였다. 단두대의 칼날이 위험스럽게 그의 목 아주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이 사건을 신속하게 해결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는 살인자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품고 있지 않았다. --- p.244
피와 살점이 튀는 섬뜩한 스릴러
그곳에 심어 놓은 의외의 유머 코드
“자넨 그 여자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거야?”
“그녀는 바깥으로 나오는 일이 거의 없다고 들었네. 도나 스테파니아는 보카도로가 도시 전체에 유명해지기 시작하자 몇몇 특별한 고객에게만 그녀를 허락하고 있다더군.”
“다른 정보는?”
베토리의 얼굴이 더욱더 붉게 물들었다.
“자네가 더 알기를 원한다면 얘기해 주도록 하지. 그녀는 입을 사용하는 유희에 매우 능란하다고 들었네. 그녀에게 비싼 비용을 치를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사람들한테서 들은 얘기야. 그래서 황금 입술이라는 별명을 얻은 것이고 말이지…….”
그의 푸른색 눈에 탐욕의 빛이 번뜩였다.
귀차르디니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우린 그 도나 스테파니아를 만나러 가야만 하네.”
“자네도 함께 갈 텐가, 프란체스코?”
“당연하지! 바로 내가 원하던 바일세.”
베토리는 튀어 오르듯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 위에 동전 몇 닢을 남겨 놓으면서 말했다. --- p.139
팔꿈치 부분에서 잘려 있는 팔뚝을 살펴보던 코르비넬리는 상점의 문턱을 넘어오는 장관에게로 갔다. 소데리니가 소스라치게 놀라는 걸 보고서야 그는 자신의 무심함을 깨달았다. 그는 즉시 들고 있던 팔뚝을 산드로 트레비의 시신의 다른 조각들 옆에 내려놓았다. 소데리니는 잠시 구역증을 느꼈지만 애써 불편한 심기를 감추었다.
“우리가 요즘 너무 자주 본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 지롤라모.”
그는 괴로운 심경으로 말했다.
“언제나 이 모든 게 끝날지 모르겠군.”
“이번 것은 먼저 일어난 두 건의 살인보다 훨씬 더 끔찍합니다, 각하. 구토를 하지 않으시려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합니다.” --- p.177
“심각한가요?”
“아뇨, 별로. 칼날이 스치면서 지방을 약간 베어 냈을 뿐이에요. 흉터가 조금 남을 것 같군요.”
“내가 죽을 거라는 걸 숨기는 건 아니죠?”
“물론 아니에요. 바보같이!”
보카도로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정말 그렇다면 당연히 내가 울고 있겠죠.”
베토리는 다시 살아난 듯 보였다.
“그 말은, 당신이 날 좋아한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되는 거요?”
“그건 당신이 알아맞혀 봐요…….”
그녀는 그에게로 몸을 숙였다.
“오, 이럴 수가, 이건 말도 안 돼!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니지!”
귀차르디니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다는 듯 소리쳤다. 보카도로가 지금 그의 가장 친한 친구에게 키스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니콜로, 내가 지금 악몽을 꾸고 있는 거지, 그렇지?”
“아닌 것 같은데. 지금 당장 저 두 사람을 없애 버려야만 할 것 같은데…….”
“나도 정말 그러고 싶다고! 어떻게 신은 저토록 역겨운 짓거리를 허락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자 마르코가 활짝 웃으면서 그의 등을 두드렸다.
“언젠가는 치치오 형도 그럴 수 있는 날이 오겠죠. 프란체스코 형, 혹시 아래에 깔려서 숨이 막혀 죽은 건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