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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이다
인간적이다
저자 : 성석제
출판사 : 하늘연못
출판년 : 2010
정가 : 10000, ISBN : 9788959020355

책소개


보다 더 인간적인 세상을 꿈꾸다

타고난 이야기꾼 성석제의 신작 소설. '성석제식' 특유의 재담과 재치 넘치는 문장들로 읽는 이를 한껏 풍요로운 이야기의 세계로 끌어내는 마흔아홉 편의 소설을 만날 수 있다. 단락마다 촌철살인적 문장에 깃들인 유머와 반전, 풍자와 역설, 성석제만의 독특하고도 다재 다양한 재담의 세계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책이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우리 시대 다양한 인물들을 등장시킨다. 거창한 인물들이기보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일상을 인물들의 다양한 장면을 통해 작가는 '보다 더 인간적인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보다 인간적인 세상을 꿈꾸며 써내려간 그의 작품들은 한편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이기에 앞서 시적 함축성, 잠언적 성찰을 담은 글이다. 짧은 글 긴 울림, 작품 길이에 구애받지 않는 그의 소설을 통해 재미나고 유별하며 유쾌한 세상, 흥미로운 이야기의 홀림 속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목차


우리 시대의 타고난 이야기꾼 성석제, 그의 글은 읽는 이를 행복하게 한다. 그 행복은 참지 못해 터져 나오는 웃음에서 비롯되며 이 즐거움은 곧 행복감으로 치환된다. 그래서 그의 글은 눈으로 입으로 머리로 읽히는 게 아니라 이들을 포함한 전신의 오감으로 읽힌다. 약 2년여 만에 새로 나온 소설 『인간적이다』 역시 ‘성석제식’ 특유의 재담과 재치 넘치는 문장들로 읽는 이를 한껏 풍요로운 이야기의 세계로 끌어낸다. 수록된 마흔아홉 편 소설 속에 작가 성석제만의 익살, 기지, 반전, 풍자, 독특한 웃음의 세계가 여실히 펼쳐진다. 벼린 듯 군더더기 하나 없는 이야기들로 채워진 이 소설 『인간적이다』 역시 작가의 글쓰기 출발점인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1994)에서 『재미나는 인생』(1997),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2003)을 잇는 작업이기도 하다.

여기 그 이야기들의 홀림에 든 다양한 화자들, 다양한 세상이 도처에 놓여 있다. 무료함을 떨치려 밤송이의 가시를 세는 사냥꾼, 까치가 집을 짓는데 필요한 나뭇가지 수를 세는 사람(「홀린 사람」), 이들은 세계를 ‘숫자’로 설명하고 해독하는 삶의 방식을 깨달은 이들이다. 이는 세상의 혼돈을 기존과 다른 차원으로 푸는 색다른 방식의 삶이기도 하다. 한겨울밤 맨발로 눈길을 뚫고 산에서 내려온 사람들(「도인들」), 그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담뱃값을 깎은 사나이(「깎아줘요」), 곰과 대면했을 때의 긴급 대처법(「이 또한 흘러가리라」), 노벨상에서 새로 환경상 부문이 만들어진다면(「삽과 벽돌로 잘할 수 있는 일」), 갓 잡아 올린 닭 요리와 마주하게 된 난처한 여행자들(「호랑이는 모른다」), 모래먼지 속을 달리는 낙타와 몰이꾼들의 도로(徒勞) 같아 보이는 요란한 질주(「낙타 경주」). 이들 다양한 장면들을 통해 작가는 ‘보다 더 인간적’인 것, 그것을 수렴한 생의 비밀스러움을 캐고, 생생하게 살아 있는 듯한 긴장감 넘치는 현장의 풍경 곳곳으로 안내한다. 단락마다 촌철살인적 문장에 깃들인 유머와 반전, 풍자와 역설, 이들 성석제만의 독특하고도 다재 다양한 재담의 세계 속에 흔히 보지 못했던 새로운 소설의 장이 펼쳐진다.

“자전거는 섬에서 소용(所用)을 다하고 나면 퇴역합니다. 그러면 그 자전거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그 자전거를 사 갑니다. 그 사람들 중 한 사람은, 그 섬보다 더 작은 섬에서 그 작은 섬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자전거를 빌려주는 사람입니다. 퇴역한 자전거를 사 온 사람은 자전거를 분해합니다. 성한 부품끼리 결합해서 온전한 자전거를 만들어냅니다. 성치 못한 부품은 무덤으로 갑니다. 한두 해 동안 섬을 돌던 자전거들도 때가 되면 다시 분해되고 그중에서 성치 않은 많은 부품이 무덤으로 갑니다. 그리하여 자전거의 무덤은 점점 커집니다. 지상의 어떤 섬에는 자전거의 무덤이 있습니다. 거기에는 지상에서 소용을 다한 자전거들이 조용히 누워 있습니다. 이제 영원으로 환원되기를 기다리며.”(「자전거 무덤」에서)

한편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이기에 앞서 시적 함축성, 잠언적 성찰이 돋보이는 한 대목이다. 짧은 글 긴 울림, 작품 길이에 구애받지 않는 그의 소설은 이제 하나의 새로운 문학적 양상으로 굳건히 자리매김되고 있다. 과거 보르헤스, 카프카, 브레히트, 페터 빅셀 등 작가들이 여실하게 보여준 문학적 특징이 우리 문학에서 비로소 성석제로 인해 새롭고 독창적인 양태로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살면서 만나게 되는 소설의 작은 기미, 짧은 이야기 앞에서 나는 특별히 더 긴장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고압선에서 튀는 불꽃 같은, 서늘한 한 줄기 바람처럼 흘러가고 벼락치듯 다가오는 우연과 찰나의 연쇄가 나를 흥분시킨다. 이야기라는 인간세의 보석에 나는 언제나 홀려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 재미나고 유별하며 유쾌한 세상, 흥미로운 이야기의 홀림 속으로 이 책은 읽는 이를 끌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