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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쌀 반 됫박
좁쌀 반 됫박
저자 : 김장성
출판사 : 사계절
출판년 : 2010
정가 : 9800, ISBN : 9788958285250

책소개


옛날에 참말로 복 없는 총각이 살았습니다. 어찌나 복이 없는지, 나무장사를 나서면 한겨울에도 갑자기 날이 따뜻해지고, 짚신장사를 나서면 마른날에도 갑자기 비가 쏟아졌지요. 그러다 보니 사는게 형편없었습니다. 좁쌀죽 한 사발로 하루 끼니를 겨우 때웠고, 서른 넘도록 장가를 못 든 건 당연했습니다. 어느날, 총각은 서천서역국에 부처님을 찾아가 복을 내놓으라고 떼를 쓸 결심을 하였습니다. 서쪽으로 길을 나선 총각은 시집을 오자마자 시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얼마 안되어 신랑마저 죽어 외롭게 사는 아낙네를 만나고, 신선초 꽃을 피워 신선이 되고 싶어하는 동자들과 용이 되길 기다리는 이무기를 만납니다.

『좁쌀 반 됫박』은 하는 일마다 번번히 일이 틀어져 항상 좁쌀죽을 먹던 총각이 자신의 복을 찾기위해 길을 떠나 겪는 일을 담은 동화책입니다. 순박한 총각의 생김새와 어여쁜 아낙의 모습. 꽃이 피기만을 기다리는 동자들과 승천을 기다리는 이무기의 모습이 우리나라 전통 문화적인 요소를 많이 보여줍니다. 길을 떠난 총각이 여러 사람을 만나고, 부처님의 답을 얻음으로써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모습은 주어진 운명에 따라 살지 말고,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목차


우리 옛이야기, 복 타러 간 총각 이야기
참말로 복 없는 총각이 하루는 큰 결심을 하는데, 서천서역국에 산다는 부처님을 만나 담판을 짓자는 것입니다. 겨우겨우 하루 벌고 하루 사는 살림살이,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두 주먹 불끈 쥐고 일어서는데…… 우리 옛이야기, 복 타러 간 총각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좁쌀 반 됫박』입니다.

내 복이 겨우 좁쌀 반 됫박이라고?
옛날에 참말로 복 없는 총각이 살았습니다. 나무장사를 나서면 한겨울에도 날이 따뜻해지고, 짚신장사를 나서면 마른날에도 별안간 비가 쏟아지는 식이니, 운도 참 안 따라 주지요. 참다 참다 못한 총각이 하루는 큰 결심을 합니다.

“서천서역국에 부처님이 산다던데, 찾아가서 복을 내놓으라고 떼라도 써 봐야겠다!”
서천서역국이니까 해지는 쪽으로 무작정 걸었지요. 걷다 보니, 커다란 기와집이 나오는데 웬 아낙네가 달덩이 같은 얼굴을 쏙 내밉니다. 총각이 부처님 만나러 간다는 말에, 아낙네도 제 고민을 털어놓고 가는 길에 배필감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합니다. 이 총각, 제 코가 석자인데도 “아무렴요, 그야 어렵지 않지요. 전해 드리겠습니다.” 시원시원하게 대답하고는 기운차게 또 길을 나섭니다. 가는 길에 만난 동자들이며 이무기도 제 복 좀 알아봐 달라고 부탁을 하는데, 총각은 군말 없이 부탁을 들어 주지요.

마침내 서천서역국에 도착한 총각, 부처님 앞에 엎드려 주절주절 말을 꺼내는데, 부처님이 혀를 끌끌 차며 말합니다. “타고난 복이 그뿐이니 어쩔 도리가 없구나. 이걸 보아라. 사람마다 타고난 복을 적은 ‘복장부’란다.” 총각은 기가 꽉 막힙니다. “아무 해 아무 날 아무 시에 태어난 아무개 총각의 복은 ‘좁쌀 반 됫박’이다.” 복이 달랑 좁쌀 반 됫박이라니, 눈물을 뚝뚝 흘리며 통사정을 하지만 부처님도 별 수 없다지요. 간신히 눈물을 훔치고 남들한테 부탁받은 것들이나마 풀어 놓았더니, “하! 그건 아주 쉬운 일이구나.” 하며 부처님은 얼굴이 환해져서 좔좔좔좔 대답을 해 주는데…… 남들 복은 다 괜찮은데 총각의 복만 이 모양 이 꼴이라니, 타고난 복이 그뿐이면 어쩔 도리가 없을까요?

부처님의 복장부도 틀릴 때가 있다!
이 그림책은 부처님의 복장부도 틀릴 때가 있다고 능청을 떱니다. 분명 복장부에 적힌 총각의 복은 ‘좁쌀 반 됫박’이 맞지요. 하지만 서천서역국에서 돌아오는 길에, 총각은 큰 복을 얻습니다. 답은 가는 길에 선선히 부탁을 들어 준 총각의 마음씀씀이에 있습니다. 여의주 하나를 버려야 용으로 승천할 거라는 해답을 얻고, 이무기는 총각에게 여의주 하나를 줍니다. 동자들은 신선초 아래 금덩이를 캐내야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갈 수 있으므로, 그 금덩이 임자는 총각이 됩니다. 아낙네가 혼자되고 나서 처음 만난 사람이 총각이니, 아낙네의 천생연분 배필감은 바로 총각입니다. 재물도 얻고 사랑도 얻었으니 더 바랄 게 무어겠어요? 부처님의 복장부도 틀릴 때가 있는 모양이네, 하고 행복하게 살면 그만이지요.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복 타령을 많이들 합니다. 누가 잘된 걸 보고는 “복도 많지!”, 누가 좋은 일이라도 할라치면, “복 받을 거야.”, 또 누군가 일이 잘 안 풀리면 “지지리 복도 없다.”고 한탄을 합니다. 내 의지대로 안 되는 일이 있으면 ‘복’ 탓을 하기도 하고, 절실히 소망하는 게 있으면 ‘복’을 빌기도 합니다. 이래저래 ‘복’으로 위로받고, ‘복’을 희망하며 한 발 한 발 내딛습니다. 그런데 이런 ‘복’의 실체가 과연 있을까요? 있다면 바꿀 수도, 더 좋게 만들 수도 있을까요? 이런 현실 사람들의 호기심과 바람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었습니다. 현실에서 지지리 복이 없다고 복을 찾아 떠나는 사람이 있을까마는, 이야기 속에서는 가능합니다. 총각은 씩씩하게 복을 찾아 떠납니다. 부처님이 보여 준 복장부로 복의 실체를 확인합니다.

그런데 웬걸? 복이 고작 좁쌀 반 됫박이라니, 앞으로 어찌 살지 막막합니다. 여기서 희망을 놓을 수는 없지요. 복 타러 가는 길에 ‘덕’을 쌓은 총각은 돌아오는 길에 ‘복’을 얻습니다. 타고난 복이 그뿐이라도 ‘덕’을 쌓으면 ‘복’이 되어 돌아올 거라는 사람들의 신념이 이야기에 담겨 있습니다. 이래저래 힘든 세상살이, 제 코가 석 자라도 얼쑤덜쑤 도와가며 살면 없는 복도 생길 거라고 믿는 선한 마음이 빛나는 옛이야기, 『좁쌀 반 됫박』입니다.

같지만 다른, 옛이야기 그림책
이 그림책의 글은 흔히 ‘구복 여행 설화’로 통칭하여 불리는 여러 각편을 토대로 하여 만들어졌습니다. 다시 쓰고 다듬어 말맛과 이야기 맛을 살렸지요. 서천서역국까지 복 타러 가는 길이 멀고도 험하지만, 이 그림책의 그림은 성큼성큼 나아갑니다. 가는 길보다는 만나는 인물과 사건에 초점을 두어 시원시원한 앵글에 담아냅니다. 얼굴이 꼭 달덩이처럼 둥근 아낙네, 양쪽 머리를 올린 앳된 동자들, 쓰윽 얼굴을 들이대는 슬픈 이무기, 부처님 손바닥에 올라앉아 엉엉 우는 총각, 지렁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지그시 바라보는 부처님, 모두가 하나하나의 캐릭터로 보는 맛을 더합니다.

화면 한 가득 펼쳐진 복장부에서 너무나도 익숙하고 유명한 옛이야기 등장인물들을 발견할 때면, 그림 속 숨은 재미를 찾는 맛도 쏠쏠합니다. 버선이야 벗겨지거나 말거나 총각의 볼에 기습 뽀뽀를 감행하는 적극적인 아낙네의 행동에 웃음이 터집니다. 같은 옛이야기를 모태로 한 그림책이라도, 글과 그림에 따라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좁쌀 반 됫박』은 우습고 단순하고 솔직합니다. 그게 바로 ‘복’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이라 여기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