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메뉴

본문

환상의 빛 (幻の光)
환상의 빛 (幻の光)
저자 : 미야모토 테루
출판사 : 바다출판사
출판년 : 2014
정가 : 9000, ISBN : 9788955617412

책소개


『설국』의 서정을 잇는 현대 일본 서정 문학의 진수 『환상의 빛』

영화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데뷔작 중 한 편으로 평가받는 「환상의 빛」의 원작 단편집 『환상의 빛(幻の光)』이 서커스에서 출간되었다. 수많은 국제 영화제 수상 경력을 포함하여 현재 일본 국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연출작인 「환상의 빛」은 베네치아, 밴쿠버, 시카고 국제 영화제 등에서 수상했으며 국내에서도 시네필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었던 작품이다. 원인 불명의 자살로 남편을 잃은 젊은 여자의 상실감을 독특한 서정적 영상으로 묘사한 「환상의 빛」은 삶과 죽음이라는 대극이 지척에 있을 수 있다는 삶의 불가해함을 절제된 스타일로 보여주어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과 감동을 안겨 주었다.

소설 「환상의 빛」은 영화 언어로는 부득이하게 생략될 수밖에 없었던 디테일들을 담고 있어서 오히려 영화보다도 단연 낫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영화와 달리 죽은 남편에게 말을 거는 여성 화자의 독백체로 된 소설의 어조는 때로는 담담하고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아이 같지만 그런 목소리 속에서도 불쑥불쑥 죽은 남편의 부재에 대해 대답 없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모습은 쓸쓸하면서도 아련한 느낌을 갖게 한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초반에 잠깐 다뤄진 할머니의 실종 사건은 소설 전체의 테마를 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생략된 것이 아쉬웠는데 소설을 읽고 나면 영화의 전체적인 의미도 좀 더 명확해질 것이다. 그 외에도 주인공 유미코의 초경 이야기나, 유미코가 소소기로 재혼하러 갈 때 만난 재일 한국인 아줌마의 강인한 모습 등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채로운 에피소드들은 영화 언어보다 우월한 소설의 서사성만이 줄 수 있는 감상의 즐거움을 더해 줄 것이다.

「환상의 빛」은 오랜만에 소개되는 서간 문학의 참맛을 알려주는 작품이다. 아내가 죽은 남편에게 부치는 편지 형식을 띤 이 작품은 왕복 서한이 아니라는 점에서 온전한 의미의 서간 문학은 아닐지도 모른다. 수취인 또한 이미 이 세상에 없는 남편이라는 점은 그러한 면모를 더욱 두드러지게 한다. 하지만 수취인 부재의 편지라는 형식은 발신인의 간절한 질문에 대답해줄 수 없는 주체가 부재한다는 이 소설의 정조인 애절함과 안타까움, 쓸쓸함을 더 한층 선명하게 드러내는 장치로 작용한다. 그리고 삶과 죽음의 경계란 생각보다 멀지 않으며 죽음은 삶의 외곽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한복판에 있을 수 있다는 이 책의 주제로 볼 때 이 수취인 부재의 편지 형식은 단순히 특정한 개인을 향한 발신이 아니라 그보다 더 큰 존재를 향한 편지라는 함의를 띤다고도 할 수 있다. 김혜리 씨의 추천의 글대로 이 소설은 ‘기도’에 가까우며 그 기도가 향하는 대상은 어떤 절대자를 향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미야모토 테루는 20세기 후반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설국』을 통해 일본적 서정을 보여준 것처럼 산문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애절하면서도 아름다운 문장으로 현대 일본 서정의 진수를 보여준 작가이다. 「환상의 빛」은 그런 미야모토 테루의 특성이 가장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목차


환상의 빛
밤 벚꽃
박쥐
침대차

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