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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괴 1 (히라노 게이치로 장편소설)
저자 : 히라노 게이치로
출판사 : 문학동네
출판년 : 2013
정가 : 13800, ISBN : 9788954622387
책소개
무자비한 절망과 악의, 그 속에서 현대사회의 ‘죄와 벌’을 묻는다
날선 문제의식으로 무장한 품격 있는 범죄소설의 등장!
1999년 교토 대학 재학 당시 장편소설 『일식』으로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 ‘미시마 유키오의 재래’라는 격찬을 받았던 히라노 게이치로의 신작. 『일식』『달』『장송』의 로맨틱 3부작 이후 한동안 단편 창작에 집중했던 그의 작품세계에 새로운 방점을 찍은 대작 장편소설이다. 천재성이 엿보이는 특유의 현학적인 필치와 한층 짙어진 문제의식을 토대로 범죄로 인한 개인 혹은 사회의 분열과 파국을 심도 있게 담아내,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히라노 문학의 집대성이라는 평을 받았다.
지방도시에서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회사원 사와노 료스케와 엘리트 공무원인 형 다카시. 어느 날 출장지 오사카에서 갑자기 실종된 료스케가 얼마 후 의문의 범행성명문과 함께 일본 각지에서 토막사체로 발견된다. 동생을 마지막으로 만났다는 이유로 다카시는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고, 비슷한 사건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면서 범죄의 파문은 사회 전체로 번져나가는데…… 걷잡을 수 없는 악의와 도쿄를 덮친 무차별 테러, 마침내 드러난 살인자의 정체는?
『결괴』는 인간 심리의 어두운 극단을 그리면서도 명징한 현실성을 지닌 소설로 완성되었다. 대상과 동기가 없는 살의뿐 아니라 익명의 살인을 부추기는 범행성명문이 등장해 걷잡을 수 없는 사회적 혼란을 유발한다. 소설은 각종 매스컴과 외부인의 눈을 통해 범죄자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을 행하는 한편 사건 피해 당사자들의 무너진 일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담담하게 이어지는 초반부의 가족 서사는 그로 인한 비극성을 더욱 심화시키고, 이어서 범죄의 파문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남기는지를 현실의 어떤 매스컴도 보도하지 않을 영역까지 헤집고 들어간다.
범죄가 불러오는 사회적 반향과 파문 외에 히라노 게이치로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의 문제에도 눈을 돌린다. 범죄의 동기나 과정을 이성적으로 분석하고 판단하는 것이 불가능한 무차별 살인, 테러가 횡행하는 지금, ‘악’의 존재를 어떻게 해석하고 대처해야 하는가란 물음이다. 『결괴』는 이에 대해 종래의 철학적, 종교적 정의에서 벗어난 새로운 결론을 암시한다.
족의 비극을 서스펜스 스릴러의 형식으로 그려낸 『결괴』는 이같이 섬뜩한 의문을 독자들에게 던지며 끝을 맺고, 그 울림은 결코 가볍지 않게 가슴에 남는다.
목차
일본 현대문학의 기수 히라노 게이치로
『일식』 이후 10년, 새로운 걸작의 탄생!
인간의 악의, 그 심연을 명징하게 그려낸 현대판 『죄와 벌』
예술선장 문부과학대신 신인상 수상작
1999년 교토 대학 재학 당시 중세시대 수도사의 신비체험을 그린 소설 『일식』으로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 ‘미시마 유키오의 재래’라는 격찬을 받았던 히라노 게이치로의 신작. 전2권으로 이루어진 『결괴』는 『일식』『달』『장송』의 로맨틱 3부작 이후 한동안 단편 창작에 집중했던 그의 작품세계에 새로운 방점을 찍은 장편소설이다. 천재성이 엿보이는 특유의 현학적인 필치에 한층 짙어진 문제의식을 발휘하며 범죄로 인한 개인 혹은 사회의 분열과 파국을 심도 있게 담아내 히라노 문학의 집대성이라는 평을 받았다. 또한 실제 범죄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충격적인 소재와 스릴러적 요소를 지닌 내용은 대중적으로도 높은 관심을 불러모아, 일본 출간 당시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며 다시금 히라노 붐을 일으켰다.
지방도시에서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회사원 사와노 료스케와 엘리트 공무원인 형 다카시. 겉으로는 의좋은 형제지간이지만 예전부터 형에게 묘한 열등감을 느껴왔던 료스케는 평소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속마음을 인터넷상 일기장에 기록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광활한 전파의 바다 맞은편에서는 집단괴롭힘을 당하는 한 중학생이 살인에 대한 망상을 키워나가고 있었는데…… 어느 날 출장지에서 갑자기 실종된 료스케가 전국 각지에서 의문의 범행성명문과 함께 토막사체로 발견되고, 다카시는 동생을 마지막으로 만났다는 이유로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고 만다. 무너진 일상과 가정 앞에서 더더욱 깊은 절망에 빠지는 다카시. 뒤이어 비슷한 사건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면서 범죄의 파문은 사회 전체로 번져나가고, 전혀 생각지 못한 곳에서 또다른 악마적인 계획이 남몰래 진행된다. 걷잡을 수 없는 악의와 도쿄를 덮친 무차별 테러, 마침내 드러난 살인자의 정체는?
무자비한 절망과 악의, 그 속에서 현대사회의 ‘죄와 벌’을 묻는다
날선 문제의식으로 무장한 품격 있는 범죄소설의 등장!
『결괴』에 등장하는 무차별 살인의 ‘이유’는 작가인 저보다도 지금 사회 자체가 이미 말해주고 있다고 봅니다. 저를 포함해 대부분의 사람은 살인을 저지르지 않지만, 한편에서는 여전히 살인을 저지르는 인간이 있습니다. 그건 왜일까? 이것은 사카키바라 사건과 옴진리교 사건을 겪은 1990년대부터 이어져온 의문이죠. 심정적으로 범인에게 공감한다는 사람이나 옴진리교 신자의 생각이 이해된다는 사람도 있지만, 그들 역시 직접 살인을 저지르지는 않습니다. 그 경계를 잘 생각해보고, 사람을 죽인다는 것을 가상적으로 망상하는 대신 하나의 살인이 어떤 비극을 불러오는지에 대해 좀더 피부에 와 닿는 상상력을 가져주길 바랐습니다. (……) 현대라는 곤란한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소설의 묘미를 느끼고, 그 감정의 가장 깊은 곳까지 작품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목소리가 가닿기를 바라며, 저는 이 『결괴』라는 작품을 썼습니다.
_작가 인터뷰 중에서(2008년, 신초샤)
‘결괴’란 댐이나 제방 등이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다가 결국 한계를 넘어 한꺼번에 무너지는 현상을 뜻한다. 일본 출간 직후의 인터뷰에서 히라노 게이치로는 위와 같이 말하며, 현대라는 어려운 시대를 소설로 표현해오면서 작가 데뷔 10년째를 맞은 이때, 처음 소설이라는 것에 매료되었던 근본적인 이유로 돌아가 지금 이 순간 사회에 호소하고 싶은 주제를 써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범죄와 살인을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로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살인과 용서’를 주제로 삼아, 왜 사람은 사람을 죽이는가, 사람을 용서한다는 건 어떤 것인가,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을 때 사람은 어떤 행동을 하는가 등의 문제를 문학적으로 파고들어보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소설에는 1990년대부터 등장해 일본사회에 충격과 의문을 던져준 대형 범죄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요소가 적지 않게 등장한다. 우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토막사체 유기사건은 1997년 고베에서 일어나 일본 열도를 뒤흔들었던 소년범죄사건을 연상시킨다. 당시 14세였던 남자 중학생이 초등학교 6학년 아이를 살해하고 ‘사카키바라 세이토’라는 이름으로 신문사에 도전장을 보낸 이 사건은 고베 연쇄아동살상사건, 혹은 사카키바라 사건으로 불리며 지금까지도 희대의 엽기범죄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범인이 14세 청소년이고 아무런 원한이나 동기를 갖지 않은 사이코패스 범죄자라는 사실도 충격이었지만, 도전장 내용이 지나치게 지적이라는 점과 각종 정황상의 이유를 들어 또다른 공범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음모론이 끈질기게 꼬리를 물며 파문이 확산되기도 했다. 한편 범인이 인터넷 공간에 글을 올리며 살인을 망상한다는 설정은 17명의 사상자를 낸 2008년 아키하라바 무차별 살상사건 범인의 행적을 연상시키며, 스스로를 ‘악마’라 칭하는 의문의 남자가 무차별 테러와 살인의 정당성을 철학적으로 주장하는 내용은 옴진리교의 포아 사상과도 상통한다.
이로써 『결괴』는 그의 작품 중 가장 현실과 밀접하게 맞닿은, 인간 심리의 어두운 극단을 그리면서도 명징한 현실성을 지닌 소설로 완성되었다. 대상과 동기가 없는 살의뿐 아니라 익명의 살인을 부추기는 범행성명문이 등장해 걷잡을 수 없는 사회적 혼란을 유발한다. 소설은 각종 매스컴과 외부인의 눈을 통해 범죄자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을 행하는 한편 사건 피해 당사자들의 무너진 일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담담하게 이어지는 초반부의 가족 서사는 그로 인한 비극성을 더욱 심화시키고, 이어서 범죄의 파문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남기는지를 현실의 어떤 매스컴도 보도하지 않을 영역까지 헤집고 들어간다.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린 사람들의 비참함과 절망적인 고뇌, 슬픔을 소설이라는 수단으로 최대한 표현함으로써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싶었다는 작가의 의도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모든 것이 무너지는 순간, 살인자는 죗값을 치를 것인가?
개인의 고독과 분열을 심도 있게 담아낸 히라노 문학의 집대성
범죄가 불러오는 사회적 반향과 파문 외에 히라노 게이치로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의 문제에도 눈을 돌린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의 이반, 혹은 『죄와 벌』의 스비드리가이로프를 연상시키는 주인공 사와노 다카시는 바깥에서는 지적이고 유능한 사회인이자 자상한 아들, 세련된 애인의 역할을 무난하게 수행하지만, 실은 늘 현실을 의심하는 냉담하고 염세적인 사상의 소유자이며 때때로 죽음에 대한 충동을 느끼기까지 한다. 동생의 죽음 이후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영역을 오가며 더욱 간극이 심해지는 그의 복잡한 내면은, 크든 작든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현대인이 지니고 있는 불안정함과 이중성을 대변하는 듯 보인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이정표, 방향성 같은 것을 현대인은 명확하게 믿지 못합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엘리트이고 이성관계나 돈 문제에도 고민이 없지만 스스로는 충족감을 느끼지 못합니다. 겉으로는 괜찮은 생활처럼 보여도 본인은 하루하루 겨우 견디고 있는 거죠. 그래서 거기에 ‘어떤 일’인가가 일어나버리면 그 순간 모든 것이 결괴하고 말아요. 그런 현시대의 위태로움과, 그럼에도 이 시대를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현대인의 애환, 고독을 최대한 파헤쳐보자는 게 이 소설의 모티프였습니다.
_작가 인터뷰 중에서(2008년, 신초샤)
이러한 문제는 곧 현대사회의 선악에 대한 화두로 이어진다. 범죄의 동기나 과정을 이성적으로 분석하고 판단하는 것이 불가능한 무차별 살인, 테러가 횡행하는 지금, ‘악’의 존재를 어떻게 해석하고 대처해야 하는가란 물음이다. 『결괴』는 이에 대해 종래의 철학적, 종교적 정의에서 벗어난 새로운 결론을 암시한다. 더이상 철학이나 종교 같은 보편적인 규범이 통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절대적인 ‘악’ 역시 존재하지 않으며, 그것은 사회라는 시스템에 의도치 않게 일어난 하나의 에러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범죄로 인한 한 가족의 비극을 서스펜스 스릴러의 형식으로 그려낸 『결괴』는 이같이 섬뜩한 의문을 독자들에게 던지며 끝을 맺고, 그 울림은 결코 가볍지 않게 가슴에 남는다. 현대사회의 여러 의문과 갈등을 소설이라는 수단으로 해소하고자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는 히라노 게이치로의 앞으로의 행보를 통해, 우리는 그 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