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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우리가족
저자 : 한성옥
출판사 : 문학동네어린이
출판년 : 2006
정가 : 8800, ISBN : 9788954601375
책소개
『나의 사직동』『시인과 여우』『시인과 요술 조약돌』등 인간의 감성에 울림을 주는 '작품'만을 발표해 온 그림책 작가 한성옥이, 또 하나의 '작품'으로 우리 앞에 섰습니다. 과연 작가 한성옥은 이번 그림책을 통해 또 어떤 '화두'를 던지고 있을까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행복한 우리 가족』이 이전까지의 작업과는 확연히 다른 독특한 어법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눈을 찌르는 강렬한 표지의 그림책 한 권이 눈에 띕니다. 아빠와 엄마, 그리고 귀여운 딸. 단란하고 평범한 가족의 모습이 보입니다. 하지만 선뜻 책을 펼칠 수는 없습니다. 왜일까요? 심지가 타들어가는 폭탄 때문일까요? 아니나 다를까, 표지를 넘기자마자 "뻥!" 폭탄이 터집니다. 대한민국에 발생한 엄청난 폭탄 테러의 현장입니다.
『행복한 우리 가족』은 친절하고, 예쁘고, 아름답기까지 한 여느 그림책들과는 표지부터 다릅니다. 우리의 의식에, 그리고 굳건한 우리 가족의 행복에 폭탄을 던지는 '테러와도 같은' 이 그림책은 한눈에 보기에도 수상합니다.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이 인정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문화관광부 장관이 수여하는 '한국어린이도서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한성옥은, 왜 이처럼 발칙하고 도전적인 그림책을 들고 나타난 것일까요?
우리에게 날아온 폭탄과도 같은 그림책 『행복한 우리 가족』. 그들만의 행복한 일상 속으로 들어가 보시죠.
목차
"어이구, 내 새끼~ 누가 우리 애 기를 죽여!"
햇볓 따뜻한 어느 봄날 아침, 가족을 끔찍이 챙기는 소연이 엄마가 바지런을 떨고 있다. 오늘은 소연이네 가족이 봄나들이 가는 날이다. 그런데 아뿔싸! 왜 항상 집 밖에 나와야만 빠트린 물건이 생각나는지, 소연이 엄마는 핸드폰을 챙기러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간다. 밑에서 누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건 말건, 소연이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꾸욱~ 누르고 있다. 중간에 들른 마트에서는 소연이가 미리 계산대에 서서 뒤에 줄지어 선 사람들은 아랑곳없이 물건을 고르는 엄마를 기다리고 있다.
아빠 또한 불법 U턴에, 속도위반에, 운전 중 전화통화까지. 아빠가 핸드폰 너머의 상대에게 던진 한 마디는 "고속도로라서 괜찮아, 통화해도 돼." 속도위반 단속 카메라의 허를 꿰뚫고 있고, 전화 통화 단속의 사각지대인 고속도로를 교묘히 이용하는 걸 봐서, 아빠에게 이 정도의 불법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듯하다. 그리고 미술관에서, 극장에서, 식당에서... 행복한 가족의 상큼한 봄나들이는 하루 종일 민폐를 끼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오직 우리 가족의 행복만이 절대선이며 빛나는 가치인 듯, 이들은 '남'과 '이웃'에 대해서는 눈과 귀를 꼭꼭 닫고 아무것도 보지 않고, 듣지 않으려고 작정한 듯하다. 타자를 향한 이해와 배려로 가는 길은 이들 가족에겐 험한 성지 순례의 길처럼 요원한 일일지. 하지만 누가 이들을 가족 이기주의라고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 『행복한 우리 가족』을 읽고도 마음이 자유로운 자, 그자부터 먼저 돌을 들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