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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태 할아버지가 온다
저자 : 박연철
출판사 : 시공주니어
출판년 : 2007
정가 : 9500, ISBN : 9788952748645
책소개
"망태 할아버지한테 잡아가라고 한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혼내거나 겁을 줄 때 흔히 하는 말입니다. 망태 할아버지가 누군지 정확히 알지는 못해도, 아이들은 그런 얘기에 잔뜩 겁을 집어먹고 무서워하곤 합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엄마 말을 듣게 만드는 무서운 존재가 바로 망태 할아버지입니다.
이렇게 엄마가 망태 할아버지를 빌어다 겁을 줄 때마다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특히 엄마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갖고 있을까요?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는 이런 아이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아이와 엄마와의 관계를 들여다본 그림책입니다.
목차
아이들의 공포의 대상, 망태 할아버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겁을 주는 대상은 단지 망태 할아버지뿐만은 아니다. 옛이야기 속의 호랑이나 도깨비가 될 수도 있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사물이나 동물, 주위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어떤 아이들은 동네 구멍가게 아저씨나 경찰 아저씨를 무서워하기도 할 테니까. 서양에서도 비슷한 의미를 가진 존재로 '부기맨(bogeyman)'이란 무시무시한 유령이 있다고 한다. 자라서 어른이 되면 그런 존재가 없거나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지만, 어린 시절에는 마냥 무서워 할 수 없이 엄마 말을 듣는 것이다.
반전의 묘미로 새롭게 해석된 망태 할아버지
책 속의 아이는 엄마에게 자주 혼이 난다. 꽃병을 깨고 거짓말을 했다고 혼이 나고, 음식을 골고루 먹지 않는다고 혼이 나고, 9시가 되어서 잠을 자지 않는다고 혼이 난다. 그때마다 엄마는 "망태 할아버지한테 잡아가라 한다."고 엄포를 놓는다. 아이는 망태 할아버지가 참 무섭다. 엄마 말에 따르면 언제 나를 잡아다가 새장 속에 가두고, 내가 아닌 착하기만 한 녀석으로 만들어 버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는 망태 할아버지를 핑계 삼아 사사건건 하고 싶은 걸 못하게 하는 엄마에 대한 원망도 있을 것이 분명하다. 슬슬 화가 나기 시작할 만큼. 엄마는 늘 자신을 돌봐 주고 사랑해 주는 사람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무섭게 화를 내는 사람이기도 하니까. (이맘때의 아이들에겐 엄마에게 이런 이중적인 감정을 품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한다.)
엄마와 크게 싸우고 잠자리에 든 아이는 문밖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를 듣는다. 설마 망태 할아버지가 날 잡으러 오는 걸까? 점점 공포에 사로잡히는 아이. 그러나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망태 할아버지가 잡아가는 것은 아이가 아니라 엄마였던 것이다. 망태 할아버지가 나를 잡아가는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 나를 억압하고 겁주었던 엄마를 잡아가는 존재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엄마를 잡아가는 것은 또 하나의 새로운 공포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아이들에게 은근한 통쾌함과 일탈의 즐거움을 안겨 줄지도 모른다.
망태 할아버지는 있을까, 없을까?
망태 할아버지에게 잡혀가는 엄마를 본 아이는 "엄마!"하고 겁에 질려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잡혀간 줄 알았던 엄마가 내 곁이 있다. 일단은 안심이다. 밉기도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날 사랑하는 사람 역시 엄마니까. 하지만 마지막 장면을 보면 다시 약간 무서워질지도 모르겠다. 엄마 등 뒤에 망태 할아버지에게 다녀온 듯한 흔적이 남아있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엄마는 정말 망태 할아버지에게 다녀온 것일까, 아닐까? 그건 독자의 판단에 맡겨 본다.
솔직한 아이들의 마음을 담아내다
아이들의 마음을 담고,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는 책을 만들고자 했다는 작가는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를 통해 망태 할아버지에게 공포를 느꼈던, 혹은 엄마에 대해 미운 마음을 가졌던 아이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작가는 책을 만들면서 아이들과 계속 소통을 하고, 아이들의 의견을 담았다고 한다. 그만큼 실제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늦게까지 놀고 싶어 하고 밥 먹기 싫어하는 우리 아이들의 솔직한 모습이 담겨 있으며, 또 올빼미가 되거나 새장에 갇힌 아이들, 착한 아이들로 만들어진 아이들의 정형화된 자세와 표정을 통해 착하고 바른 것만을 강요하는 어른들을 꼬집는 시각도 엿볼 수 있다.
생각을 보여 주는 강렬한 표현
작가 박연철은 이 작품으로 2007년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픽션부분)에 선정되었다. 오랜 시간 고민한 흔적이 엿보이는 그림에서 작가의 생각과 개성이 묻어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장면마다 장식적 요소나 군더더기, 입체적인 원근감 없이 대상을 평면적으로 표현하여,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을 강렬하게 전달하고 있다.
몇몇 장면은 약간 섬뜩한 분위기를 풍기기도 하지만, 망태 할아버지라는 공포의 대상을 표현하기에 더없이 적절하다. 과장하여 표현한 엄마의 커다란 모습에서도 망태 할아버지만큼의 공포를 전달한다. 또 그림 속에 많은 상징적 요소들이 숨어 있는데(예를 들면 얼른 방에 가서 자라고 다그치는 엄마의 몸이 '숫자 9'를 나타내고 있는 식이다), 아이들이 책을 읽으며 그 상징들을 찾아냈으면 하는 작가의 바람이 담겨 있다.
*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은 세계 최대 규모의 어린이책 박람회로 해마다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개최된다. 수많은 어린이책 출판과 멀티미디어 분야의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출판사, 출판 관계자들이 참가하여 새로운 출판 경향을 파악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대규모 행사이다. 올해로 44회째를 맞았으며 4월 24일부터 27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볼로냐 도서전에서는 작품성이 뛰어난 책을 선정하여 볼로냐 라가치 상을 수여하고 있는데, 픽션과 논픽션, 제3세계의 뛰어난 작품에 주는 뉴호라이즌(New Horizons) 상 등으로 나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4년에 《팥죽할멈과 호랑이》(웅진닷컴)가 픽션 부문에서, 《지하철은 달려온다》(초방)가 논픽션 부문에서 라가치 상을 수상하였고, 2006년에 《마법에 걸린 병》(재미마주)이 논픽션 부문에서 수상했다.
또한 볼로냐 도서전에서는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를 선정하여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어린이 일러스트레이션 작가의 최근작을 소개한다. 이들 작품은 작가의 독창성과 예술적, 기교적 공헌도와 어린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매력 등을 기준으로 선정한다. 올해도 58개국 2635명이 출품한 가운데, 85명이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었다.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의 등용문이라고 할 수 있는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는 픽션과 논픽션 부분으로 나누어 선정되는데, 2007년에는 우리나라 작가 중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시공주니어)의 박연철과 《길모퉁이 행운돼지》(다림)의 김숙경이 픽션 부분에서 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