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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미 (Still me,미 비포 유 완결판 조조 모예스 장편소설)
저자 : 조조 모예스
출판사 : 살림
출판년 : 2019
정가 : 16000, ISBN : 9788952240194
책소개
조조 모예스의 히로인,
『미 비포 유』의 사랑스러운 여주인공 ‘루이자’가
당신에게 꼭 필요한 결말로 돌아왔다
조조 모예스를 로맨스의 여왕으로 만든 『미 비포 유』의 후속작 『스틸 미』가 출간되었다. 영국에서 입소문만으로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된 『미 비포 유』는 미국, 독일, 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에서도 잇따라 호평을 받으며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영화 [미 비포 유]의 원작이 된 소설이다. 그 소설의 주인공, 줄무늬 타이츠를 입는 괴상하고 사랑스러운 루이자 클라크가 돌아왔다. 마침내 독자들에게 루이자의 여정 그 마지막 장을 전하게 되었다. 전작에서 존엄사라는 무거운 주제를 대중성 있게 담아냈던 작가는, 남겨진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감당하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윌이 당부한 대로 대담한 삶을 향해 나아가는 루이자의 성장 과정을 보여준다. 루이자와 윌의 안타까운 사랑에 폭풍눈물 흘렸던 독자는 이제 눈물을 훔치고,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려는 루이자를 응원할 때다.
목차
“이번에는 윌이 내게 바란 대로 살기로 작정했어요. 전에는 제대로 못 했거든요.” --- p.13
뉴욕에서 일찍 일어난 사람의 절반이 체인형 커피숍에 와 있는 것 같았다. 다들 휴대폰에 고개를 처박고 앉아 있거나, 이상할 정도로 명랑한 아이들에게 음식을 먹였다. 벽에 걸린 스피커에서 흔한 경음악이 흘러나왔다. --- p.25
이민자들의 도시에서 살기란 어렵지 않았다. 아그네스의 최상류층 생활에서 벗어나면, 나는 수천 마일 밖에서 온 보통 사람이었다. 시내를 뛰어다니면서 일하고, 테이크아웃 할 음식을 주문하고, 커피나 샌드위치를 주문할 때 최소한 세 가지를 요구해서 뉴요커처럼 보이려 했다. --- p.118
모든 뉴욕 상점은 손님에게 좋은 하루를 보내라고 인사했다. 오렌지 주스 한 팩이나 신문 한 부를 사도 인사를 거르지 않았다. 처음에 친절에 감격해 ‘네!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고 대답하면, 상대는 뉴욕 대화 규칙을 모른다는 듯 짐짓 놀랐다. --- p.120
워싱턴 하이츠 지역의 건물들은 초라해 보였다. 화재 대피용 사다리가 늘어뜨려진 문 닫은 상점, 주류점, 치킨 가게, 창문에 빛바랜 포스터가 붙은 미용실, 구식 헤어스타일이 나온 포스터는 모서리가 말려 있었다. 한 남자가 비닐이 잔뜩 담긴 쇼핑 카트를 밀고 욕설을 주절대며 우리 앞을 지났다. 여러 무리의 아이들이 모퉁이에 둘러앉아서 서로 놀려댔고, 보도의 경계는 마구잡이로 쌓이거나 뜯어진 쓰레기봉투로 알 수 있었다. 화려한 로어 맨해튼이나 야심 찬 미드타운의 분위기는 전혀 없었다. 여기서는 튀김과 환멸의 냄새가 풍겼다. --- p.278
수위 유니폼을 벗은 그는 인파 속에 아주 달라 보였다. 온갖 대화를 나누면서도 난 유니폼의 프리즘을 통해 그를 봤을 뿐이었다. 로비 책상 너머 어떤 생활을 하는지, 어떻게 가족을 부양하는지, 집에서 오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급여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한 적이 없었다. 군중을 쳐다보니, 카메라 팀이 떠나자 조금 조용해졌다. 뉴욕을 제대로 탐험하지 않은 게 묘하게 부끄러웠다. 내가 본 곳은 미드타운의 화려한 마천루들에 불과했다. --- p.280
“공동체가 갈 장소가 있어야 해요. 사람들이 만나서 얘기하고, 생각을 교환할 장소가 있어야 한다고요. 이건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거든요? 책은 삶을 가르쳐줘요. 책은 ‘공감’을 가르치죠. 하지만 집세도 근근히 낼까 말까 하면 책을 살 형편이 안 되죠. 그러니 도서관은 필수적인 자산이에요! 도서관을 닫는 것은, 단순히 건물을 닫는 게 아니라 ‘희망’을 닫는 거라고요, 루이자.” --- p.282
“아무도 다 갖지 못해. 그리고 우리 이민자들은 이걸 누구보다 잘 알지. 항상 두 곳에 한 발씩 넣고 있지. 진짜로 행복해질 수가 없어. 왜냐면 떠나는 순간 자신이 두 개가 되니까. 그래서 어디 가든 늘 반쪽이 다른 반쪽을 부르지.” --- p.366
“난 아주 괜찮은 인생을 살아왔어, 루이자. 내 일을 사랑했고, 멋진 사람들과 일했어. 파리, 밀라노, 베를린, 런던까지 내 나이 여자들보다 훨씬 많은 곳을 다녔어……. 근사한 아파트와 출중한 친구들을 얻었지. 나를 걱정할 건 없어. 여자들이 전부를 가진다는 것은 헛소리지. 우린 결코 그러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여자들은 늘 어려운 선택을 해야만 해. 그렇지만 사랑하는 일을 하는 데 큰 위로가 있지.” --- p.432
한밤중에 자주 윌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그는 어처구니없게 청승 떨지 말고, 성취한 것들을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어둠 속에 누워서 내가 이룬 성취를 손가락으로 꼽았다. 적어도 당분간은 집이 있었다. 돈을 받고 일했다. 여전히 뉴욕에 있고 친구들 속에서 지냈다. 어떤 결말을 맞을지 궁금하긴 해도 새로 연애를 시작했다. 다시 기회가 온다면 전과 다르게 선택할 거라고 말할 수 있을까? --- p.433
나는 방으로 뛰어가서, 옷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금융계 사람들의 화려한 저녁 식사에는 뭘 입고 가야 하지?
마곳이 따라오는 기척이 났다.
“도와주세요. 타이츠만 갈아 신으면 될까요? 뭘 입죠?”
“지금 입은 그대로.”
마곳이 말했다.
나는 몸을 돌려 그녀를 보았다.
“하지만 조시가 적당하지 않다고 하잖아요.”
“누굴 위해서? 유니폼이라도 있나? 왜 자신의 모습으로 가면 안 되는 거지?”
“저는…….”
“멍청한 이들이라 자기들과 다르게 입은 사람이랑은 어울리지 못하나? 왜 네가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굴어야 되지? ‘그’ 여자들처럼 되고 싶어?”
난 손에 든 옷걸이를 떨어뜨렸다.
“저는…… 저는 모르겠어요.”
마곳은 새로 세팅한 머리에 한 손을 올렸다. 그러고는 엄마가 ‘젠체한다’고 했을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말했다.
“너랑 사귀는 행운아라면, 네가 쓰레기봉투를 걸치고 갈로시를 신고 나와도 뭐라 해선 안 되지.”
“하지만 그는…….”
마곳은 한숨을 내쉬고, 손가락으로 입을 눌렀다. 하고 싶은 말이 더 있지만 하지 않겠다는 표정이었다. 잠시 후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때가 되면 루이자 클라크가 진짜 어떤 사람인지 알아내야 할 거야.” --- p.498~499
도대체 루이자 클라크는 누구인가?
난 딸이고, 언니이고, 당분간은 일종의 엄마였다. 남들을 보살피지만, 자신을 보살피는 방법은 전혀 모르는 듯한 여자였다. 앞에서 번쩍이는 바퀴가 돌아가는 와중에, 남들이 내게 원하는 게 아닌,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을 생각하려 애썼다. 윌이 내게 한 말을 떠올렸다. 남들이 생각하는 충만한 삶을 살지 말고 내 꿈을 이루는 삶을 살라’고. 문제는 꿈이 뭔지 제대로 모른다는 점이었다. --- p.522
내게 선택권이 있었다. 나는 뉴욕의 루이자 클라크거나 스톳폴드의 루이자 클라크였다. 혹은 아직 내가 만나지 않은 전혀 다른 루이자가 있겠지. 같이 걸을 사람이 내 모습을 결정해서 나비 표본처럼 핀으로 눌러놓지 않는다는 게 중요했다. 자신을 다시 만들어갈 방법을 스스로 찾을 수 있다는 게 핵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