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메뉴

본문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
저자 : 리안 모리아티
출판사 : 마시멜로
출판년 : 2019
정가 : 15800, ISBN : 9788947545211

책소개


『허즈번드 시크릿』,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리안 모리아티의 최신작

“여기를 떠날 때, 전혀 다른 사람이 돼 있고 싶은가요?”
같은 지붕 아래 모인 낯선 사람들…
앞으로 열흘간, 모든 것이 차단된 삶이 시작된다!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로 이름난 최고급 건강휴양지 ‘평온의 집’. 이곳으로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아홉 명의 사람들이 모여든다. 일상을 짓누르던 스트레스와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명상과 수련을 통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해 기꺼이 차도, 휴대폰도 허용되지 않는 열흘간의 삶을 선택한 것이다. 이제부터 외부 세계와 접촉하거나 일탈할 수 있는 방법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여기서 시키는 대로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고 서로를 알아가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이 낯선 이방인들을 특별한 사명감으로 지켜보고 있는 한 사람이 있다. 열흘 후, 과연 아홉 손님들은 자신들의 바람대로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이 집을 나갈 수 있을까?

2018년 가을 출간과 동시에 아마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로 선정되었고, 유수의 여러 언론 매체의 추천 및 찬사와 더불어 전 세계 30개국에 번역 출간된 리안 모리아티의 최신작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이 출간되었다. 매력적인 다양한 캐릭터와 제한된 배경, 쫄깃한 긴장감, 적절하게 숨겨진 복선과 반전까지… ‘특정 장르로 분류되기를 거부하는 어둡고도 재미있는 소설’, ‘웃음과 스릴과 놀라움이 공존하는 섬세한 서스펜스’라는 평을 얻은 이번 작품은, TV미니시리즈로 제작되어 엄청난 성공을 거둔 전작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에 이어서 또 다시 니콜 키드먼이 제작과 주연을 맡은 동명의 TV미니시리즈로 2020년에 방영될 예정이다.




목차


프랜시스가 마사지와 온천과 요가를 생각하고 있을 때 갑자기 팝업창이 떴다. 열흘 동안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최고의 프로그램, 이제 단 한 자리 남았습니다! 그 순간 프랜시스는 경쟁심이 솟구쳐 ‘지금 예약’을 누르고 말았다. 한 자리밖에 안 남았다는 소리를 진심으로 믿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환불 불가 조건으로 비용을 지불한 뒤에야 프랜시스는 트립어드바이저에 올라와 있는 평온의 집 후기를 읽어봤다. 후기는 극과 극이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근사한 경험을 했기에 별 다섯 개로는 부족하다면서 음식도 좋고 온천도 좋고 직원들도 정말 좋았다는 후기가 있는가 하면, 그토록 끔찍한 경험은 난생 처음이라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후기도 있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고 있다는 후기도 있었고, 그런 곳엔 절대 가지 말라고 경고하는 후기도 있었다.
--- pp.18-19

“지금 여러분은 산 밑에 서 있습니다. 산 정상은 절대로 도달하지 못할 것처럼 높아 보입니다. 하지만 내가 여러분이 산 정상에 오를 수 있게 도와줄 겁니다. 열흘이 지나면 지금 여기 앉아 있는 여러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겁니다.”
마샤는 입을 다물고 사람들을 천천히 둘러봤다. 마샤가 앞에서 시연해 보이는 연극은 너무 의도적이고 과장돼 있어서 재미있지도 않았다. 사실 웃기는 게 당연한데 전혀 웃기지 않았다. 마샤가 다시 말했다.
“열흘이 지나면 지금 여기 앉아 있는 여러분은 없을 겁니다.”
오, 이제는 바뀔 거야. 새로운 사람이 될 거야. 훨씬 괜찮은 사람이 될 거야. 프랜시스는 희망이 미세한 안개처럼 명상실 위로 피어오르고 있음을 느꼈다.
“훨씬 행복하고 건강하고 가볍고 자유로워져서 평온의 집을 나서게 될 겁니다.”
훨씬 행복하게 되리라. 훨씬 건강하게 되리라. 훨씬 가볍게 되리라. 훨씬 자유롭게 되리라. 마샤의 말은 한 마디 한 마디가 축복 같았다. 저게 무슨 헛소리야. 프랜시스는 생각했지만 동시에 빌고 있었다. 제발, 그 말이 사실이 되게 해줘.
--- pp.151-152

카멜은 조각처럼 길고 매끈한 마샤의 몸을 생각했다. 조엘과 소냐가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다줄 때, 카멜의 인생을 산 마샤가 집 앞에 서 있으면 어떻게 될까 상상해봤다. 물론 카멜이 아니라 마샤였다면 애초에 조엘이 떠날 이유가 없었을 테지만, 아무튼 마샤는 전남편과 그의 여자친구를 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럽진 않을 게 분명했다. 마샤라면 전남편에게 자기 몸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문가에서 이상하게 몸을 비틀고 있진 않을 테지. 마샤라면 몸을 똑바로 펴고 당당하게 서 있을 거야. 처참하게 부서진 마음을 보호하려고 몸을 둥글게 웅크리고 있지도 않을 거야. 몸을 바꿀 수 있다면 당연히 인생을 바꿀 수 있고 실패한 결혼에 대한 슬픔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건 망상이 아니었다. 분명한 진실이었다. 카멜 슈나이더는 육체의 욕망을 포기하고 신에게 항복한 신참 수녀처럼 마샤에게 자신을 내맡겼다.
--- pp.235-236

내일은 아들의 기일이었다. 나폴레옹은 그 어두운 그늘을 느낄 수 있었다. 일 년 중 어느 하루를 끔찍하게 두려워한다는 건 비이성적이었다. 내일은 그저 아주 슬픈 날, 어쨌거나 절대로 잊을 수 없는 하루일 뿐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기일이 되면 다들 이런 감정을 느낀다. 나폴레옹은 이런 감정이 정상이라고 자신을 다독였다. 작년에도 이렇게 세상이 곧 끝장날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러니까 이런 기분이 든다는 건 앞으로 같은 일이 일어나리라는 걸 알고 있는 것,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읽는 것과 같은 일일 뿐이었다.
나폴레옹은 이곳에서 쉬면서 이번 기일은 차분하게 맞을 수 있기를 바랐다. 평온의 집은 경이로운 곳이었다. 평화로웠고, ‘평온’했으며, 직원들은 모두 친절해서 손님들을 최선을 다해 보살펴줬다. 하지만 나폴레옹은 겁이 났다. 말을 못해서인지도 몰랐다. 하루 종일 생각하고 기억하고 후회하며 지내야 하는 시간들이 싫었다.
--- pp.279-280

프랜시스는 내일 아침이면 모든 것이 다른 식으로 느껴지리라는 걸 알았다. 아홉 명 모두 옛 삶이 자신을 끌어당긴다는 기분을 느낄 것이다. 프랜시스는 단체 관광이나 크루즈를 해본 적이 있었다. 그러니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잘 알았다. 평온의 집에서 멀어질수록 점점 더 “잠깐만, 도대체 그게 다 무슨 일이었을까? 그 사람들과 내가 어울릴 만한 공통점도 하나 없었는데”라고 중얼거리게 될 것이다. 꿈처럼 느껴질 것이다.
토니가 와인 병을 집어 들었다. “더 마실래요?”
프랜시스는 와인 잔을 뚫어지게 보며 고민했다. “아니, 안 마실래요.”
토니는 멜버른에 살고 있었고, 분명 그곳을 떠날 생각이 없을 것이다. 프랜시스는 자기가 남자 때문에 얼마나 자주 이사를 했는지, 존재하지도 않는 남자를 위해 기꺼이 인생을 정리하고 미국으로 떠날 준비를 얼마나 열정적으로 했는지 기억해냈다. 마샤의 말도 기억했다. 여기를 떠날 때 전혀 다른 사람이 돼 있고 싶은가요?
프랜시스는 토니에게 말했다. “평소라면 좋다고 그랬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