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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Everything I Never Told You)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Everything I Never Told You)
저자 : 셀레스트 응
출판사 : 마시멜로
출판년 : 2016
정가 : 13800, ISBN : 9788947541336

책소개


세계적인 문학상을 휩쓴 놀라운 스타 작가의 탄생
“리디아는 죽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이 사실을 모른다!”

엄마와 딸이, 아빠와 아들이, 아내와 남편이 서로를 위해 평생 동안 분투하는 과정을 강렬한 서사 속에 그려낸 이 소설은, 출간되자마자 수많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전 세계 22여 개국에서 번역되었다. “한 가정이 감추고 있던 비밀들을 드러내고, 마침내 갈가리 찢어버리는 매력적이 작품(로스엔젤레스 타임스)” “첫 페이지부터 독자들이 리디아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알고 싶게 만들며, 끝까지 그 마음을 잃지 않게 한다(허핑턴 포스트)” 등의 상찬을 받으며, 아마존에서는 ‘2014 올해의 책 1위’로, 허핑턴 포스트, 북리스트,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등에서는 ‘최고의 책’로 선정되었고, 책 출간 이듬해인 2015년에는 미국도서관협회 알렉스상, 매사추세츠 북어워드상, 메디치 북클럽상, 아시안 퍼시픽 아메리칸 어워드 픽션상 등 세계적인 문학상들을 휩쓸며 영미 문학계에 신선한 돌풍을 일으켰다. 이로써 셀레스트 응은 데뷔작으로 단번에 세계적인 스타 작가의 반열에 오른 몇 안 되는 작가 중 한 사람이 되었고, 현재 차기작을 기대하게 하는 놀라운 신예 작가로서 문단의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첫 소설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뛰어난 필력, 환상적으로 아름답고 슬픈 스토리, 결코 가볍지 않은 촉촉한 메시지는 이 책을 읽을 독자의 뇌리에 오래도록 남을 만한 것이다.


목차



리디아는 죽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이 사실을 모른다. 1977년 5월 3일 오전 6시 30분에 그들이 아는 것은 조금도 사악하지 않은 사실-리디아가 아침을 먹으러 내려오는 시간이 늦어진다는 사실-뿐이었다. 언제나처럼, 리디아의 시리얼 그릇 옆에는 엄마가 놓아둔 잘 깎은 연필과 여섯 문제에 작게 표시를 해둔 물리 숙제가 놓여 있었다. --- p.9

언니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한나는 잠시 생각했다. 언니가 없다면 한나는, 식탁에서 가장 좋은 의자에 앉을 수 있을 거다. 마당의 라일락 덤불이 보이는 창문도 한나 차지가 될 테고, 누구의 방이든 쉽게 갈 수 있는 아래층 큰 방도 한나 것이 될 거다. 저녁밥을 먹을 때는 누구보다 먼저 접시에서 감자를 덜어낼 수 있겠지. 아빠의 농담도, 오빠의 비밀도, 엄마의 미소도 모두 한나 차지가 되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그 실루엣은 찻길에 도달했고,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한나는 조금 전에 자기가 무얼 봤다는 사실조차 의심스러워졌다. --- p.39

집에서 메릴린이 한 일은, 분노에 휩싸여 어쩔 줄 모르는 채로 리디아의 방에 간 것이다. 경찰들이 내비친 암시들을 종합해보면,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리디아와 함께 배를 탄 사람은 없습니다. 리디아는 외로운 아이였습니까? 제임스는 그렇게 생각하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우리 리디아는, 언제나 웃었고, 늘 뭔가를 하겠다고 했는걸. 당연하지, 엄마. 나는 좋아, 엄마. 리디아가 스스로도 할 수 있는 걸 메릴린이 말해준 이유는, 리디아가 그걸 더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p.168

너희 잘못이 아냐, 아빠는 그렇게 말했지만, 리디아는 그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걸 잘 알았다. 우리가, 리디아와 네스가 잘못한 게 분명했다. 두 아이가 엄마를 화나게 한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까 두 아이는 엄마가 원했던 아이가 아니었던 거다. 눈에 맺힌 눈물 때문에 요리책의 씨들이 뿌옇게 보였다. 리디아는 맹세했다. 엄마가 집에 돌아와서 우유를 다 먹으라고 말하면, 다 먹을 거야. 리디아는 양치질도 아무 소리 없이 잘할 거고, 의사 선생님이 주사를 놓을 때도 울지 않을 거야. 엄마가 불을 끄면 곧바로 잘 거고, 다시는 아프지 않을 거야. 엄마가 하라는 건 모두 할 거야. 엄마가 원하는 건 뭐든지 할 거야. --- p.192

그리고-마지못해 그들 우주의 중심이 된-리디아 자신은, 매일같이 세상을 한데 뭉치고 있었다. 리디아는 부모의 꿈을 흡수한 채 내부에서 솟아나오려는 거부반응을 조용히 억눌렀다. 수년이 흘렀고, 존슨이, 닉슨이, 포드가 대통령이 됐다가 그만뒀다. 리디아는 가냘픈 아가씨로 자랐고 네스는 키가 커졌다. 엄마의 눈가에는 주름살이 잡혔고 아빠의 관자놀이에는 흰머리가 자랐다. 리디아는 부모가 절실하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심지어 부모가 요구하지 않을 때도 알았다. 매번 그 일은 부모의 행복을 위해 교환해야 하는 작은 거래 같았다. 그래서 여름마다 대수를 공부했고, 드레스를 입고 신입생 댄스파티에 갔고, 대학에서 생물학 강의를 들었다. 여름 내내,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모두 말이다. 응, 하고 싶어. 하고 싶어. 하고 싶어, 라는 말을 하면서. --- p.224

전화기가 덜컥거릴 정도로 거칠게 수화기를 내려놓은 뒤 네스는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경찰들은 네스가 히스테리를 부린다고 생각하지만, 네스는 알고 있었다. 뭔가가 있다고, 잭은 분명히 관계가 있다고, 잭이야말로 잃어버린 퍼즐 조각이라고, 네스는 믿었다. 하지만 경찰이 네스의 말을 믿지 않는다면, 부모님도 믿지 않을 게 분명했다. 더구나 아빠는 요즘엔 거의 집에서 볼 수 없었고, 엄마는 다시 리디아의 방에 갇혀버렸다. 벽 너머로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고양이처럼 걸어다니는 엄마의 발소리가 들렸고, 방문에서는 한나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네스는 음악을 틀었다. 엄마의 발소리가, 한나의 노크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소리를 더 크게, 더 크게 높였다. 훗날 그들 가운데 누구도 이 날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분명하게 기억하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 흐릿한 기억만이 남아 있을 뿐, 이 날의 일들은 그 다음날 일어날 일에 가려 희미해져버렸다. --- p.291

리디아는 손가락으로 벨벳 상자의 주름을 문질렀다. 아빠는 누구나 하는 일에 지나치게 신경을 썼다. 우리 딸이 댄스파티에 가다니, 정말 기쁘다. 댄스파티는 누구나 가는 거잖아. 그렇게 하니까 정말 예쁘다, 리디. 요즘은 누구나 그렇게 머리를 기르잖아, 안 그러니? 심지어 리디아가 웃을 때도 아빠는 넌 더 웃어야 해. 누구나 너처럼 활짝 웃는 여자애를 좋아한단다, 라고 말했다. 드레스를 입고 머리를 기르고 웃기만 하면 리디아에게 있는 모든 다른 점이 감춰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엄마가 리디아도 다른 아이들처럼 나가서 놀게 허락해준다면 다르게 생긴 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을 거다. 재키 하퍼는 한쪽 눈은 파랗고 한쪽 눈은 녹색이지만, 작년에 인기투표에서 1위를 했다. 어쩌면 리디아가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생겼다면, 어쩌면 하루 종일 공부를 해야 하는 것도, 숙제를 다 끝내기 전엔 주말에 외출할 수 없는 것도, 남자 애들하곤 절대로 외출할 수 없는 것도 조금도 문제가 되지 않을지 몰랐다. 둘 중에 한쪽을 택할 수 있다면 분명히 어려움은 극복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양쪽에서 동시에 끌어당기면 드레스도, 책도, 목걸이도 리디아를 도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