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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과 도시
저자 : 한광야
출판사 : 한울아카데미
출판년 : 2017
정가 : , ISBN : 9788946070301
책소개
아테네부터 팰로앨토까지
바그다드부터 뉴욕까지
유럽, 중동, 북미의 대표적인 대학의 도시 16곳을 통해 대학과 도시의 공진화를 읽는다
고대의 아테네, 현대의 팰로앨토에도 중동의 바그다드, 북미의 뉴욕에도 모두 대학이 있다. 대학은 이 도시들이 새로운 문명을 꽃피우는 과정에서 지식과 기술을 생산하고 전파하는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문명 발전 과정에서 대학과 도시의 관계에 천착해온 저자 한광야는 대학의 기능을 정의해온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유럽, 중동, 북미의 대표적인 16개 ‘대학의 도시’들의 형성과 진화 과정을 그 대학의 성장 궤적과 함께 보다 넓은 지역문화권과 물리적인 지형 위에서 이해한다.
도시의 입지와 형성, 지식과 기술의 생산 활동과 대학의 설립, 도시 중심부에서 대학의 기능과 물리적인 성장을 중심으로 관찰해 역사 속 대학과 도시의 관계를 넘어 과연 지금 우리에게 대학은 무엇이며 또 미래의 대학은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목차
신성림, 도서관, 왕궁학교: 대학의 원형
고대 아테네에서는 수호 여신인 아테나 여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신성림에 김나시온과 스타디온을 조성해 청소년을 교육했다. 이후 이곳에 플라톤의 아카데미가 조성되었다. 플라톤의 아카데미는 이상적 사회를 고민하며 학생들에게 철학을 가르쳤고 학문 교류의 거점이 되었다.
바그다드의 지혜의 전당은 지식을 소장하고 번역했으며 더 나아가 새로운 학문적 발견과 발명을 수행했다. 지혜의 전당은 중세 이슬람의 인문학 탐구 기관으로서 수학, 천문학, 의학, 합금술, 동물학, 지리학, 지도제작법 분야의 학문적 기초를 완성하는 철학자, 과학자, 엔지니어들의 활동의 중심이었다.
한편 서유럽 세계의 토대를 만든 프랑크 왕국의 샤를마뉴는 표준화된 교육과정과 교육개혁을 시행했고, 왕궁학교를 설립해 유럽 전역에서 신학, 수학, 천문학, 건축 분야의 학자들을 초빙했다. 왕궁학교는 콘스탄티노플의 제국도서관으로부터 획득한 고대 그리스-로마의 필사본을 보관하는 도서관 기능을 갖추었고, 카롤링거 르네상스와 교육개혁의 거점으로 기능했다.
도시가 형성되고 발전하면서 지식과 기술의 생산과 전파를 담당하는 기관이 나타났다. 숲 속의 아카데미, 제국의 도서관, 강력한 군주가 세운 왕궁학교는 대학의 원형이다. 저자 한광야는 살아 움직이는 도시의 한 부분으로서 이들 기관의 성장 궤적을 지역문화권과 물리적인 지형 위에서 중층적으로 추적한다. 이를 통해 도시에 대한 선형적·통사적 개념과 역사·지리의 소재로서 도시를 바라보는 관념성을 지양하고 생산과 문화의 진화체계로 도시를 바라보는 관점을 제안한다.
유럽의 도시에 라틴 구역이 있는 이유: 근대적 대학의 발전
유럽 구도심에는 가톨릭 성당과 수도원, 대학 등 라틴어를 사용한 기관들이 모여 있는 ‘라틴 구역’이 있다. 파리를 시작으로 몽펠리에, 스트라스부르, 툴루즈, 살라망카, 코임브라, 루뱅, 코펜하겐 등의 라틴 구역이 대표적 사례이다.
당시 성당과 수도원은 지식을 축적하고 전문 필사자를 양성해 지식을 복사하고 전파하는 기능을 담당했다. 파리 라틴 구역의 생트준비에브 수도원과 생제르맹데프레 수도원은 8세기부터 교육 활동을 시작했다. 시테섬의 노트르담 대성당 수도원학교에서는 성직자와 공무원을 교육하여 명성을 얻었다. 학생들이 모여들면서 라틴 구역에는 학생들의 기숙 시설이 생겨나고 지식인들이 모여들면서 컬리지가 생겨났다. 파리 대학은 라틴 구역에 형성된 최초의 기숙 시설인 콜레주데디쥐트를 시작으로 다수의 컬리지의 연합체로 만들어진 것이다.
라틴 구역 수도원의 필사본으로 유통되던 지식이 인쇄술이 발전하면서 규모와 속도가 커지기 시작한다. 이를 양분삼아 파리의 라틴 구역에서는 볼테르와 장자크 루소가 활약해 계몽주의 가치를 확산시켰다.
수도원학교의 융성, 지식인 커뮤니티 형성, 대학의 설립이라는 라틴 구역의 일반적 형성 과정과 달리 튀빙겐은 지도자의 정치적 비전에 의해 계획적으로 조성된 사례이다. 에버하르트 5세는 정치적인 야망을 위해 파리 대학을 모델로 튀빙겐에 라틴 구역을 조성했다. 그는 파리 대학과 연계해 연구자를 초빙했고, 1476~1500년 사이 50개 이상의 대학 건물들을 신축했다. 당시 튀빙겐의 성장과 건축붐을 두고 ‘별들의 시간Tubingens Sternstunde’으로 부를 정도이다. 그 결과 튀빙겐 대학의 행정·교육 기능은 도시 중심부에 집중되었고, 기숙사, 교수 사택, 도서관, 호스텔이 하나의 거대한 클러스터를 구축했다. 이 튀빙겐 대학은 ‘종교개혁과 루터파 프로테스탄트’의 중심부가 되었다.
20세기 테크놀로지의 전위
프린스턴 대학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생화학, 생리학, 생물학 분야 연구에서 하버드 대학과 경쟁하며 대규모의 캠퍼스 조성했고 모펫 연구소, 루이스 토머스 연구소, 조지 슐츠 연구소, 루이스-시글러 게노믹스 등의 대규모 과학 연구 시설을 설립했다. 또 프린스턴 대학은 제임스 포레스털 캠퍼스로 불리는 거대한 R&D 센터를 운영한다. 포레스털 캠퍼스에는 1957년 연방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아 프린스턴-펜실베이니아 입자가속기가 조성되었다. 입자가속기는 1972년까지 소립자 연구를 위한 핵심 연구 인프라로 기능했다.
MIT 공과대학은 제2차 세계 대전 전후 대규모로 미 연방정부 국방 연구를 진행했으며, 자이로스코프와 조종시스템을 이용한 총 조준기, 폭격 조준기, 관성항법 등의 첨단 군사 테크놀로지를 개발했다. 연방 정부 지원으로 1951년 설립된 링컨연구소에서는 소련의 핵무기 공격을 방어하는 프로젝트 링컨, 링컨 트랜지션 시스템, 세이지를 개발했다. 이후 프로젝트 맥, 인공지능연구소, 테크 모델 레일로드 클럽 등의 연구 개발을 통해 인터랙티브 컴퓨터와 디지털문화 기술의 진보를 주도해왔다.
팰로앨토의 스탠퍼드 대학은 리서치 인스티튜트를 만들었다. 이곳의 초기 연구들은 미 항공우주국, 미 공군, 미 국방부의 아르파의 지원으로 진행되었다. 리서치 인스티튜트는 인터넷의 시초가 된 아르파넷의 미국 내 4개 거점 중 하나로 운영되었다. 스탠퍼드 대학의 또 다른 연구 인프라는 스탠퍼드 선형가속기이다. 이곳은 150명의 물리학자를 포함한 1000명의 연구 인력과 3000명의 방문연구자를 수용하는 거대한 연구 인프라이다.
미래의 대학은 어떤 모습인가?
최근 정보통신 인프라의 보급으로, 과연 대학은 미래에도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대학 커뮤니티는 역사적으로 사회에서 가장 창의적이고 현명한 집단이었다. 대학은 사회가 요구하는 기능을 찾고 변화를 주도하며, 행태를 바꾸면서 기능해왔다.
대학은 올리브 숲의 제사장과 하천변의 군대로부터 시작되었고, 왕조의 정당성을 찾으려는 번역원과 학술원, 광활한 제국의 영토로부터 확보한 보물을 연구하는 박물관, 신의 말씀을 전달하는 성당, 배고픔을 해결해주고 신분 상승의 기회를 제공했던 수도원, 상거래의 분쟁을 중재하고 도시의 행정체계를 만들었던 법학교, 고아·여행객·환자를 위한 호스피털, 신체에 생긴 질병으로 사람의 죄와 벌을 평가하려 했던 마법학교와 약초와 해부로 이를 치유해온 의학교와 수술원, 아름다움을 소유의 가치로 만들었던 길드와 미술학교, 더 큰 동력과 더 강한 물건을 만들었던 기술학교, 그리고 더 멀고 더 깊은 세상의 존재 방식을 찾으려는 최근의 중력가속기까지, 지속적으로 변화해왔다. 지금의 대학은 이상의 기능들을 모아놓은 집합체이다.
이 책은, 앞으로 대학이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대학이 도시의 질적 향상에 어떻게 기여할 것이며, 이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에 관해서 관련 분야의 학자, 대학과 도시의 정책결정자와 실무자, 그리고 사회 단체와 소통하고 그 해답을 찾기 위한 공론의 장을 준비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