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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키친
저자 : 요시모토 바나나
출판사 : 민음사
출판년 : 2012
정가 : 12000, ISBN : 9788937484315
책소개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부엌이다.”라는 첫 문장이 인상적인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키친』의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가 자신의 ‘키친’을 최초로 공개한다. 아이가 두 살에서 여섯 살이 되는 동안 쓴 일상의 식탁 일기를 《아사히 신문》에 연재하여 묶은 것.
스스로를 “우주에서 제일가는 먹보”라고 밝히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먹거리에 대한 열정과 철학은 대단하다. 아버지 대부터 다니던 단골 가게가 있고, 요리연구가들의 레시피를 꼼꼼히 챙겨 보며, 맛있는 것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는 그녀가 음식과 인생, 식탁과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이 책은, 읽는 동안 우리에게 매일매일 만나는 식탁이라는 공간의 다양한 표정과 무수한 이야기들을 일깨워 준다.
101편의 밥 이야기와 에피소드 모음집에 대한 추억을 담은 작가의 후기, 만화가인 바나나의 언니가 직접 그린 비장의 크로켓 레시피 페이지까지. 읽는 즐거움이 가득한, 요시모토 바나나의 입맛을 사로잡은 식탁 에세이. 과연 그녀의 음식 맛은 어떨까 궁금해진다.
목차
꼬맹이가 밥을 먹으면서 “동그라미다! 이건 동그라미야!”라고 중얼거렸다.
뭐가 동그라미라는 건지 식탁 위를 둘러보았지만 딱히 동그란 것은 없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진짜 동그래, 입안이 갑자기 동그래!” 하기에 곰곰 생각해 보니 문어와 경수채 볶음에 든 문어 다리에서 떨어져 나온 빨판이 아닌가 싶었다.
하긴 동그라미라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겠네, 하고 마음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p.69
무라카미 류 씨가 텔레비전에 나와 유명한 셰프 앞에서 요리를 만들었다.
카레에 넣기 위해 베이컨 덩이를 네모지게 토막 썰기 하고 있을 때 “사람 발가락 크기 정도로.”라는 비유를 하면서 썰었다. 얘기에 집중하느라 닭고기 뒤집는 것을 잊자, 옆에 있던 친구인 셰프가 슬며시 뒤집어 주었다.
작가네, 작가, 하고 생각했다.---p.159
나카노에 아주 유명한 칭기즈칸 집이 있다.
다 낡은 단독 건물인데 계단까지 양 기름으로 번들번들 미끄럽다.
숯불에 고기를 구워 그저 열심히 먹는 가게다.
(……)
예나 지금이나 여전한 아저씨와 아줌마가 있고, 대단히 친절한 것도 깔끔한 것도 정리 정돈이 잘 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올 때마다 점점 더 맛있다 느낀다. 고기도 소스도 약간 시든 숙주나 고야 같은 채소도 너무 맛있어 어쩔 줄을 모른다.
가끔 이런 일이 있는데, 뭣 때문일까.
맛의 저력이 배어 나오는 것인지, 나와 가게 사이에 쌓인 세월의 추억이 맛에 겹쳐지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이 또한 인생의 비밀 중 하나이며 소중한 것이리라고 생각한다.---pp.170~171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는 나!
짧은 글이고 작가의 머릿속이 단순한 터라 그리 뛰어난 문장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우주에서 제일가는 먹보인 나의 느낌만은 리얼하게 풍기리라고 생각한다.
(……)
그리고 “네 에세이를 읽다 보면 속이 다 메슥거리더라. 어쩌면 그렇게 잘 먹니.” 하고 늘 말하는 입이 짧은 우리 어머니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어머니, 몸이 약했는데도 기를 쓰고 절 낳아 주어 감사해요. 어머니가 생명을 나눠 준 덕분에 나는 오늘도 이렇게 맛있게 먹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