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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차일드
블러드 차일드
저자 : 옥타비아 버틀러
출판사 : 비채
출판년 : 2016
정가 : 13000, ISBN : 9788934974253

책소개


SF 마니아들이 23년 동안 기다려온 전설적 작품,
드디어, 한국 정식 출간!

국내 SF 마니아들로부터 정식 출간에 대한 요청이 끊이지 않았던 작품집. 백인 남성 작가 일변도였던 SF계에서, 흑인 여성으로서 당당히 살아남은 ‘그랜드 데임Grand Dame’ 옥타비아 버틀러가 남긴 유일한 작품집이다.

1984년 네뷸러상, 1985년 휴고상 동시에 수상작인 [블러드차일드]를 비롯, 1984년 휴고상 수상작 [말과 소리], 1988년 사이언스픽션크로니클 선정 최고의 소설 [저녁과 아침과 밤] 등 대표작을 모두 수록했다. 자전적 작가론이 담긴 에세이 두 편 또한 최초로 소개된다. 여기에 각 단편과 에세이의 말미에는 작가가 직접 남긴 ‘후기’가 딸려 있어서 작품의 이해를 돕는 것은 물론, 의미와 가치를 더한다.

목차


트가토이가 첫 번째 유충을 찾아냈다. 통통했고, 로마스의 피로 안팎이 시뻘겠다. 안팎으로 말이다. 알껍데기는 이미 먹어치웠지만 아직 숙주를 먹기 시작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이 단계의 유충은 제 어미만 아니면 어떤 살이든 먹었다. 내버려두었다면 유충은 로마스에게 고통을 주면서 의식을 유지시키는 독을 계속 분비했을 것이다. 그리고 결국에는 먹기 시작했으리라. (…) 트가토이는 로마스의 끔찍한 신음 소리를 무시한 채 온몸을 비트는 유충을 조심스럽게 집어 들어 바라보았다.
---「블러드차일드」중에서

그는 지도를 펴고, 라이의 손을 다시 잡더니 어느 지점에 그녀의 집게손가락을 가져갔다. 그는 그녀를 건드리고, 자신을 건드리더니 바닥을 가리켰다. ‘우리는 여기에 있다’라는 뜻이었다. 그는 라이가 어디로 가려고 하는지 알고 싶어했다. 라이도 말해주고 싶었지만, 서글프게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라이는 읽고 쓰는 능력을 잃었다. 그것이 라이의 가장 심각한 손상이자, 가장 고통스러운 손상이었다.
---「저녁과 아침과 밤」중에서

그녀는 반바지와 홀터톱만 입고 있었다. 커뮤니티들은 그녀가 벌거벗고 있는 쪽을 더 좋아했고, 오랜 감금 기간 동안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내내 벌거벗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 그녀는 감금된 포로가 아니었고, 최소한 기본적인 옷은 입어야겠다고 주장했다. 그녀의 고용주는 이 주장을 받아들였고, 그녀가 옷을 입을 권리를 거부하는 외주 계약자들에게는 그녀를 빌려주지 않았다. 외주 계약자는 즉시 그녀를 감싸고 위쪽으로, 수많은 자신들 안으로 끌어 올렸다. 다양한 조작체를 이용해서 끌어 올리다가 나중에는 이끼처럼 보이는 부분으로 단단히 감싸쥐었다.
---「특사」중에서

“당신이 겪어본 어떤 경험과도 비슷하지 않아요. 아프지도 않고, 끈적거리지도 않고, 어떤 식으로든 혐오스럽지도 않다는 점만은 말할 수 있어요. 감싸이는 행위에서 촉발되는 유일한 문제는 폐소공포증예요. 여러분 중 누구든 폐소공포증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면, 지금쯤 탈락했을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그들에게 특효약이란 말이죠?” 루네가 말하더니 웃었다. 노아도 마주 웃었다.
---「특사」중에서

“크면 작가가 되고 싶어요.” 내가 말했다. “그러니? 흠, 그거 좋구나. 하지만 직업도 구해야 할 거야.” “글을 쓰는 게 제 직업이 될 거예요.” “글은 언제든 쓸 수 있어. 좋은 취미지. 하지만 밥벌이도 해야지.” “작가로 벌죠.” “바보 같은 생각 말아라.” “진심이에요.” “얘야…… 검둥이는 작가가 될 수 없어.” “왜요?” “그냥 안 돼.” “아니에요, 될 수 있어요!” (…) 이모는 어른이었다. 나보다 많이 알았다. 이모가 옳다면 어떻게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