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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
저자 : 하퍼 리
출판사 : 열린책들
출판년 : 2015
정가 : 12800, ISBN : 9788932917221
책소개
미국 초판 발행 부수 200만 부, 아마존 예약 판매 1위
55년 만에 발견된 하퍼 리의 작품 2015년 7월 14일 전 세계 동시 출간
『앵무새 죽이기』의 작가 하퍼 리의 신간 『파수꾼』이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미국, 영국, 스페인, 독일, 브라질, 덴마크, 네덜란드, 카탈로니아, 스웨덴, 한국까지 총 10개국이 2015년 7월 14일 동시 출간했다. 출간 전부터 초판 발행 부수 200만 부 확정, 인터넷 서점 아마존 예약 판매 1위를 기록하며 전 세계 언론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55년 만에 출간된 하퍼 리의 두 번째 작품 『파수꾼』은 그 전까지 유일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던 『앵무새 죽이기』의 전작이자 후속작, 최초이자 최후의 작품이다. 『앵무새 죽이기』를 집필하는 데 기반이 되었던 하퍼 리의 첫 작품인 데다가, 『앵무새 죽이기』의 주인공이 20년이 지나 성장했을 때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파수꾼』이 쓰인 시기는 20세기 중엽, 미국에서 한창 흑인 인권 운동의 불길이 번지던 때다. 소설은 50여 년 전에 쓰였지만 그 주제는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하퍼 리는 『파수꾼』 속에서 부녀의 대립과 갈등을 통해 우리 사회 속에서 진정한 양심은 어디에 있는지, 인간의 본질은 무엇인지를 말한다.
목차
파수꾼
아버지와 헨리가 나가면서 현관문 닫히는 소리가 났고, 진 루이즈는 바닥에 놓인 서류들을 치우러 아버지가 앉아 있던 의자 옆으로 갔다. 서류들을 부분별로 차곡차곡 정리해 소파에 가져다 놓았다. 그런 다음 램프 탁자 위에 쌓인 책들을 정돈하려고 다시 반대쪽으로 가 치우는데 상업용 편지 봉투만 한 소책자가 눈에 띄었다.
소책자 표지에 식인 니그로 그림이 있었다. 그림 위에는 〈흑사병〉이라는 글자가 써 있었다. 저자 이름에는 여러 학위가 따라붙었다. 진 루이즈는 소책자를 펴 들고 아버지 의자에 앉아 읽기 시작했다. 다 읽고 난 뒤 죽은 쥐의 꼬리를 잡듯 소책자의 한 귀퉁이를 잡아 들고 부엌으로 갔다. 그리고 고모 앞에 그것을 디밀었다.
「이게 뭐에요?」 그녀가 말했다.
알렉산드라가 안경 위로 눈을 치켜떴다. 「네 아버지 거야.」
진 루이즈는 쓰레기통 페달을 밟아 뚜껑을 열고 소책자를 버렸다. --- p.144~145
발코니 아래, 거칠거칠한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들 중에는 메이콤 군의 쓰레기들이 대부분 다 있었을 뿐 아니라 가장 훌륭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녀는 저쪽 끝을 내려다보았다. 법정과 청중을 나누는 난간 너머 긴 테이블에 아버지와 헨리 클린턴, 그녀가 너무나 잘 아는 몇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한 명 앉아 있었다.
테이블 한쪽 끝에, 거대한 수종과 비슷한 회색 민달팽이 같은 사람은 윌리엄 윌러비가 있었다. 그는 그녀의 아버지 같은 사람들이 경멸하는 모든 것의 정치적 상징이었다. 윌러비는 그와 같은 부류로는 마지막 인물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아버지는 그와는 말도 섞지 않으려 했는데, 그와 한 테이블에……. --- p.150
진 루이즈가 통찰력을 지녔더라면, 그래서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고도로 선별적이고 배타적인 세계의 장벽을 꿰뚫어 볼 수 있었더라면,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평생 동안 가장 가까운 사람들도 알아채지 못하고 간과한 시각 장애를 가지고 살아왔다는 것을, 선천적으로 색맹이란 것을. --- p.173
눈이 멀었거나, 그게 내 모습이다. 나는 눈을 뜬 적이 없다. 다른 사람들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려 한 적이 없다. 얼굴만 살짝 봤을 뿐이다. 완전히 눈이 멀었다, 돌처럼……. 스톤 목사. 스톤 목사는 어제 예배에 파수꾼을 세웠다. 그는 내게 파수꾼을 세워 주었어야 했다. 손을 잡아 이끌어 주고, 매 정시마다 보이는 것을 공표해 주는 파수꾼이 나는 필요하다. 이 사람이 이렇게 말하지만 실제로는 저것을 의미한다고, 가운데 줄을 긋고 한쪽에는 이런 정의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저런 정의가 있다고, 그 차이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말해 줄 파수꾼이 나는 필요하다. 나가서 그들에게 그 모든 스물여섯 해는 누가 장난을 치기에는, 그게 얼마나 재미있든 너무 긴 시간이라고 공표해 줄 파수꾼이 나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