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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3 (Le Souffle des Dieux)
저자 : 베르나르 베르베르
출판사 : 열린책들
출판년 : 2009
정가 : 9800, ISBN : 9788932908694
책소개
베르베르식 우주의 완성, 그의 생애 최고의 대작!
집필 기간 9년에 달하는 베르베르 생애 최고의 대작, 『신』. 가히 '베르베르식 우주의 완성'이라 말할 수 있을 만큼, 그가 천착해 온 모든 주제가 집결되어 있다. 삶과 죽음 너머, 영혼의 존재.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계를 향한 놀라운 상상력! 베르베르가 작품 활동 초기부터 끊임없이 천착해 온 '영혼의 진화'라는 주제가 마침내 그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다.
베르베르는 『신』이 '이 우주의 어딘가에 지구의 역사를 처음부터 죽 지켜본 증인들이 숨어 있다고 상상하는 것에서 시작됐다'고 말한다. 그가 보기에 지구의 인류사는 '학살과 배신을 바탕으로 전개'된 역사이다. 승리한 문명이라고 해서 반드시 우월한 것은 아니며 망각의 늪으로 사라진 문명이라고 해서 반드시 낙후된 문명은 아니라는 말이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는 승자의 편에서 기록된 승리자의 역사이며, 진정한 역사의 증인이 있다면 그 답은 단 하나 '신'일 것이란 가정이 이 소설의 출발이다.
전작 『타나토노트』와 『천사들의 제국』에서 인간으로서, 천사로서의 삶을 산 미카엘 팽송이 이번 작품에서는 144명의 신 후보생 중 하나가 되어 신이 되기 위한 경쟁을 펼치게 된다. 소설은 크게 세 줄기로 진행된다. 신의 학교에서 세계를 만들고 발전시키며 다른 후보생들과 경쟁하는 미카엘 팽송의 이야기, 그 신들이 만든 18호 지구 속 인간들의 이야기, 마지막으로 미카엘이 천사 시절 돌보았던 세 인간이 환생하여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 이 세 명 중 한 사람은 한국인 소녀 은비. 이번 소설이 특히 반가운 이유 중 하나다.
프랑스의 「렉스프레스」는 '이 작품을 통해, 과학 기자 출신의 이 작가는 더 이상 특정 범주로 분류할 수 없는 작가가 되었다'고 말하며, 베르베르는 '이미 하나의 현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신 시리즈는 총 6권으로 완결될 예정입니다
목차
종교가 출현한 뒤로 인간은 신이라는 개념을 믿느냐 믿지 않느냐는 질문과 연결시켜 왔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런 식으로 양자택일을 강요하기보다 다른 방식으로 질문을 해서 다른 대답을 얻는 것이 유익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신 또는 신들이 존재한다는 가정을 받아들이고, 한낱 필사(必死)의 존재인 우리가 그들에겐 어떻게 보일까 생각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이 우리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그들은 우리를 심판할까? 그들은 우리를 도와줄까? 그들은 우리를 사랑할까? 그들은 우리에 대해서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을까?
이런 물음들의 답을 찾기 위해서 저는 신들의 학교를 상상했습니다. 책임감 있고 유능한 신이 되는 법을 가르치는 학교 말입니다.
신들에 대한 인간의 관점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신들의 관점을 가정하게 되면 인류의 과거와 미래, 우리 종(種)의 생존을 좌우하는 중대한 문제, 신들의 진정한 관심사에 관한 새로운 깨달음이 생겨납니다. --- 「머리말」 중에서
「스승 신들이 인간에게서 부러워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그 죽음일 것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인간의 삶에는 결말이 있죠. 반면에 불사의 존재들에게는 끝이라는 게 없습니다. 그래서 신들은 영웅이 되지 못합니다. 영웅적인 행위는 마지막 장면에서 생겨나는 법이죠.」
나는 그 말을 곱씹는다. 신들의 신은 무한하고 전능하다. 하지만 그는 유한한 존재, 실패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사는 존재를 부러워한다. 아닌 게 아니라, 우리에게는 그가 가지지 못한 장점이 있다. 우리는 실패를 할 수 있는 존재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성공이라는 것이 있다. 하지만 그는 매번 이기는 존재라서 무언가를 걸고 도전할 수가 없다. 그의 삶에는 서스펜스가 없는 것이다. --- pp.162~163
산장으로 돌아온 페리숑 씨는 딸과 아내 앞에서 자랑스럽게 그 일을 떠벌린다. 다니엘은 페리숑 씨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자기는 죽었을 거라면서 아낌없는 찬사로 그를 거든다.
당연한 얘기지만 페리숑 씨는 아르망보다 다니엘에게 관심을 갖도록 딸을 부추긴다. 그가 보기에 다니엘은 무척이나 호감이 가는 젊은이다. 반면에 아르망이 자기를 도와준 일은 갈수록 불필요했던 일로만 여겨진다. 급기야는 아르망이 자기를 도와주었다는 사실조차 의심하기에 이른다.
외젠 라비슈가 이 희극을 통해 예증하듯이, 세상에는 남에게 은혜를 입거나 신세를 지고도 고마워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고마움을 모르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자기를 도와준 사람들을 미워하는 자들도 있다. 그것은 아마도 도와준 사람들에게 빚을 진 기분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 싫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에 우리는 우리 자신이 도와준 사람들을 좋아한다. 우리의 선행을 자랑스러워하고 그들이 두고두고 감사하리라 확신하면서 말이다. --- p.240
「레비아단 말이야…… 드디어 깨달았어. 레비아단은 1호 지구에 존재한 적이 없어. 그거 알아?」
나는 조금씩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우리가 인간적인 상상력을 발휘하여 어떤 환상을 빚어내면 여기에 있는 〈그들〉이 그것을 실재하는 것으로 만들어 줘. 〈그들〉은 우리가 꿈꾸는 것에 구체적인 모습을 부여해 줘. 우리가 올림포스의 존재를 믿으면 그것이 여기에 나타나. 우리가 아에덴의 존재를 믿으니까 우리가 지금 이 섬에 있는 거야. 인어나 그리핀이나 커룹의 경우도 마찬가지야.」
나는 마침내 정신을 추스른다.
「아에덴이 우리 마음속에만 존재한다는 거야?」
「아니. 내 말은 분자, 원자, 이온 따위가 일정한 법칙에 따라 배열되어 결정을 이루듯이, 아에덴이라는 개념도 〈그들〉의 개입에 의해서 〈결정화〉한다는 거야. 우리 머릿속에 있는 것을 그들이 구체적인 실재로 변화시킨다는 것이지. 너는 신들의 신을 믿어? 그러면 〈그들〉에 의해서 신들의 신이 존재하게 되는 거야.」 --- p.243
뭔가 서늘한 느낌이 목을 타고 올라온다. 안면 근육이 딱딱해진다. 바윗돌처럼 무겁게 느껴지던 눈꺼풀이 다시 닫힌다. 카미유의 비명이 들리는 것으로 보아 귀는 아직 괜찮은 듯하다.
그러더니 소리가 뚝 끊긴다. 어떤 조각상들은 소리를 듣고 눈을 움직이는 것 같던데 나는 그런 것조차 누리지 못하는가 보다.
모든 것이 정지한다. 나는 기다린다. 이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나는 내 주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른다. 시간이 나와 상관없이 흐르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살아 있지만 외부 세계를 지각할 수 없다. 어쩌면 잠도 잘 수 없을지 모른다. 얼마나 오랫동안 이렇게 있어야 하는 걸까? 한 시간, 일주일, 일 년, 한 세기, 영겁?
나는 곧 미칠 것이다. 이 곤경에서 벗어나는 길은 추억과 상상 속으로 도망가는 것밖에 없을 것이다. 언제나 평화롭게 명상에 잠기기를 원했던 내가 아닌가. 이? 내가 할 일은 그것밖에 없다. 고요히 생각에 잠기자. 비록 귀머거리에 벙어리일지언정 의식은 또렷하지 않은가.
나는 패했다. 완전히 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