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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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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이치카와 다쿠지
출판사 : 랜덤하우스코리아
출판년 : 2009
정가 : 9800, ISBN : 9788925532318

책소개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밀리언셀러 작가
이치카와 다쿠지의 새 연애소설
헤어진 뒤에야 깨닫는 우리들의 첫사랑 이야기!


첫사랑, 순수, 기다림과 같은 말이 어딘지 모르게 촌스럽게도 들리는 이 차가운 세상에서 우리가 깜빡 잊어버렸던, 하지만 결코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소중한 것들을 작가만의 따뜻한 목소리로 다시 한 번 우리들에게 상기시켜 주고 있다. 성취하는 것만이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니까. 소중한 감정이 생겨난 것만으로 이미 그것은 아름다운 사랑이라 정의하며, 돌아오는 것이 없어도 주는 것만으로 아름다운 사랑. 스무 살의 우리가 첫사랑에게 느꼈던 바로 그런 감정들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마코토와 시즈루가 처음 만난 것은 열여덟의 봄, 싱그러운 대학 캠퍼스에서였다. 마코토는 가려움증 때문에 쓰는 연고 냄새 때문에 사람들과 항상 거리를 두었다. 그런데 그때 무시무시하게 가냘픈 몸매에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만성 비염 때문에 보통 사람의 100분의 1밖에 냄새를 맡지 못하는 시즈루를 만난다. 마코토와 시즈루는 함께 사진을 찍으면서 둘만의 추억을 쌓아가고, 시즈루는 어느새 순수하고 친절한 마코토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마코토의 짝사랑 상대에게까지 호의를 보이는 시즈루의 마음은 가장 순수한 형태의 사랑을 보여준다. 수많은 사랑이 범람하고 있지만, 그 사랑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순수한 사랑이 우리의 가슴을 아리게 할 것이다.

목차


“사랑이란 거, 신비한 감정이야.”
그 한 마디에 나는 약간 긴장했다.
“그 전까지는 세계의 중심은 여기…”라고 말하며 시즈루는 오른손으로 자신의 머리꼭지를 가리켰다.
“…였는데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니까 그 축이 스르르 상대 쪽으로 이동해가는 느낌이야.”
그 상대라는 건 물론 나를 가리키는 것이었지만, 그녀는 이따금 그런 식으로 이곳에 없는 누군가를 가리키듯이 말하곤 했다.
“너도 그래?”
그것은 순수한 물음일 뿐, 멀리 에둘러 나를 비난한다는 느낌은 없었다. 그녀는 언제라도 그랬다. 그녀는 나의 미유키에 대한 짝사랑을 분명하게 존중해주었다. --- pp.104~105

우선 ‘오로라 풍의 시금치 버터볶음’을 입에 넣어보았다.
시즈루가 지그시 내 얼굴을 보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맛을 본 뒤에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정말 맛있다!”
시즈루는 내 코끝에 손가락을 내밀어 그곳에 있는 공기를 잡는 듯한 몸짓을 보이더니, 그 손을 자신의 가슴에 살짝 댔다.
“뭐야?”
“네 말이 너무 기뻐서”라고 그녀는 말했다.
“붙잡아서 내 가슴에 챙겨 넣었어.”
그런 정도의 말에 그토록 기뻐해준다면, 이라는 생각에 나는 그 뒤에도 몇 번이나 “맛있다”를 연발했다. 하지만 정말로 그녀의 요리는 맛있었다. --- pp.129~130

이 지구에 사는 우리는 이제부터 어디로 가려고 하는 걸까?
그런 시즈루의 말을 떠올렸다. 짝사랑의 혹성에서 살아야 할 우리가 뭔가의 착오로 이 별에 태어나버린 것이라면 사랑이 이토록 어렵고 복잡한 것도 당연한 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분명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우리도 진화해서, 말로 하기 전의 마음까지 분명하게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머리 위의 빨강이나 파랑의 화살표는 지금보다 좀더 선명하게 보일 것이다. 결국 나오지 않은 다음 말도 확신을 가지고 바로 그 말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그날까지는?, 우리는 불완전한 마음은 안은 채 상처입고 혹은 상처를 입히며, 서툰 웃음을 지으며 살아가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