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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노 데 산티아고
저자 : 이난호
출판사 : 범우사
출판년 : 2008
정가 : 12000, ISBN : 9788908044166
책소개
머리글
1장 카미노 데 산티아고
'카미노 데 산티아고'란
몇 가지의 Tip
나의 카미노 루트
2장 첫 번째 카미노 '프랑세스 루트'
생지앵 데 포에서 산티아고까지 800㎞
3장 두 번째 카미노 '은의 길'
세바야에서 콤포스텔라까지 934㎞
4장 세 번째 카미노 '북쪽 해안 루트'
이룬에서 콤포스텔라까지 830㎞
잉글리시 루트120㎞
5장 네 번째 카미노 '포르투칼 루트'
코임브라에서 산티아고까지 360㎞
목차
‘카미노 데 산티아고’
8,000 리를 걷다
나는 왜 갔는가.
첫 떠남은 단순히 호기심 때문이었다. ‘걸어서 2,000리의 중세여행, 적은 비용, 안전이 보장된 길’, 여기에 성지순례라는 겉포장이 본디 희떠운 내 구미를 당겼다. 순례라기엔 출발동기도 여정중의 묵상도 민망한 수준이지만 매번 길라잡이 하나 없는 길에서 겁 없었던 이유가 무얼까. 다섯 번째 카미노 이후 비로소 어렴풋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왜 썼는가.
이 뒷북치기 여행기록에 처음부터 마음 내켰을 리 없다. 여타의 여행기처럼 길라잡이 구실도 못할 게 뻔한, 첫 번째나 네 번째나 매한가지의 무계획, 무작정, 단순무식의 실수담임에랴. 허나 자닝하게도 내 실수담을 재미있어 한 주변 몇몇이 나를 꼬드겼다. 오히려 내 엉성한 카미노 실력을 반면교사 삼아 용기를 낼 사람이 나올지 모른다고 핑계까지 챙겨줬다. 얍삽한 내 겉치장 성정과 맞아떨어졌다. 욕심이 생겼다.
카미노로 내몰고 싶은 사람들이 하나둘 머리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상하게도 늘 자신만만한 사람과 늘 빌빌대는 사람들이 동시에 “그 길은 바로 내 길!”이라며 선후를 다투었다. 그들을 밀치고 다가온 이가 있었다. 무덤덤한 내 시아우 윤예선, 뭔가 막막해서 신보다 쑥 낮은 격의 후덥지근함이 간절해질 때 종종 뒷등을 빌렸던 이, 호된 강풍을 넘어 여전히 끄떡없는 나무, 힘 있고 쾌활한 그 여자였다. 그는 이미 보다 긴 길을 향하고 있어 그와 견주기에 내 카미노 8천 리는 참 우스웠다. 그냥 그에 기댔다. 그는 내가 기댄 줄 모른다. 이 글을 보고서 좀 멋쩍어할 것이다. 그때 내가 말하리라.
“나, 70의 난호를 보라!”
결국 이 짧은 한마디를 책 한 권으로 부풀린 나의 부끄러움이 덜렸으면 하며 이 글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