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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종의 화첩기행
김병종의 화첩기행
저자 : 김병종
출판사 : 효형출판
출판년 : 2000
정가 : 9500, ISBN : 8986361248

책소개


10여회의 국내외개인전과 5백회 이상의 그룹전을 가진 중견화가이자, 학생시절 서울대 대학신문에 시-소설이 당선된 문청(文靑) 출신인 김병종 서울대 미대 교수의 박학다식한 그림과 글이 어우러진 에세이. 일반적으로 당대에 성공한 예술가보다는 되도록 불운하고 애절하게 살다간 예인(藝人)들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 독특한 맛을 풍긴다.

목차


가난했던 한 시인이 천국으로 떠났다. 조의금이 몇백 걷혔다. 생전에 그렇게 '큰돈'을 만져본 적 없는 시인의 장모는 가슴이 뛰었다. 이 큰돈을 어디다 숨길까. 퍼뜩 떠오른 것이 아궁이였다. 거기라면 도둑이 든다해도 찾아낼 수 없을 터였다. 노인은 돈을 신문지에 잘 싸서 아궁이 깊숙이 숨기고서야 편한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시인의 아내는 하늘나라로 간 남편이 추울 거라는 생각에 그 아궁이에 불을 넣었다. 타오르는 불길속에 푸르스름한 빛이 이상했다. 땔나무 불빛 사이로 배추 이파리 같은 것들이 팔랑거리고 있었다.

조의금은 그렇게 불타버렸다. 다행히 타다 남은 돈을 한국은행에서 새돈으로 바꾸어주어, 그 돈을 먼저 떠난 시인이 '엄마야'며 따르던 팔순의 장모님 장례비로 남겨둘 수 있게 되었다. 시인은 늘 '엄마'의 장례비를 걱정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