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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저자 : 은희경
출판사 : 문학동네
출판년 : 1998
정가 : 8000, ISBN : 8982811486

책소개


인기 작가 은희경이 `사랑`이라는 흔하디 흔한 주제를 새로운 각도로 조명한 책. 세 명의 남자를 동시에 사랑하는 삼십대 후반 대학교수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에 대한 환상을 파괴해 나간다. 은희경식 사랑법은 그 사랑의 낭만성을 뒤엎어버리는 `순정의 아이러니’로서의 사랑이다. 정해진 규칙을 따라가는 사랑이 아니라 배신과 반칙이 횡행하는 규범 없는 사랑이다. 비극이 예정돼 있는 하나도 안 되고, 불안하고 부담스러운 둘도 안 되는, 애인이라면 셋이라야 족한 사랑이다. 자유분방한 사랑이며, 이 사회에서 통용되는 획일화된 가치나 허위의식에 신랄한 냉소를 퍼붓는 사랑이다. 우리 사회의 수많은 억압과 금기들에 의해 숨겨진 진실을 드러내는 사랑이며, 그 억압들로부터 자유로워 지고자 하는 사랑이다. 소설의 제목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는 팝가수 드리프터스의 노래에서 따왔다. 다른 남자들 품에서 즐겁게 춤추는 애인을 쳐다보며 부르는 노래다.

목차


집에 들어오자마자 나는 봉지에서 우유를 꺼내 커다란 도자기잔에 가득 따른다. 그 도자기잔은 홍대 입구의 어느 생맥주집에서 개업 기념으로 준 오백 시시들이 잔이다. 그것을 전자 레인지에 넣고 삼십 초 버튼을 눌러놓은 다음 봉지 안의 것을 냉장고 속에 정리한다. 띵, 소리와 함께 돌고 있던 전자 레인지가 조용해진다. 나는 우유를 꺼내 마신다. 중간에 숨을 쉬기 위해 딱 한 번 잔에서 입을 떠었을 뿐 거의 벌컥벌컥 소리가 날 정도로 적극적으로 마신 것이다. 도자기잔을 씻어 엎어놓고 나는 욕실로 들어간다. 손을 씻고 나와서는 바로 침대에 눕는다. 그런 다음 비로소 앓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