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메뉴
검색
본문
Powered by NAVER OpenAPI
-
내 고운 벗님
저자 : 배수아
출판사 : 현대문학
출판년 : 2003
정가 : 9000, ISBN : 8972752711
책소개
제49회 현대문학상 수상작인 「내 고운 벗님」는 '사건 하나 없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법한 '사건'이 딱 하나 있다. 대위라 불리는 이가 현역 시절 중사를 찾아와 낚시를 하고 돌아가는 것이 그것. 대위는 무척이나 점잖아 보인다. 그리고 뭔가가 있는 듯이 행동한다. 그것은 성석제가 만들어낸 주변인물들의 호들갑스런 추임새에 힘입은 것이기도 하다. 정작 본인은 가만히 있으되, 주변에서 치켜올려 주는 것. 대위는 낚시를 하고 중사와 그가 데리고 있던 병장은 한 마리의 고기도 낚지 못하는 대위를 위해 온갖 노력을 다 기울인다. 잔잔한 수면 아래에는 떡밥을 뿌리고 잠수까지 해가며 대위에게 월척을 낚게 하려는 이들의 안쓰러운 모습이 숨겨져 있다.
과대망상이었던 것일까? 아니면 아랫 사람들의 치켜올림을 그대로 믿은 까닭일까. 대위는 갑자기 딱 한 마리만, 이 저수지에서 가장 큰 놈 한 마리만 잡겠다고 선언하고 점차 열을 올리기 시작한다. 긴장은 서서히 고조되나, 물고기는 대위가 드리운 낚시 바늘에 입을 댈 생각조차 없다. 마침내 대위는 폭발하듯 본성을 드러낸다. "이 섀키야, 내가 누구야. 내가 누구냐고. 내가 누군 줄 알아. 나는 나다. 나야, 나. 조관석이다. 이 십섀키야. 캐섀키야. 이 캐애섀키들아."
그는 쓰레기와 쓰레기 봉투, 낚싯대, 밑밥 주걱, 새우, 지렁이 등 쓰레기만 흔전만전 내버려놓고 사라졌다. 그가 쌓아놓은 변덩어리에는 금빛 파리떼만 윙윙 거리며 날아다녔다. 그가 가버리고 난 후 남아있는 이들은 중얼거린다. "가줘서 고맙네요잉. 그 새끼. 미쳤어도 가주니 참말로 고맙지라." 남아있는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고 그 중 한 둘은 한숨을 내쉬었다.
누구를 빗대려 대위를 등장시켰는지, 대위에게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하고 쩔쩔매는 이들이 우리의 어떤 모습을 연상시키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그저, '벗님'이라 불리기 위해서는 어떠해야 하는지 작가는 호들갑이 슬그머니 빠진 자리에 남겨놓고 갔다. 마치 그 미친 대위새끼 처럼.
--------------------------------------------------------------------
20여년 전 그는 '무엇을 하든 사람임을 잊지 말자는 것, 사람들을 잊지 말자는 것, 사람 속에 있자'고 다짐했다. 제49회 현대문학상 소설상을 받은 『내 고운 벗님』은 '벗'이라는 존재를 통해 그가 간직하고자 했던 사람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야기꾼'이라는 찬사에 걸맞은 그의 화려한 입심은 이 이상하고 우스꽝스런 현실을 비판하는 좋은 무기가 된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는, 평론가 김화영의 말처럼 그의 화려한 언변이 사라진 자리에 문장은 없어지고 이야기만, 그가 그리는 님의 모습만 남게 된다. 한바탕 신명나는 판소리를 지켜본 느낌이 이런 것이 아닐까.
더불어 성석제의 자선작 『아빠 아빠, 오 불쌍한 우리 아빠』, 수상후보작이었던 배수아, 하성란, 전성태 등의 작품과 역대 수상작가인 신경숙, 이혜경, 조경란의 작품등이 실려 있다.
목차
<수상작>
성석제 / 내 고운 벗님
<수상작가 자선작>
성석제 / 아빠 아빠, 오 불쌍한 우리 아빠
<수상후보작>
강영숙 / 씨티투어버스
김애란 / 나는 편의점에 간다
배수아 / 마짠 방향으로
전성태 / 존재의 숲
표명희 / 탑소호족 N
하성란 / 그림자 아이
<역대수상작가 최근작>
신경숙 / 화분이 있는 마당
이혜경 / 문밖에서
조경란 / 돌의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