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메뉴
검색
본문
Powered by NAVER OpenAPI
-
바보 2
저자 : 강풀
출판사 : 문학세계사
출판년 : 2005
정가 : 12000, ISBN : 8970753435
책소개
『순정만화』로 인터넷 만화의 모든 기록을 갈아 치우고 한국만화계를 평정한 강풀은 이제 그 이름만으로도 하나의 신드롬을 일으키게 되었다. 다양한 층의 수많은 독자들을 인터넷 앞으로 불러모은 인터넷 만화가 1세대 선두주자 강풀이 오랜 구상 끝에 완성한 감동의 순정만화『바보』가 출간되었다. ‘순정만화 씨즌 2’로 불리는 강풀의 장편 서정극화 『바보』는 2004년 11월부터 2005년 4월까지 미디어 다음에 연재되며 수백만의 네티즌들을 울리며,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었다.
목차
1. 인터넷에 눈물샘을 달아 놓은, 감동의 서정극화
강풀의『바보』연재 게시판에는 끝을 찾기가 쉽지 않을 만큼의 감상평이 올라와 있다. 수많은 인터넷 카페에『바보』가 퍼날라진 것을 감안하면『순정만화』에 버금가는 실로 엄청난 현상이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다, 바보의 순진무구한 사랑 앞에 보고 또 봐도 감동적이다’라는 내용에서부터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달라, 대박이다, 스토리가 어떤 연애소설보다 치밀하고 아름답다…’는 내용까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의 작품에 대한 찬사와 슬픈 사랑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한 댓글들이 쏟아진다. 다른 어느 작가의 인터넷 연재물도 이렇게까지 폭발적인 인기를 끌지는 못했었다.
2. 강풀의 만화에 네티즌들이 열광하는 이유
보는 이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지만, 『순정만화』로 시작되는 일련의 강풀 서정극화는 몇가지 동일한 특징을 공유한다. 강풀의 『바보』는 바보 승룡이와 오랜 시간 동안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다 잠깐 다니러 온 지호를 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여기에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의리와 사랑의 감정을 키워 나가는 승룡이의 친구와 주변 인물들, 승룡이의 엄마와 같은 병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놓이게 되는 여동생 등등 전형적인 ‘감상적 이야기’가 결합된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 독자들이 열광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번째 이유는 스토리 구성의 힘이고, 두번째 이유는 공감과 감동이다. 그리고 세번째는 연속되는 이야기의 힘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이 독자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각박한 현실 속에서도 쉽게 울지 못하는 현대인들을 자극하는, 작지만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감동일 것이다. 그리고, 순수한 어린 시절의 추억은 무뎌진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의 열쇠가 된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어른과 어린이의 경계가 모호해졌다기보다는 어른들이 자신 안에 내재되어 있는 ‘어린이’를 발견하고 싶어하는 현상이 있다.
어느 누구든 어린 시절이 있다. 세상과는 상관 없이 복잡함이나 어둠을 모르는 맑은 시선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던 기억을 누구나 갖고 있다. 다시 한번 그런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독자들을 강풀이 그려내는 순수한 “바보”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가 그려내는 강풀식 ‘순정만화’는 ‘강풀 특허품’이라 할 만하다. 남녀 주연의 생김새나 배경 등이 여느 순정만화와 달리 지극히 ‘한국적’이다. 게다가 왕자와 공주, 킹카와 퀸카의 사랑이 아니라 외롭고 상처받은 사람과 사람의 이끌림을 다룬다.
신기술의 폭발적 증가, 고용불안의 확대, 청년 실업 증가, 북한 핵위기, 부익부 빈익빈, 부동산 급등 및 상대적 박탈감, 계급의 고착화 등 우리 시대의 독자들은 늘 지쳐 있다. 그래서 독자들은 동화와 같은 판타지나 감상성을 요구한다. 사회의 피로감은 카타르시스를 원한다. 결코 리얼리즘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어찌 보면 따스한 시선을 통해, 위로받고 싶어하는 것이다. 피곤한 내 어깨를 두드려줄 사랑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있는 것이고, 그 기대감을 편안한 이미지를 통해 충족받기를 원한다. 화려한 연출이 극에 달한 순정만화들의 복잡한 연출 대신 단순하지만 따스함이 넘치는 강풀 만화가 인기를 끄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3. 70년대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드라마 <여로>의 21세기 인터넷판
1970년대 초반 안방극장을 점령한 드라마 <여로>의 신드롬이 30년이 훌쩍 지난 2005년 21세기 인터넷 안에서 재현되었다. 강풀의『바보』가 연재되는 날이면 미디어 다음의 서버가 느려질 정도로 접속이 폭주했다. 업데이트가 늦어지면 작가에게 위해를 가하겠다는 협박성 글들도 심심치 않게 올라올 만큼『바보』마니아들의 중독성은 도를 넘어섰다. 바보만이 가질 수 있는 순정성이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도 통한 것이다. 그들을 울린 것이다.
『바보』는 치밀하고 탄탄한 스토리 구성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주인공은 27세의 ‘바보’ 승룡이. 동갑내기 초등학교 여자동창으로 외국에 피아노 유학을 다녀온 지호에게 오래전 기억 속 ‘바보’가 아는 척하며 다가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서울 변두리 풍납동의 토성土城에서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아주 어린 시절부터 단 하나의 사랑이었던 지호를 기다려 온 바보 승룡이. 어린 시절 승룡이의 아빠는 승룡이를 따뜻한 방에서 재우고 싶어 연탄을 피웠다가 자신은 그 가스에 질식하여 죽고 휴우증으로 승룡이는 바보가 된다. (아버지가 가스로 가득 찬 방 밖으로 필사적으로 밀쳐냈기에 승룡이의 목숨만은 건질 수 있었다.) 연탄 가스 중독으로 돌아가신 아빠를 묻고 돌아오는 날 엄마와 함께 지호의 집 앞에서 지호의 피아노 연주를 처음 듣게 된다. 승룡이는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된다고 믿고 지호의 피아노 소리가 그 별을 내리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지호의 집 앞을 서성이며 피아노 연주를 듣고 행복해한다. 그때부터 지호를 좋아한다. 그러던 중 학교에 불이 나 범인으로 몰리게 되고 (친구 상수의 부주의였지만) 학교를 그만두게 된다. 그때부터 골목대장 상수와 서로 돌봐주는 친구가 된다.
지병을 앓는 승룡이의 엄마는 바보 승룡이에게 토스트 굽는 방법을 익히게 하고 여동생을 부탁하고 숨을 거둔다. 학교 앞에서 항상 지인이를 살피며 토스트 장사를 하지만 동생 지인이는 엄마의 사랑은 항상 오빠였다며 오빠를 미워하고 무시한다. 엄마의 지병은 동생에게 유전되고 승룡이는 자기의 미래를 알기라도 하는 양 동생 지인이를 친구 상수에게 부탁한다. 오빠의 신장이 지인에게 맞지 않자 친구 상수가 선뜻 내주는데 이런 과정에서 동생과 화해하게 된다. 바보 승룡이는 상수 대신 폭력배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죽는다. 마지막까지 동생을 부탁하면서.
서로에게 무관심한 이기주의 속에서 21세기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바보’가 던져주는 무조건의 사랑은 먼나라 이야기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강풀이 그려내는 따스한 ‘바보 이야기’는 모든 인간의 깊은 곳에 내재된 사랑이라는 원초적인 감정을 속속들이 일깨워 살아나게 한다. 이 작품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봐왔던 소재와 주제를 선택했지만 『순정만화』에서도 보여주었던 강풀 특유의 ‘동시다발적인 사건전개’와 ‘여러 주인공들의 얽히고설킨 관계’들이 그 이야기를 진부하게 흘러가도록 놔두지 않는다. 그래서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식의 뻔한 결말로 유도하지 않고 (안타깝지만) 주인공 ‘바보’의 죽음을 통하여 사랑의 의미를 반추하게 만들고, 조건 없는 무한의 사랑이 주는 가치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4. 강풀이 그리면 문화 트렌드가 된다!
류장하(<꽃 피는 봄이 오면>), 김정권(<동감>), 안병기(<가위>)……
열거한 사람들은 모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영화 감독들이자, 강풀 만화를 영화로 만들 감독들이다.
만화계뿐만 아니라 강풀은 출판, 영화, 뮤지컬, 연극, 드라마, 모바일업계 등에서도 최고의 컨텐츠 생산자로 주목받고 있다. <2004년 오늘의 우리 만화상>,
『순정만화』와 『아파트』가 출간된 이후 많은 영화사와 뮤지컬 극단, 에이전시에서 이 작품을 번역출판, 뮤지컬, 영화화하기 위해 강풀의 작업실을 들락거렸다. 『순정만화』는 2005년 10월 크랭크인될 예정(제작-렛츠 필름, 류장하 연출)이고 이번에 단행본으로 나온 『바보』도 멘토필름에 의해 2005년 11월경에 영화화될 예정(김정권 감독)이다. 또한, 안병기 감독이 메가폰을 잡게 될 『아파트』는 제58회 칸영화제 필름마켓에서 일본의 수입 배급사 해피넷 픽쳐스와 200만 달러라는 고액의 개런티에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아파트'의 해외세일즈 대행사 미로비전이 칸 마켓에서 진행한 이번 계약은 한국 영화 세일즈 사상 최초로 시나리오도 없이 감독의 지명도와 원작 만화의 스토리 두 가지만으로 계약이 체결되었다는 점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또한『아파트』는 영국, 태국, 말레이시아&싱가포르에서도 총계 100만 달러에 가까운 높은 금액으로 선판매됐다.
『아파트』를 영화로 만드는 영화사 ‘토일렛 픽쳐스’의 김정수 이사는 “영화의 주 관객층이 10대 후반∼20대 초중반의 젊은이들이라서 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영화의 소재로 삼을 수밖에 없다”며 “현재 트렌드는 만화, 특히 온라인 만화”라고 한다. 온라인에서 대중이 즐기는 것이 무엇인지, 그 감성의 코드를 맞추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한 만화가들의 작품이 결국 대중을 끌어온다는 것이다.
문자 상상력보다 영상 상상력에 더 익숙한 젊은 세대의 감각을 품지 못하고 소설이 시대 흐름에 뒤떨어진 것도 한 원인이다. 소설가이자 영화평론가인 하재봉 씨는 “소설이 ‘원 소스 멀티 유즈’의 한 소스로서 다양한 부가가치를 생성할 수 있는 중요한 장점들을 스스로 축소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만화를 영화화하는 것에 대해 충무로에서는 만화의 자유로운 상상력이 영화의 새로운 활력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한다. 한 영화 관계자는 “상식을 깨고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려는 점에서 만화와 영화는 닮은 점이 많다”며 “더욱이 대중적으로 검증된 만화를 영화화하는 경우는 보다 쉽게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DC코믹스’ ‘마블코믹스’가 배트맨, 슈퍼맨, 스파이더맨 등을 낳았고, 숱한 일본 만화들이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로 이어졌던 것처럼 강풀의 만화는 영화, 드라마, 뮤지컬을 만드는 데 상상력의 원천이 될 것이며 한국의 대중문화를 선도하는 트렌드로 자리매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