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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몇 퍼센트 한국인일까
저자 : 강정인
출판사 : 책세상
출판년 : 2004
정가 : 15000, ISBN : 8970134654
책소개
《난 몇 퍼센트 한국인일까》는 서구중심주의를 주제로 연구를 해오며《서구중심주의를 넘어서》라는 학술서를 출간하기도 했던 강정인 교수가 대학에서 강의를 진행하면서 시작되었다. 서구중심주의를 주제로 강의를 진행하면서 강정인 교수는 서구중심주의의 기본 내용을 알기 쉽게 풀어 썼으며 강의를 들은 학생들은 별 생각 없었던 자신들의 서구중심주의를 다시 생각해보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고민을 글로 담아냈다. 거기에 각각의 주제에 대한 그때그때의 반응과 단상들을 기록한 짧은 글을 본문 옆에 실어 학생들의 변화하는 의식을 볼 수 있게 했다. 또한 수업 시간에 함께 읽고 서구중심주의에 대한 고민을 심화시키는 데 많은 도움을 받은 더글러스 루미스 교수의 논문 <이데올로기로서의 영어회화>를 함께 실었다. 이렇듯 서구중심주의에 대한 일방향적 설명에서 벗어나 쌍방향적 대화를 추구하는 이 책은 독자들의 마지막 마침표를 기다리고 있다.
목차
1. 여러분은 몇 퍼센트 한국인입니까
한글날 특집 프로그램에서 길거리를 지나가는 청소년들에게 정지용의 시 <향수>에 곡을 붙인 노래를 들려주었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나가고…….” 노래를 들은 아이들의 반응은 “고대어 같아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서울 거리를 걷다보면 여기가 대한민국 서울인지, 미국의 한 도시인지 착각이 들 때도 있다. 수많은 영어 간판, 서양식 복장, 금발로 염색한 사람들……. 과연 우리는 몇 퍼센트 한국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제목부터 도발적인《난 몇 퍼센트 한국인일까》는 우리 생활 속에서 깊이 뿌리내리고 있어 당연하다고 생각해온 서구중심주의에 대해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한다. 서구중심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청소년들과 일반인들의 각성이 가장 먼저 필요하지만 그동안 서구중심주의에 대한 연구는 학술적으로만 시도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그동안 학술적으로만 접근하여 어렵게 느껴졌던 서구중심주의라는 주제를 쉽게 풀어씀으로써 서구중심주의에 대한 대중적인 담론을 시작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강정인 교수의 강의 노트와 학생들의 글을 교차 편집하고 강의를 들은 학생들의 짧은 소감을 본문 옆에 배치하고 일상생활 속의 서구중심주의를 보여주는 사진과, 강의 노트를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일러스트를 실었다. 서구중심주의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이 책은 우리 안의 서구중심주의를 일깨우고 극복 대안을 모색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2. 강정인 교수의 특별한 강의와 학생들의 생동감 넘치는 반응
《난 몇 퍼센트 한국인일까》는 서구중심주의를 주제로 연구를 해오며《서구중심주의를 넘어서》라는 학술서를 출간하기도 했던 강정인 교수가 대학에서 강의를 진행하면서 시작되었다. 서구중심주의를 주제로 강의를 진행하면서 강정인 교수는 서구중심주의의 기본 내용을 알기 쉽게 풀어 썼으며 강의를 들은 학생들은 별 생각 없었던 자신들의 서구중심주의를 다시 생각해보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고민을 글로 담아냈다. 거기에 각각의 주제에 대한 그때그때의 반응과 단상들을 기록한 짧은 글을 본문 옆에 실어 학생들의 변화하는 의식을 볼 수 있게 했다. 또한 수업 시간에 함께 읽고 서구중심주의에 대한 고민을 심화시키는 데 많은 도움을 받은 더글러스 루미스 교수의 논문 <이데올로기로서의 영어회화>를 함께 실었다. 이렇듯 서구중심주의에 대한 일방향적 설명에서 벗어나 쌍방향적 대화를 추구하는 이 책은 독자들의 마지막 마침표를 기다리고 있다.
3. 푸른 눈으로 본 우리, 우리 눈으로 본 우리
서구 문명의 우월성과 보편성을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인 비서구인들에게는 ‘우월한 상대에게 지배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서구의 지배는 공고화된다. 우리는 서구 문명의 핵심인 기독교의 창시자 예수의 탄생 연도를 기준으로 연도를 인식하며,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를 기준으로 경도와 표준시를 설정한다. 늘씬한 다리와 오똑한 코 등 얼마나 서구적인 미에 근접한가를 기준으로 아름다움을 판단하며, 미국의 반전 영화를 보면서 영화의 주인공인 미군 병사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세계어’인 영어(예를 들면 미안해 대신 Sorry)를 일상생활에서 친숙하게 사용한다. 이렇듯 개화기 이후 지난 130여 년간 한국인은 서구 문명의 제도, 관행, 가치 등을 수용하면서 서구적인 것을 보편적이고 우월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서구를 따라 문명화하는 데 힘써왔다. 그 결과 우리는 세계를 우리의 입장이 아니라 서구 중심적 시각으로 이해하게 되었고 우리의 사고 속에서 스스로를 주변화시켜버렸다.
강정인 교수는 서구 중심적 시각에 갇혀 세계를 보는 한 우리는 서구의 정신적?문화적 지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계속 변방에 남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런 서구중심주의의 페해를 극복하기 위해서 저자는 중심과 주변의 구분을 약화시키게 될 전지구적 의식과 국가간?문명 간 대화가 좀더 평등한 차원에서 전개되는 것을 가능케 할 다중심적 다문화주의의 실천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4. 우리 안의 서구중심주의를 일깨우는 젊은이들의 도발적인 제안
서구중심주의에 관한 일종의 공동창작물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에서 학생들은 발전된 서구를 부러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느새 그들과 같은 모습으로 생활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기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꼬집으며, 과연 이게 옳은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물음 1 : 만약 어떤 남자아이가 화이트데이가 아닌 칠월칠석에 사랑을 고백한다면? 또 사귄 지 백일이 되는 날에 근사한 레스토랑이 아닌 한정식집에서 된장찌개를 주문한다면?
물음 2 : 친구의 옷에 음식 자국이 묻어 있어서 김치 국물이냐고 했더니 불쾌해하면서 토마토케첩 자국이라고 한다. 김치 국물이 아니라 케첩이면 덜 창피한 걸까?
음악의 아버지는 바흐고 어머니는 헨델, 콜럼버스는 신대륙을‘발견했다’라고 배웠다. 어릴 때는 링컨, 에디슨, 헬렌 켈러 등 서구의 위인전과 서구 작가의동화책을 읽었으며 대학에 와서는 서구의 이론에 우리의 현실을 꿰맞추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내면화되어버린 서구중심주의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사물을 바라보고 사회를 대하는 태도에서부터 올바른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중요한 것은 서구중심주의라는 담론을 우리의 입장에서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우리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으면, 그들(서구)이 우리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고 그들은 우리를 극단화하고 과장시켜 그릴 것이기 때문이다.
5. 이데올로기로서의 영어회화
일본 쯔다 즈쿠 대학에서 오랫동안 서양 정치 사상사를 강의했던 더글러스 루미스 교수는 영어 교육 속에 담긴 교묘한 미국중심주의와 백인우월주의를 고발한다. 그가 일본에 처음 왔을 때 친구는 쉬운 일자리가 있다며 영어 교사 자리를 제안한다. “경험이나 훈련 같은 것은 필요 없어. 영어를 아주 잘 하지 않아도 돼. 그저 강의실에 들어가서 무슨 소리든 되는 대로 한 시간만 떠들면 그만이야.” 영어 학원에서는 원어민이 출강한다는 선전을 대대적으로 하지만 그 원어민은 백인(미국인)을 의미할 뿐이다.
루미스 교수는 미국식 약국, 슈퍼마켓, 자동차 전용극장, 햄버거 판매대 이야기가 계속되는 영어회화의 세계에 존재하는 미국이라는 나라는 실제로 존재하는 미국이 아니라 미국인 영어 선생들이 희구하는 바의 미국일 뿐이라고 말한다. 또한 미국식 개성만을 강요하는 영어회화 교재의 무미건조한 문장으로는 인간적인
교류 관계가 가능하지 않으며 문화 지배의 언어로서가 아니라 아시아와 제3세계의 연대를 위한 언어로 영어를 변화시키자고 주장한다. “아시아의 문화?역사?정치, 그리고 아시아적 표현을 반영한 새로운 아시아판 영어를 창출해야 한다. 그리하여 만약 아시아를 방문하는 미국인들이 이 새로운 아시아판 영어를 제대로 못 알아듣겠다고 투덜거린다면, 그때 외국어 학원에 나가야 할 사람은 바로 그들이 될 것이다.”
6. 아시아인은 인간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유명한 명제에서 ‘인간’의 범위에 아시아인은 포함되지 않는다면? 밀과 마르크스가 영국의 인도 식민지 통치가 정당하며 꼭 필요한 것이라 주장했다면? 놀랍게도 이것은 모두 사실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범주를 폴리스에 사는 그리스인으로 한정시켰으며 밀과 마르크스는 인도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영국의 식민 통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존 로크는 아메리카 신대륙에서 전개된 유럽 국가의 식민주의를 정당화했고 몽테스키외는 “새까만 육체 속에 선량한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다”고 언급하며 흑인을 노예로 삼는 것을 당연시했으며, 헤겔은 동양은 어떠한 진보도 보이지 않는 비역사적인 역사를 가졌다고 말했다. 서구 사상가들의 전통화된 편견은 현대의 서구학자들에게 계승되고 있다. 하버드대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은 기독교는 민주주의의 발전을 조장하는 반면, 유교와 민주주의는 상호 모순 관계에 있기 때문에 유교적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7. 서구를 넘어 다시 대한민국으로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서구중심주의의 의미, 역사적 전개, 극복 방안 등을 설명하는 강정인 교수의 강의 노트이며, 다른 하나는 서구중심주의를 주제로 수업에 참여하면서 느낀 점, 나름대로의 해결 방안 등을 담아놓은 학생들의 글이다.
우선 1장 ‘우리에게 서구는 무엇인가’에서 강정인 교수는 우리 일상 속에 깊숙이 자리잡은 서구중심주의와 우리의 변방 콤플렉스를 지적하고 우리의 시간(서기)과 위치(경도), 미적 기준, 심지어는 학계에서도 서구적인 것을 보편적인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것을 예를 들어 설명한다. 강의를 들은 장수연은 ‘서구중심주의와 나의 일상’에서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여 자신이 얼마나 서구 중심적인 삶을 살고 있는지 확인해본다.
2장 ‘서구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에서 강정인 교수는 서구중심주의에 해당하는 용어를 살펴보고 서구예외주의와 오리엔탈리즘에 대해서도 예를 들어 설명한다. 송영은은 ‘튀니지의 마술 램프’에서 튀니지에서 몇 개월간 아랍어를 공부하면서 본 튀니지인의 모습――아랍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기보다는 프랑스를 닮고자 하는――에서 서구(미국)를 닮고 싶어 하는 한국인을 떠올린다. 강정인 교수는 3장 ‘해가 지는 곳, 유로파 그리고 유럽’에서 서구중심주의의 역사적 전개 과정을 살펴본다. 그리고 더글러스 루미스 교수는 ‘이데올로기로서의 영어회화’에서 영어회화에 담긴 서구중심주의를 고발하고 아시아와 제3세계를 위한 새로운 영어 학습을 제안한다. 4장 ‘아리스토텔레스에서 헌팅턴까지’는 우리가 알고 있는 서구 학자들의 서구중심주의에 대해 살펴본다. 강의를 들은 김현아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광고 속에 나타난 서구중심주의를 ‘한국인의 광고 읽기’에서 밝힌다. 5장은 ‘푸른 눈으로 본 우리, 길을 잃다’인데, 강정인 교수는 서구인의 눈, 즉 푸른 눈으로 본 우리, 우리 안의 서구중심주의가 가지는 폐해를 진단해본다. 채수연은 ‘유치원에서 대학까지’에서 우리의 교육과정이 얼마나 서구중심적인가를 살펴본다. 6장 ‘서구중심주의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는 서구중심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담론 전략을 제시하고 각각을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한다. 강의를 들은 이나정은 ‘좋은 건 좋다, 나쁜 건 나쁘다고 말해봐’에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한국식으로 고민하고 성장하는 S자형 성장을 할 것인지, 서구중심주의를 받아들여 계단형 성장을 할 것인지, 현실적인 고민을 해본다. 마지막 7장 ‘서구중심주의를 넘어서’에서 강정인 교수는 6장에서 설명한 여러 전략을 효율적으로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조건과 과제를 살펴보며 강의를 들은 송민성은 미래에 태어날 아이에게 편견이 없는 좀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보겠다는 편지 ‘내 아이와의 약속’을 쓰며 나름의 반성과 대안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