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메뉴

본문

까치둥지가 보이는 동네
까치둥지가 보이는 동네
저자 : 이문구
출판사 : 바다출판사
출판년 : 2003
정가 : 8500, ISBN : 8955611846

책소개


『내 몸은 너무 오래 서 있거나 걸어왔다』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마지막 산문집. 2000∼2002년 사이 여러 곳에 발표했던 글을 묶어 놓았다. 개인적 삶에 대한 회고와 문단 이야기, 사회를 향한 글, 우리말 이야기 등 4부로 나뉘어 있다. 상에 대한 욕심은 별로 없으나 '동인문학상'만은 꼭 받고 싶었다는, 책이 많이 팔리는 것을 바라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팔리기를 바랬다는 인간적인 고백이 들어있는가 하면, 길조로 불리던 까치를 '까치 소탕 100일 작전' 등의 명목으로 잡아죽이는 세태를 비판하고 우리 말글에 대한 사랑과 따끔한 비판 또한 눈에 띈다. 병상에 있을 때 쓴 글임에도 위축되었다는 느낌을 주는 글이 전혀 없다.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작가의 마지막 목소리들이 아쉽다.

목차


연전에 양평의 지역신문에 났던 늙은 농부 최옹이 암소 한 마리와 27년째 농사를 짓고 사는 이야기 또한 전자과학 시대에 숨가쁘게 사는 인생으로 하여금 넉넉한 느낌을 주었다. 최옹은 "젖 떨어진 놈 데려다 써레질 가르칠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젠 같이 늙는 처지가 됐다"면서, "펄펄 기운내는 소는 내가 못 견딘다. 이 녀석은 다 알아서, 내가 쫓아갈 만큼만 일을 한다. 또 이리 가라면 이리 가고 저리 가라면 저리 가고, 아무 데나 풀어놔도 때가 되면 집을 찾아온다."
동네 사람들이 말하는 이 소의 미담 사례는 다음과 같다.
'골목길에서 아이들이 모여 놀면 저만치 주저앉아 아이들이 다 흩어진 다음에야 지나간다. 아이들이 겁나서가 아니고, 행여 지나가다가 아이들을 다치게 할까봐서 그러는 것이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속담은 '하릅강아지(한 살 된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의 왜곡이다. 어쨌든 하릅강아지뿐 아니라 하룻강아지까지도 개들은 다 이름이 있다. 그렇지만 소들은 이름이 없다. 최옹도 "소가 무슨 이름이 있어. 그냥 워- 하고 부르면 되지. 그래도 다 알아들어"한다.
예나 이제나 우이독경, 즉 쇠귀에 경을 읽을 필요는 없다. 사람도 못 알아듣는데 소가 어떻게 알아듣겠는가. 그러나 늙은 소는 농부의 농사용어를 알아들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자식보다 낫다고들 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