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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베스트셀러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단편집. 『키친』이후 가장 매력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책에서 작가는 젊은 여성 셋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녀들은 모두 주문에 걸린 것처럼 정신적인 휴면 상태에 빠져 있다. 죽은 애인으로 인한 슬픔에 빠진 마리에는 밤에 몽유병자처럼 돌아다니고, 식물인간이 된 부인을 둔 남자와 연인 관계인 테라코는 잠에서 깨어나기 불가능한 상태에 놓여 있다. 후미는 한때 삼각관계에서 연적이었던 다른 여성의 영혼에 사로잡혀 알코올 중독에 빠져 있다. 부조리하고 악몽 같은 현실을 초현실주의의 필치로 그려낸 이 은밀하고 신비한 이야기들은 다시 한 번 바나나만의 매력을 느끼게 한다.

드라마틱한 스토리나 직접적이고 강한 메시지 하나 없어도 자신의 경험을 반추하게 하는 책. 작가는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겪는 슬럼프가 단순히 몸과 마음의 일시적인 무기력 상태라는 일반적인 진단을 넘어 스스로를 지켜내어 생을 지속시켜 나갈 힘을 기르는 겨울잠임을 깨닫게 한다. 상처는 외면하고 덮어두는 것이 아니라 치유의 과정이 필요함을 깨닫게 하는 동시에 치유와 소생의 힘을 가져다주는 바나나의 따뜻한 선물 같은 책.

목차

다만 한 가지, 이 사랑이 외로움 덕분에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내내 알고 있었다. 빛처럼 고독한 이 어둠 속에서 둘이 말없이, 저릿한 마음을 떨치지 못하는 것. 그것이 밤의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