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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의 1/4
저자 : 한수영
출판사 : 민음사
출판년 : 2004
정가 : 9000, ISBN : 8937480492
책소개
이 작품은 '우리는 모두 삶의 습기에 약한 류머티즘성 관절염 환자'라는 명제에서 출발하여 일상을 차분하고 빈틈없이 서술한다. 주인공의 따분하고 고통스러운 현실과 그 내면을 섬세하게 드러내는 작가의 원숙한 시선은 고통을 부정하거나 외면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 삶에 스며든 고통이 어떻게 개인의 꿈을 파괴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황폐하게 만드는가를 낮은 어조로 이야기한다. 이리하여 보잘것없는 인물들의 왜소한 현실은 동시에 현실을 뛰어넘는 삶의 근원적 형식 속에 담기게 된다.
목차
다 쓰고도 이면지의 맨 안래쪽에 한 줄 정도가 남았다. 나는 그곳에 이렇게 써 넣었다.
11. 진딧물은 무당벌레에게. 왜? 진딧물의 천적은 무당벌레니까.
점심시간이다. 나는 습관처럼 콧구멍을 벌름 거리며 사무실 안의 냄새를 맡는다. 희미하게 락스냄새가 떠돈다. 냄새 사이로 소장의 라디오에서는 끊임없이 클래식이 나오고 있다. 흥분한 소장은 라디오를 끄고 나가는 것도 잊어 버리고 나갔다. 사무실에는 나 혼자다. 극도의 피로감이 몰려 온다. 자꾸만 무릎이 꺾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