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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1
저자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출판사 : 민음사
출판년 : 1999
정가 : 10000, ISBN : 8937460238
책소개
세계적인 대문호 괴테가 경험한 세계 전체가 녹아 있는 소설
다양한 인간관계와 예술적 경험을 통해 자아를 완성하는 청년의 이야기
교양소설의 모범이자 독일 고전주의 문학의 정수
“만약 당신이 예술가가 되실 운명이라면, 당신은 이 어두운 순진성을 오래 간직하실수록 좋습니다.”
청년기를 거쳐 장년기에 접어들어 이 작품을 쓴 괴테는 더 이상 열혈청년일 수만은 없으며, 따라서 이 작품의 주인공 빌헬름을 통해 연극의 길로 들어선 그의 인생항로의 궤적을 그려보고자 했다. 이것은 바로 ‘질풍노도의 문학’에서 ‘고전주의 문학’으로 나아간 괴테의 도정이기도 했다.
젊은 베르테르가 자연 풍경을 화첩에 담으면서 자유를 느끼는 예술가 기질을 보였다면, 빌헬름은 시민 사회의 삶을 버리고 택한 ‘연극의 길’에서 궁극적으로 ‘인생의 길’로 회귀한 것이다.
주인공 빌헬름은 유년 시절부터 연극의 온갖 형태와 경로를 거쳐 오면서 결국 자아 형성의 길에 도달하게 된다. 시민 계급 출신인 주인공 빌헬름이 여배우 마리아네와의 사랑과 도피, 감성적인 여성 리네, 이국적 외모와 신비적 침묵의 소유자 미뇽을 거쳐 귀족 신분의 나탈리에와 결혼하는 과정은 주인공의 교양 과정인 동시에 독자의 교양 과정이기도 하다. 따라서 여러 여성 편력을 다룬 연애 소설로 한정하기보다는 그 모든 과정을 통해 한 자아가 세계로 나아가, 연극을 통하든 다른 길을 거치든 간에, 세계와 교감하고 마침내 세계와의 조화를 이루는 일종의 자아 형성의 과정을 담은 교양 소설이요, 동시에 시대 소설이며 인식 소설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 안삼환, 「작품 해설」에서
목차
라에르테스가 생각에 잠겨 창가에 서 있었다. 그는 한쪽 팔에 몸을 의지하고서 들판을 내다보고 있었다. 필리네가 큰 홀을지나 살금살금 다가와서는 그 친구에게 몸을 기대었다. 그러고는 그가 그렇게 진지한 태도로 바깥을 관찰하고 있는 것을 놀려댔다.
「제발 그렇게 웃지 말아요」그가 대꾸했다. 「시간이 흘러가고 모든 것이 변해서 마침내는 종말을 고한다는 것은 끔찍한 노릇입니다. 저길 좀 보시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저기에 근사한 병영이 있었지요. 야전 천막들이 늘어선 광경이 정말 즐거워 보였지요. 그리고 그 안에서도 매우 활기찬 생활이 진행되고 있었고요, 그리고 이 전 지역이 아주 삼엄하게 경비되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 모든 것이 갑자기 사라진 것입니다. 짓밟힌 지푸라기와 솔을 걸었던 아궁이 구멍들만이 아직 얼마 동안 그 흔적을 나타내고 있겠지요. 그러고 나서 곧 모든 것이 쟁기로 갈아엎어지고 수천 명의 건장한 장병들이 이 지역에 기거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그저 몇몇 노인들의 머릿속에서만 아슴푸레하게 남아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