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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에서 온 스파이
이상한 나라에서 온 스파이
저자 : 최인석
출판사 : 창비(창작과비평사)
출판년 : 2003
정가 : 9500, ISBN : 8936433474

책소개


프롤로그
제1부 탈출
제2부 치욕이여, 나의 벗이여
제3부 내 사랑 멜라니
제4부 영혼이여, 산에서 헤매는가 골짜기에서 헤매는가
제5부 작은년
제6부 내 사랑 나의 스파이
에필로그
해설/ 김영찬
작가의 말

목차


최인석의 장편소설 『이상한 나라에서 온 스파이』가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작가의 8번째 장편소설이며 작품집까지 합하면 13번째 결실이다.
최인석은 1953년 전북 남원 출생으로 1980년 희곡 「벽과 창」으로 『한국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이래 “강도 높은 도덕적 열망”을 바탕으로 “불의와 폭력이 구조화된 우리 시대의 삶의 조건에 치열하게 맞선 부정적 작가정신”(염무웅)을 발휘해왔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그는 1995년 소설집 『내 영혼의 우물』로 제3회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최인석은 소설뿐 아니라 연극·영화 부문에서도 뛰어난 역량을 발휘해온 작가이다. 희곡 「어떤 사람도 사라지지 않는다」(1982) 등으로 백상예술상·영희연극상·대한민국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영화 『칠수와 만수』(1988)로 대종상 각색상을 수상한 경력도 있다. 그의 소설 『새떼』는 박광수 감독에 의해 『그들도 우리처럼』(1990)이라는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작가의 기량은 그의 소설세계에서 극적인 구성, 드라마틱한 인물설정 등으로 십분 발휘되었다.
소설가 최인석은 누구보다도 일관된 작품세계를 펼쳐온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1986년 첫 장편 『구경꾼』을 발표한 이래 그의 소설은 ‘유토피아’를 지향하면서도 철저히 추악한 현실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또한 추악한 현실을 드러내기 위해 한 가지 창작방법을 고수하지 않고 환상과 전설, 신화, 민담 등을 활용하는 유연성을 가진 작가이기도 하다.

이 소설의 이야기는 유신시대에서 80년대 초 신군부의 권력 장악에 이르는 암울한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나’(심우영)는 어미의 뱃속에서부터 이 세상이 추악한 곳이라는 것을 알아버린 아이다. 도둑놈이었던 아비는 축대에서 떨어져 죽고 어미는 술주정뱅이로 전락해 ‘나’를 고아원에 맡긴다. 세상의 모든 비리를 간직한 것처럼 보이던 고아원을 견디지 못하고 ‘나’는 그곳에서 뛰쳐나온다. ‘나’는 이태원의 미군 나이트클럽에 취직하게 되고 그곳에서 훨씬 더 추악한 세상의 모습을 접하면서 밀매와 간음, 대마초와 집단혼음에 빠져든다.
그러던 중 고아원 시절 애인이었던 영순이 나이트클럽의 보스격인 권상무의 정부이자 스트립 걸로 변신해 나타난다. ‘나’는 권상무를 살해하고 영순과 함께 더욱 깊은 범죄와 타락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그러나 이렇듯 숨가쁘게 진행되는 ‘나’의 타락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버릴 수 없는 구원의 존재가 있다. 그녀는 바로 ‘밥어미’(작은년)로 ‘나’에게 어려운 일이 닥칠 때마다 나서서 ‘나’를 보호해준다. ‘작은년’은 스스로를 열고야(列姑射)라는 나라에서 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파견된 간첩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지구 반대편에까지 우물을 파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나’는 그러한 작은년의 말을 믿지 못하지만 그녀와 사랑에 빠지고, 결국 그녀의 언행에 깊이 감명을 받으면서 나를 대신해 죽어간 그녀의 뜻을 이어받아 영순과 함께 고아원에 들어가 지구 반대편에 이를 우물을 파며 살아간다.

1600여 매라는 만만치 않은 분량이 말해주듯, 『이상한 나라에서 온 스파이』는 작가가 지금까지 견지해온 소설세계를 한껏 펼쳐 보인 작품이다. 이 작품에는 야만과 탐욕에 빠진 세계에 비천한 모습으로 던져진 인물들의 절규가 섬뜩하게 울려퍼지고 있다. 또한 그러한 절망과 절규에도 불구하고 다른 세계에 대한 가능성을 질문하고 모색하는 유토피아적 상상력이 작품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무엇보다 『이상한 나라에서 온 스파이』는 단숨에 읽히는 소설이다. 견고한 문체에 담긴 빠른 이야기 전개와 서사와 서사를 잇는 흥미로운 환상장면은 이 소설을 더욱 생동감 있게 한다. 동서양을 아우르는 신화적 모티프들도 작품 곳곳에서 독특한 분위기를 띠며 재미를 더하고 있다.
시인 김정환은 “최인석 소설의 환상은 현실의 상처를 더욱 돋을새김하는 ‘명징의 거울’역”을 해왔다면서 『이상한 나라에서 온 스파이』에 와서 “마침내 단단한 일상성의 문체가 현실과 환상의 중첩 직전을 품는 장관을 펼쳐 보이고 있”다고 평했다. 또한 평론가 김영찬은 ‘원래 나의 세상은 다른 곳에 있다’는 이 소설에서의 강한 열망을 ‘업둥이의식’이라 지칭하면서 이러한 주제의식이 “곳곳에 배치된 신화적·설화적 상상력과 현실과 환상을 뒤섞는 특유의 소설문법에 힘입어 흥미로운 위반의 문학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작가 특유의 현실인식과 신화적 상상력이 결합해 만들어진 『이상한 나라에서 온 스파이』는 최인석 소설의 한 결산이자 뛰어난 결실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이 장편은 저자가 지난 1999년 봄부터 같은 해 겨울까지 『동서문학』에 「내 사랑 나의 間諜」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것을 수정 보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