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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토끼
저자 : 앤디 라일리
출판사 : 거름
출판년 : 2004
정가 : 6500, ISBN : 8934002794
책소개
책을 펴들면 무표정한 흰 토끼가 온갖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자살을 시도하거나 자살에 성공한 모습을 그린 카툰이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된다. 대부분 한 마리이지만 때로는 여러 마리가 동시에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활약(?)한다. 토스트기에서 흰 토끼의 귀만 삐죽이 보이고 레버가 ON으로 내려가 있는 표지 카툰은 본문의 카툰들에 비하면 충격의 강도가 약한 편이다. '자살토끼'의 활약에 따라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필연적으로 뇌리에 떠오르는 의문. 도대체 왜 이토록 죽고싶어하고, 죽어버리는가? 게다가 상당히 섬뜩한 상황이 묘사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그 상황을 보며 실없이 웃음을 흘리고 있는 자신을 깨닫고 난감해지는 기묘한 책이다.
목차
이 작은 카툰책의 원서 제목은 『The Book of Bunny Suicides』. ‘자살하는 토끼에 관한 책’이라니 어찌 보면 섬뜩하다. 게다가 표지는 스위치가 ‘ON'으로 되어 있는 토스터 안에 토끼가 들어가 있는 그림이다. 그리고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은 작은 털북숭이 토끼’라는 카피 한 줄.
그림 속의 토끼는 온갖 방법으로 자살을 시도하는데 그 방법들이 깜짝 놀랄 만큼 기상천외하다. 제2차 세계대전의 일본군 병사가 할복하는 순간, 병사의 등 뒤에 찰싹 붙어 함께 칼에 찔리게 된다든지, 곤히 잠들어 있는 커다란 개의 꼬리를 스테플러 사이에 올려놓고 그 위로 뛰어내리는 모습, UFO를 타고 온 외계인이 반갑게 손을 흔들 때 그 외계인의 급소를 가격하여 화가 난 외계인이 쏜 레이저총에 녹아내리는 모습 등에서 보는 작가의 상상력은 그야말로 혀를 내두를 만하다.
독자들이 이 책에서 재미를 느끼는 부분은 몇 가지가 있다. 첫째, 토끼가 완전히 무표정이라는 것이다. 죽음을 마주했을 때 마땅히 느끼게 되는 고통이나 공포의 감정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둘째, 토끼는 자연현상, 전쟁, 종교, 매스미디어, 역사, 외계인, 스포츠, 영화, 핵실험, 일상생활 등에서 얻은 다양하고 기발한 소재로 자살을 시도한다. 셋째, 이 책에는 글씨가 없다. 그림을 설명하는 주(註)도 없다. 독자는 그림을 보는 순간 직관에 의해 문맥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토끼가 자살을 시도한 후의 결과가 표현되지 않는다. 이것은 독자가 스스로 다음 장면을 유추하게 함으로써 마치 뒤통수를 치는 듯한 색다른 쾌감을 준다.
이 책은 2003년 크리스마스 직전에 영국에서 출간되어 곧바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으며, 영국 아마존과 미국 아마존 독자들에게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자살’이라는 코드는 국경과 시대를 불문하고 분명히 사회적으로 민감한 부분이다. 그러나 이 책에 나오는 토끼는 치밀한 관찰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사물에 친근한 의미를 부여하고, 삶 자체를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죽음을 웃음으로 바꾸어 버림으로써 참된 유머의 정수를 보여 준다.
힘들고 우울하고 괴로울 때, 사람들은 즐겁고 유쾌한 것을 원하게 된다. 이 책에 나오는 토끼가 바로 그렇다. 왜 자살을 하려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자살을 하려고 온갖 방법을 시도하는 모습에서 삶에 대한 낙천주의와 소박한 일상의 즐거움을 역설적으로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힘들고 우울할 때 한 번씩 펼쳐 보고 웃은 뒤에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삶의 활력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