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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 풍자극
브루클린 풍자극
저자 : 폴 오스터
출판사 : 열린책들
출판년 : 2005
정가 : 9500, ISBN : 8932906335

책소개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독창적인 문학 세계로 현대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폴 오스터의 2005년 신작. 브루클린과 그곳에 머무는 사람들에 대한 오스터의 애정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이 작품은, 59세의 은퇴한 생명보험 영업사원 네이선이 가족과 일자리를 잃은 뒤 삶을 마무리할 장소로 자신이 태어난 브루클린을 찾는 것으로 시작된다. 모든 것을 잃고 돌아온 주인공에게, 브루클린은 사랑하던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시작되는 새로운 삶에의 기회와 발아래 있었던 이상향의 그림을 깨닫게 한다.

목차


「나는 조용히 죽을 만한 장소를 찾고 있었다.」59세의 퇴직한 생명보험 영업사원 네이선 글래스. 아내와는 이혼하고 딸과는 절연하다시피 한 데다 폐암 선고로 항암 치료를 받던 중 직장까지 잃은 네이선은 자신의 삶을 마감할 곳을 찾아 떠나기로 결심한다. 누군가의 추천을 받아 그가 죽는 날까지 고독하게 생을 마무리할 수 있는 장소로 선택한 곳은 다름 아닌 자신이 태어난 브루클린이다. 하지만 그는 브루클린의 헌책방에서 오래전에 소식이 끊겼던 조카 톰을 우연히 만나게 되고, 뜻하지 않게 그 인연을 이어나간다. 뿐만 아니라 포르노 잡지 모델로 일하던 조카딸 오로라와, 오로라의 조숙한 아홉 살 배기 딸 루시 등과 연이어 만나며 그의 삶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으로 서서히 바뀌어 간다.
뉴욕 브루클린은 폴 오스터의 많은 작품의 무대로 등장한 곳이다. 『뉴욕 3부작』은 물론 근작 『신탁의 밤』과 『환상의 책』에서 이곳에 대한 묘사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고, 작가가 살고 있는 브루클린에 대한 각별한 애정은 그가 원작과 각본을 쓴 영화 ?스모크?와, 각본은 물론 연출에도 참여한 「블루 인 더 페이스」에서 좀 더 직접적으로 드러난 바도 있다. 하지만 소설의 주요 무대로 등장하는 것은 『브루클린 풍자극』이 처음이며, 작품 속에 등장하는 브루클린은 단순한 공간적 배경이 아닌, 하나의 등장인물처럼 생생하게 살아 숨쉬고 있다.
『브루클린 풍자극』에서 폴 오스터는 특유의 탁월한 글 솜씨로 삶에 대한 사색과, 우발적이고 즉흥적이지만 거부할 수 없는 운명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작품의 주인공 네이선은, 오스터의 이전 작품의 주인공들처럼 예외 없이 우연하게 겪는 사건을 통해 삶의 슬픔과 희열을 맛본다. 절망을 예감하는 순간 기대하지 않은 행복이 찾아들고, 그 행복이 최절정에 이르렀을 때 누군가의 어리석은 행동 때문에 다시 나락으로 떨어지는 폴 오스터식 삶의 양식이 흥미롭게 펼쳐지는 것이다. 여기에 작가가 사랑하는 브루클린이라는 특별한 무대가 인물들이 맛보는 절망과 행복에 더욱 강렬한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브루클린 풍자극』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할 것은 현대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지식인인 폴 오스터의 사회 참여적인 메시지다. 2000년 미국의 대선이 치러지던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 속에는 현실에 대한 풍자와 야유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작가는 등장인물의 입을 빌어 <그(부시)는 보수주의자가 아니라 극우적인 몽상가>이며, <그가 취임 선서를 하는 순간부터 정부는 미치광이들 손에 놀아나게 되리라는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리고 <조용히 죽을 만한 장소를 찾아> 들어온 브루클린에서 결국 네이선이 맞게 되는 마지막 장면의 아이러니한 암시는,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통렬하고, 날카롭지만 거북살스럽지 않은 작가의 목소리로서 현실을 인식하는 폴 오스터의 통찰력을 엿볼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