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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책
저자 : 폴 오스터
출판사 : 열린책들
출판년 : 2003
정가 : 9500, ISBN : 893290538X
책소개
시, 소설, 에세이, 시나리오 등 거의 모든 문학 장르에서 문명을 떨치며 르네상스적인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미국 현대 문학의 총아 폴 오스터의 열 번째 장편 소설. 오스터의 최신작으로,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에서 사라진 배우 헥터 만과 우연한 계기로 그의 과거와 현재를 추적해 가는 대학교수 데이비드 짐머의 파란으로 가득 찬 삶을 그리면서 인간 존재의 의미를 묻고 있다. 평단으로부터 '오스터 문학의 정점'이자 '최고'라는 찬사를 받은 작품이다.
목차
아무도 없는 숲에서 나무가 쓰러지면 소리가 날까? 이러한 철학적 질문은 다음과 같이 바꿀 수 있다. 누군가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삶을 살았다면, 과연 그는 살았던 것일까? 오스터는 짐머의 입을 빌어 무성 영화 시대의 코미디언 헥터 만의 존재를 추적하면서 이 같은 형이상학적 질문을 던지며 독자들을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애매한 세계 속으로 몰아넣는다. 오스터의 전작들처럼, 현실에서는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상황 속에 빠져드는 이 소설의 주인공 짐머는 또한 전작들처럼 <기억의 미로> 속을 헤매고, <도저히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예측 불가능한 사건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면서 이야기의 틀을 구성해 나간다. <모두들 그가 죽었다고 생각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환상의 책?은 이 책이 한 인간의 존재에 얽힌 미스터리를 추적하려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책 제목 자체에서 이 책이 현실과 환상 사이에 놓인 <존재>의 문제를 다루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오스터가 생각하는 현실은 다른 여타의 소설이 보이고자 하는 현실과 사뭇 다르다. 그에게 현실은 필연이 아니라 우연의 연속이고, 전혀 예상치 못한 우연이 촉발하는 가능성의 카드들이다. 그러므로 오스터에게 우연은 소설의 진실성을 방해하는 인위적 요소가 아니라 현실 그 자체이다. 그리고 우연에 지배되는 삶은 스스로 운명을 결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사뭇 비극적이다. 따라서 샤토브리앙으로부터 인용한 이 책의 제사(題詞)는 그의 문학이 지향하는 바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인간은 하나의 동일한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끝에서 끝까지 이르는 여러 다른 삶을 살며 그것이 바로 비극의 원인이다.>
무성 영화 시대의 코미디언 헥터 만의 삶을 추적하는 데이비드 짐머의 세계와 헥터 만의 세계는 서로 겹치면서 우연의 일치와 운명, 묘한 공명 상태를 주기적으로 순환한다. 헥터 만의 세계는 짐머의 세계처럼 한순간에 붕괴되고, 짐머처럼 만은 슬픔 속에서 자신을 지탱하고 참회하기 위한 방법으로 스스로 부과한 유배와도 같은 유랑 생활을 시작한다. 서로 다르면서 동일한, 또한 동일하면서도 다른 삶 속에서 꾸려 나가는 삶의 우연성과 비극 속에서 그들의 삶을 지탱해 주는 것은 사랑에 대한 기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