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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립자
소립자
저자 : 미셸 우엘벡
출판사 : 열린책들
출판년 : 2003
정가 : 9500, ISBN : 8932904707

책소개


제목『소립자』에 너무 기죽지 말 것. 어머니 세대 혹은 이 세상 풍조에 대한 온갖 조소와 냉소에 마주할 준비만 되어 있다면, 에코와 베르베르의 소설 이상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1998년에 발표한 이후, 프랑스 문예지 '리르'는 98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했지만, 공쿠르상 심사위원회는 후보작에서 아예 빼버렸을 정도로, 칭찬과 비난을 동시에 얻은 작품. 작가는 이런 문단의 소란스러움을 피해 아예 아일랜드로 도피했다. 종교 철학, 사회사, 동물학, 분자생물학 등의 거창한 담론들로 한 사람의 사사로운 개인사를 이렇게 규정할 수도 있다니... 내내 시대를 성큼성큼 내딛는 작가의 지적 규모와 입담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시원스러운 행보에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책이다. 최근 50년간 유럽의 성 풍속 변천사를 휘휘, 훑어가면서 뉴에이지 철학이라든지 동양 종교들이 만들어낸 어중된 히피족과 가족관의 붕괴 등, '서구의 자멸'을 분석한 시각은 신랄하기를 넘어서 너무하다 싶을 정도다.

이 소설은 한 분자 생물학자 미셸의 삶을 추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는 과학자일 뿐만 아니라 사색가이자 이상주의자이며, 이렇다 할 성생활도 갖지 않으며 사회로부터 고립되어 있다. 반면 그와는 비슷한 점이 전혀 없는 이부(異父) 형제 브뤼노. 그는 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하고 성에 대한 욕망으로 가득 차 있으며 정신병원 진료를 정기적으로 받아오고 있다. 그는 성을 탐닉하지만, 그럼에도 실제로는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여자를 만난 적이 없다. 이 둘은 원자화된 현대 사회의 대표적인 개인들일 뿐만 아니라 이들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도 시대의 징후를 잘 드러내는 개인들이다.

종교는 천박한 <뉴 에이지> 철학에 자리를 양보하고 사랑은 무의미한 성 접촉에 불과해져 버린 현대 사회. 이 속에서 어느덧 인류는 지칠 대로 지쳐 자기들 자신과 자기들의 역사에 회의를 품으며 그럭저럭 새로운 밀레니엄으로 들어갈 채비를 하고, 미셸은 2002년에 최초의 저작 『감수 분열의 위상』을 시작으로, 2004년 『힐베르트 공간 속의 위상에 관한 세 가지 추측』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관적 종합』을 미완으로 남긴 채 실종된다. 그의 저작들은, 유성 생식을 하는 모든 종은 멸종하게 마련이며 완전 복제와 인류를 대신한 새로운 종의 탄생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목차


조금 뒤에, 그는 여전히 그 만남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다. 그는 따로 떨어져 앉아 아무하고도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비타민이 첨가된 시리얼을 씹으면서, 그는 성을 추구하는 행위의 흡혈귀적 성격에 관해서, 혹은 그것의 파우스트적 측면에 관하여 생각했다. 예컨대 그는 사람들이 흔히 호모들에 관해서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호모를 만난 적이 거의 없었다. 반면에 그는 어린 남자들에게서 성적인 매력을 느끼는 성도착자들은 많이 알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들을 흔히 호모라고 부르지만 브뤼노가 보기에 그들은 상대의 나이에 상관없이 동성을 좋아하는 자들이 아니었다. (…) 이른바 호모들은 사회의 나머지 구성원들에 대해 일종의 본보기 구실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젊은 몸을 선호한다는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예컨대 브뤼노 자신을 놓고 보더라도, 마흔두 살인 그가 자기 나이의 여자들을 원했던가? 천만의 말씀이다. 그렇기는커녕, 미니스커트에 가려진 젊은 음부를 위해서라면, 세상 끝까지라도 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설령 세상 끝까지는 못 갈지라도, 서구의 다른 중년 사내들처럼 방콕까지는 갈 수 있을 듯했다. 열세 시간씩 비행기를 타고서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