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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렌 굴드
저자 : 피터 F. 오스왈드
출판사 : 을유문화사
출판년 : 2005
정가 : 25000, ISBN : 8932431108
책소개
글렌 굴드는 어릴 때부터 신동으로 주목받았고, 1955년에 발표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녹음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평생을 우울증에 시달렸고, 청중앞에서 연주하는 것을 두려워했던 그는 급작스러운 뇌졸중으로 50세라는 이른 나이에 사망했다.
'글렌 굴드 사운드'라는 자신만의 독특한 소리를 가지고 있었던 그는 화려한 쇼맨십은커녕 박수받는 것조차 내켜하지 않았다. 갖가지 기묘한 버릇이 있어 괴짜로 불렸으며 오랜 세월 이상한 증세에 시달리며 약에 의지해 살았던 까닭에 그의 무대 생활은 극히 짧을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글렌 굴드의 가장 친한 친구 오스왈드가 쓴 것으로, 작가의 개인적인 의견을 적당히 내세우면서도 비교적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굴드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정신과 의사인 데다 상당한 수준의 아마추어 바이올리니스트였기 때문에 그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았다. 다른 전기들과 달리 불안했던 굴드의 정신적인 면과 병적인 증세를 비중 있게 다룬 점도 흥미롭다.
오스왈드는 굴드를 높이 평가하지만 한편으로는 굴드의 신화를 벗겨내고 숨어 있는 구차한 일상까지 보여주려고 노력한 것이다. 우상 타파주의자로서 스스로 힘든 길을 걸어간 글렌 굴드의 모습에서 연민과 존중이 함께 피어나는 책이다.
목차
정말 대단한 연주자였다! 음악을 극히 지적으로 이해하면서 그토록 멋지고 당당하게 몸으로 녹여 보여주는 마술과도 같은 솜씨를 지닌 피아니스트를 나는 떠올릴 수가 없었다. 19세기에 리스트가 그랬다는 얘기를 우리는 들었고, 비교적 최근에는 아르투르 슈나벨이 편안한 의자에 앉아서 건반을 부드럽게 애무하며 마치 한 끼 식사를 하듯이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연주를 하긴 했지만 말이다.
또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은 로켓처럼 화려하게 작열하는 연주로 자신을 거세게 몰아붙인 다음 마치 기도하듯 얼굴을 드는 독특한 방식으로 연주했던 기억도 난다.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또한 나름의 진가를 인정해야 할 피아니스트였다.
그는 화강암 같은 육중한 몸뚱이를 건반 위로 꾸부정하게 구부리고서 견고한 자세로 거의 움직이지 않으면서 대신 잽싼 손가락으로 소름이 끼칠 만큼 섬세한 음을 뽑아내곤 했다. 이러한 명연주자들은 눈과 귀를 동시에 현혹시키는 춤꾼을 닮았다. 그들은 종교적인 헌신성에서 성적인 황홀감까지 포함하는 폭넓은 감정을 전달하며 정신과 몸이 하나가 된 힘으로 사람을 감응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