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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
저자 : 황지우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출판년 : 1998
정가 : 6000, ISBN : 893201051X
책소개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는 지금-이곳을 살아가는 동시대인의 객관적인 삶의 이미지와 시인의 개별적인 삶의 이미지가 독특하게 겹쳐져 있는 특이한 시집이다. 슬픔과 연민, 정념들로 노출되는 시인의 사생활은 칙칙함이 아닌 투명성으로, 그리고 객관적인 삶의 풍경에는 개별 삶의 섬세한 주름들이 그대로 살아 어른댄다.
목차
슬프다//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모두 폐허다//완전히 망가지면서/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 그 징표 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이동하는 사막신전;/ 바람의 기둥이 세운 내실에까지 모래가 몰려와 있고/ 뿌리째 굴러가고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린다/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끝내 자아를 버리지 못하는 그 고열의/신상이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 있다.//아무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한번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뼈아픈 후회>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