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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 기러기
늪 기러기
저자 : 황순원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출판년 : 2000
정가 : 7500, ISBN : 8932005494

책소개


첫 창작집 '늪'과 일제 말기 서랍속에 넣어두었던 '기러기'의 합본.'별''독 짓는 늙은이''산골 아이'등 한국인의 정서의 본 바탕을 건드려서 우리의 영육에 울림을 남기는 황순원 단편의 주옥 같은 모음.

목차


집에서는 아내가 비둘기를 받아들고 얼굴에 웃고 우는 빛을 떠올리며 비둘기의 가슴패기를 자기 볼에 가져다 대려고 하면서도 버둥거리는 비둘기의 힘도 이제는 감당치 못해 애쓰고 있었다. 그는 아내의 손에서 비둘기를 받는 것처럼 하며 비둘기의 가슴패기를 아내의 뺨에다 대주었다. 아내는 그동안 무척 털이 더러워졌다고 하면서 비둘기에게, 그래도 이렇게 살아 다시 오게 되어 기쁘다는 말과 함께 다시는 다른 데 가지 말라고 하였다.

그는 옆의 식모에게 비둘기를 쥐게 한 후 날개털을 뽑기 시작하였다. 깃을 하나하나 뽑을 적마다 아내는 깜짝깜짝 놀라는 눈치였다. 그는 다른쪽 깃을 먼젓깃의 절반도 못 뽑고 나서 비둘기를 밖에 놓아주고 말았다. 비둘기는 날개짓을 많이 뽑힌 쪽으로 기울어져 모로 날다시피하여 겨우 장으로 들어가 꾸둑이기 시작하였다. 그는 비둘기의 날개깃 뽑아준 사실이 갑자기 불쾌해져서 이제는 어디로 날아가려도 가지 못하리라고 하는 식모에게, 왜 어서 비둘기 털을 내다버리지 않느냐고 소리를 질렀다.